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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브레이크 없는 무리수

by cfono1 2018. 4. 9.

최근 페이스북은 여러 수난을 겪고 있다. 성장 잠재력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개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기업에 치명적인 문제인 도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가 터진 것이다. 사용자가 느끼는 불신. 내 데이터가 크래킹 돼서 공공재가 되는 것도 화가 나는데 당당하게 팔렸다면 확실히 기분 상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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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좀 다른 면도 있다. 직접적으로 그 피해가 나에게 돌아오지 않으면 그 행위에 대한 무거움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 개인정보가 크래킹으로 넘어가 보이스 피싱을 위한 기초자료가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틈만 나면 나를 위험한 상황에 엮어서 돈을 빼내려는 전화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면 기분은 나쁘고 걱정도 되지만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번 페이스북은 오히려 후자에 더 가까운 생각이라고 본다. 이건 페이스북에 대한 옹호가 아니라 잘못은 분명하지만, 개인에게 돌아오는 피해의 성격과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좀 더 중요하게 봐야 할 건 이게 실수인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인가?의 측면이라고 본다. 그리고 난 이것이 페이스북의 수익 극대화라는 정책의 결과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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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그동안 당신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추접스러운 짓(내 기준에서)들을 해왔다. 더 많은 친구와 사귀라면서 알 수도 있는 사람을 페이지 최상단에 배치하면서 없앨 수도 없게 만들었다. 더 많은 친구가 더 많은 시간을 페이스북에서 소비되게 하니까. 그리고 더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하면서 기본 세팅을 시간 순서에서 페이스북 알고리즘으로 대체했다. 이 배치 덕분에 나와 같은 시간대에 내 사람들은 어떤 순간을 보내고 있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을 엎었다. 그리고 이제는 생각을 엎는 것을 넘어 시비를 거는 수준까지 왔다. 바로 위의 이미지처럼 시간 순서대로 게시물을 정렬하면 저런 식으로 콘텐츠 접근 자체를 제한해 버리는 것이다.


난 이걸 기막히고 추접스러운 짓으로 본다. 나와 내가 관계된 사람들의 소식을 시간 순서대로 알려면 친구를 더 추가해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가? 시간 순서대로 보겠다는 게 페이스북의 허락이 필요한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그 성격이 더 추접스러운 게 콘텐츠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콘텐츠와 콘텐츠 사이에 친구추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예 더 로딩할 수 없게 만들었다. 고객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회사가 고객의 데이터를 인질로 잡아 더 많은 데이터를 강요하는 가장 되먹지 못한 행동이 된 것이다. 



실수라고 하기에 페이스북은 너무 기본적인 것을 무시하고 있다. 물론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경쟁자는 딱히 없으며 잘 나가는 인스타그램 또한 가지고 있으니 이 정도쯤이야 하는 만용을 부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성장이 고객의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있고 그 원천은 고객이 다른 기업에 주는 순간 끝이라는 것 또한 사실이다. 




* 이미지는 서비스 화면 캡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