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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시사

궤변의 추억 - 광우병 그리고 홍대 일베 동상

by cfono1 2016. 6. 16.

예전 자동차 블로그를 자주 보던 때에 한 자동차 블로그가 정치 관련 문제로 게시판이 불붙기 시작했다. 이제는 종종 케이블 등 대중매체에서도 보이는 블로거는 광우병 관련하여 반대하는 사람들을 정부에 반대하면 뭔가 있어 보이는 깨시민 놀이를 하는 또 하나의 놀이판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 블로거의 주장은 왜 지금 광우병 환자가 없느냐 만약 광우병이 문제라면 지금 소고기 먹은 사람 중에 광우병 환자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러길래 난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광우병은 잠복기가 길어 17년이 걸리기도 한다. 만약 영국의 사례(링크)를 들어 2008년 수입 소고기가 문제라면 2025년에 환자가 발생한다. 미래에 있는 환자가 지금 나타날 수 없는데 어떻게 지금 광우병 환자가 없다는 것이 광우병의 위험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는가? 이건 가치 판단 또는 사안에 대한 생각이 다름이 아니라 그저 산수의 문제이기에 그런 식의 접근은 성립할 수 없다고 했으나 그 블로거의 되돌아오는 대답은 그래서 지금 환자 있냐구요? ㅋㅋㅋㅋㅋ 였다. 이런 상태라면 대화가 진행될 수 없다. 난 미래를 현재로 끌어다 오는 타임머신이 없으니까.


* 인간 광우병은 수십년의 잠복기를 가지며 연구 중인 병으로 제가 잠복기 몇 년 짜리 병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리하여 영국의 사례에서 보았던 기간을 가져와 논리를 설명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놀랍다. 그리고 지금도 다시 생각해도 놀랍다. 복잡한 수학 공식도 아니고 2008 + 17을 계산 못 할 성인이 있을까?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정치현안과 섞이면서 판단 불가능한 영역으로 바뀐다. 무엇이 성인의 산수 능력을 마비시킬 정도로 판단을 흐리게 하는 걸까?



최근 홍대에 일베 상징 동상이 세워졌다가 부서지는 일이 있었다. 작가인 홍익대 4학년 홍기하씨(22)는 지난 31일 작품명이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작품의 창작 의도가 “사회에 만연하게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일베라는 것을 실체로 보여줌으로써 이것에 대한 논란과 논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씨는 또한 “작품을 훼손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베라는 집단은 사이트라는 온라인 공간이 존재하고 끊임없이 인증함으로써 자신들이 오프라인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사회에 만연하게 존재한다는 즉, 어디에나 있다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실체가 없다는 것은 말이 되는 걸까?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죽어간 사람에 대한 희롱으로 이미 유죄를 받은 유저가 있고 그런 패륜적인 발언이 오늘도 넘쳐나는 곳이다. 이걸 실체가 없다고 한다면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 의견이나 주장하는 사람이 있고 뻔히 그것이 오르내리는데 실체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중립적인 자세로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는 것밖에 더 되지는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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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조형물이라는 예술이라는 표현 방식을 빌어 표현의 자유라는 면책특권으로 다시 한 번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준다. 자유에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다. 우리가 사는 곳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책임과 의무가 없는 자유를 우리는 방종이라고 부른다. 표현하려고 하는 바가 “사회에 만연하게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일베라는 것을 실체로 보여줌으로써 이것에 대한 논란과 논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했지만 정작 작가는 일베가 하는 행동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았다. 실체가 무엇인지 전달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일베의 상징물을 다수의 공간에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일베의 상징에 대한 확산에 기여했다. 이 확산에 건설적인 논란과 논쟁은 없고 오직 일베 상징물의 확산만 남는데 작가는 이에 대해 어떤 책임을 느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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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궤변에는 이길 수도 없다. 처음부터 그 시작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틀린 시작에 틀린 결말은 당연한데 이것을 증명하라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가? 상대방의 답이 없음이 토론의 승패에 대한 증거가 되지 않는다. 쉽게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시대 그리고 그만큼 쉬워지는 궤변의 성장에 대해 우려가 된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입니다(사진 1,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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