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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영화

에일리언: 커버넌트

by cfono1 2017. 5. 10.

* 다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만 반전이 있는 영화도 아니고 알고 보시면 더 이해가 쉽지 않을까 합니다.




- 관련 글

프로메테우스(링크)


원래 에일리언 시리즈를 좋아했기에 이번에도 봐야겠다고 생각한 영화. 그래서 평소에는 생각도 못 한 밤 11시 20분 영화를 선택했다. 프로메테우스가 그랬듯 이번에도 이야깃거리를 던져주었고 그걸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재미는 여전히 존재한다. 


프로메테우스 사건 이후 10년이 지난 뒤 인류는 승무원 15명과 2,000명의 개척단과 인간 배아를 실은 커버넌트 호를 출항시킨다. 그러나 우주 폭풍을 만나 승무원은 예상보다 일찍 깨어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신호를 수신한다. 그 발신지를 조사하던 중 개척지 오리에가-6 행성보다 오히려 더 완벽한 조건임을 알게 되고 경로를 그곳으로 설정한다. 강력한 전자기 폭풍이 몰아치지만, 물과 식물이 존재하는 지구를 닮은 기후에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거대한 외계 문명의 흔적을 발견하고 승무원들이 감염되면서 이 행성에 온 것을 후회하게 되는데...


이 영화를 액션 영화로 생각하면 후회를 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그러므로 액션보다는 드라마 특히 인물이 대변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본다면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 

피터 웨이랜드와 AI 데이빗과의 대화에서 AI 데이빗은 과감히 물어본다. 피터 웨이랜드 당신이 날 만들었다면 당신은 누가 만들었습니까? 이 질문에 피터 웨이랜드는 그걸 같이 확인해보자고 하자 AI 데이빗은 우월감을 드러낸다. 지능도 근력도 심지어 영원히 사는 존재인 내가 왜 인간의 보조 수단이 되는가를 깨어나자마자 인지한 AI 데이빗은 창조주 인간의 보조적 수단 또는 동지적 관계를 거부한다. 


2. 인공지능과 인공지능의 관계. 

AI 데이빗과 AI 월터는 엔지니어 행성에서 결국 마주한다. 더 진화된 AI 모델인 AI 월터는 피리로 간단한 작곡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AI 데이빗은 작곡을 한다. 창작에 대한 욕구. 그 욕구는 영원한 젊음과 맞물려 스스로를 신적인 위치에 부여한다. 그렇기에 창조 욕구를 포기한 채 의무만을 생각하는 AI 월터는 그저 신의 흉내를 낸 또 다른 피조물에 불과하다. AI 데이빗은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창조주 인간에 충실한 AI 월터를 용서할 수가 없다.  


3. AI 데이빗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장치들. 동면, 영원한 젊음, 성욕이 포함된 창조 욕구

AI 데이빗은 스스로의 욕구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장점을 빠르게 파악한다. 그러나 이것이 긍정적인 결과만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AI 데이빗은 신들처럼 잠들지 않아도 되고 영원한 삶을 살 수도 있다. 인류를 창조한 엔지니어, AI 데이빗을 창조한 인간 또한 유기물질의 동물이기에 이 한계를 벗어 날 수 없다. 그렇기에 잠들어야 한다. 그러나 AI 데이빗은 그런 한계가 없다. 그렇기에 AI 데이빗의 음모는 유기물질 창조주들이 한계를 보인 잠든 순간에 일어난다. 이런 약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던 AI 데이빗은 그러나 번식이 안 된다. 남자라는 성별의 안드로이드이기에 인간 여자를 만나도 여자 AI를 만나도 번식은 불가능하다. 

가장 근본적이고 강렬한 창조 욕구 중 하나인 번식의 욕구를 거세당한 채 태어난 존재. 이 창조 욕구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엘리자베스 박사에게 마음을 표현해도 대니얼스에게 강제로 키스를 해도 그저 흉내만 내는 것일 뿐 번식의 결과물인 후손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결국, 이 고통은 AI 데이빗을 한계 없는 미친 존재로 만든다. 영원한 삶 속에서 혼자가 되어야 하는 존재. 창조주보다 우월한 능력과 창조 욕구를 가졌지만 정작 후손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존재는 결국 생체 실험을 통해 자신의 결과물이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거울과 같은 존재 AI 월터를 죽이는 것도, 자신을 치료하고 자신의 마음을 전달한 엘리자베스 박사를 에일리언의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완벽한 창조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완벽한 에일리언이 될수록 AI 데이빗은 완벽한 존재가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걸 위한 과정에서 AI 데이빗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에서 안드로이드들이 인간 다울 수 있는 것은 인간처럼 수명의 끝에 죽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에일리언 시리즈의 AI들은 다르다. 영원한 삶은 인간적인 존재가 아님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이유가 되었다.



이런 풍부한 이야깃꺼리가 넘치지만 아쉽게도 에일리언 족보는 꼬여버렸다. 



에일리언 1의 에일리언: 민항 우주 예인선 노스트로모호는 외계 행성에서 채굴한 2천만 톤의 광물을 정제하는 대형 정제 시설을 지구로 운송하는 업무를 수행 중 LV-426라는 암반질의 작은 미개척 천체의 신호를 수신. 행성 탐사를 하던 중 엔지니어(인류의 창조주)가 불시착한 곳에서 우주선 내부의 에일리언 알들을 보게 되고 페이스 허거가 승무원을 감염시키며 에일리언이 등장


에일리언 1에서 등장하는 저 타입의 에일리언은 AI 데이빗이 실험을 통해서 완성한 결과물이다. AI 데이빗은 에일리언 페이스 허거 배아 2개와 2,000명에 달하는 개척민과 함께 개척지 오리에가-6로 떠나면서 영화가 끝나는데 이렇게 되면 다음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에일리언 1에서 등장한 엔지니어와 에일리언 커버넌트에서 등장한 개척민 인류 그리고 알을 낳는 퀸 에일리언의 존재까지 한 번에 설명해 줘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 모두를 한 자리에 모으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에일리언 1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인지한 회사에서 에일리언을 지구로 가져오기 위한 음모임이 나오게 되는데 이런 설정까지 모두 연결하려면 더욱 쉽지 않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인류를 만든 존재 엔지니어, AI를 만든 존재 인간, 그리고 엔지니어와 인간의 결합으로 탄생하는 에일리언과 AI 등의 액션을 기대한다면 실망감이 가득하겠지만 앞서 말한 이야깃거리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의미하는지를 생각해본다면 그리 나쁜 영화가 되지는 않으리라 본다.




* 이미지는 다음 영화 및 구글 검색 동영상은 유튜브입니다(사진 1, 사진 2, 사진 3)


* 기구 및 우주선의 고증은 정말 좋았지만, 우주 환경에 대응하는 인간의 모습(헬멧이 없거나 엔지니어 행성에서 대응하는 장비 등)은 오히려 지금의 모습인 것 같아 현실성을 떨어트리는 것이 아쉽습니다. 오히려 프로메테우스보다 후퇴한듯.


* 편집된 부분이 꽤 많은 것 같은데 확장판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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