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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영화

강철비

by cfono1 2017. 12. 22.

스포일러로 볼 수 있는 내용이 있을 수 있으나 생각할 거리가 많으므로 읽어보시고 감상하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




가까운 미래의 한국

남한은 대통령 선거가 이제 막 끝나고 새로운 정권이 시작되려 한다. 북한은 개성공단에 중국 기업이 입주하며 경제 성장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이는 이때 눈에 보이는 남한의 권력 교체와 달리 북한에서는 강경파와 온건파의 무력 충돌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북한에서 북한 1호를 남한으로 피신시킨 엄철우, 이를 발견하고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감을 느끼는 곽철우. 두 철우는 전쟁의 한복판에 서게 되는데...


우선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감독과 소재, 원작 때문이다. 변호인을 감독한 양우석 감독은 이야기를 무리 없이 풀어갈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고 소재는 지금의 시점에서 더할 나위 없는 이야깃거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양우석 감독이 스토리 작가로 참여한 웹툰 스틸레인을 재밌게 본 터라 그 이야기가 영화로 직접 나온다면 어떨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리고 난 충분히 만족한다.


이 영화는 빨갱이 나빠요, 미국 좋아요, 애국 보수 만만세도 아니고 빨갱이 착해요, 미국 나빠요, 정치인 드러워요의 영화도 아니다. 이 점이 이 영화가 가지는 차별화된 부분 중 하나인데 각 집단의 합리적인 대응이 어떤 시나리오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남한 - 5년마다 정권이 교체된다. 아직 남한은 냉전 시대의 대립 구도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일관된 대북 정책을 가질 수가 없다. 온탕과 냉탕을 반복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정치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온탕이 열탕이 될 수도 있고 열탕이 온탕이 될 수도 그리고 온탕에서 냉탕으로 갈 수도 있는 이 구조. 이미 개성공단이 벼락 치듯 폐쇄된 것을 경험했듯이 이건 우리의 현실이고 당연한 시스템이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변덕이다. 북한의 쿠데타 상황에서 현재 대통령 이의성은 후임 대통령 김경영이 정권 잡기 전에 이 불안한 상황의 근본적인 싹을 제거하기로 한다. 작계 5027을 미국에 요청하여 다량의 미국 핵미사일을 북한의 핵기지와 핵심 지휘부에 투하하여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후임 대통령 김경영은 남북 간 통일을 대비해 화합과 경제성장 측면, 만에 하나 있을 작전실패를 이유로 이 작전을 반대한다. 현재 대통령 김의성과 후임 대통령 김경영. 누가 옳고 틀렸다고 볼 수 없다. 서로 간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 왕조 정치라고 보는 것이 합당한 시스템. 3대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로 핵무기 지위 국의 위치를 선언하고 이제 경제 성장을 통해 인민의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인민의 수십 년 누적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언제 붕괴하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는 북한 입장에서 당연한 거다. 하지만 선군정치의 나라. 군대라는 싸우는 조직이 정치의 핵심에 있는 나라가 이제 군대가 멀어지고 경제를 다루는 정치 관료가 부상한다. 핵과 미사일을 가지고 권력의 정점에 있던 군대라는 조직이 권력에서 쉽게 밀려날까? 싸워야 가치를 인정받는 조직이 숙청당할 때 군대가 선택할 비이성적인 행동은 남한의 입장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미국 - 전 세계에서 미국 건국 이래 북한만큼 자신들을 성가시게 만든 나라는 없다. 미국이 자리 잡은 1900년대 이후 미국을 지구상에서 혼쭐을 내겠다고 망신준 나라가 과연 있었던가? 그런데 석유도 없는 북한이 자국민 수백만을 아사시키면서까지 핵과 미사일을 만들고 이제는 어느 국가든 북한을 무시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다. 특히 미제와 그 앞잡이는 각오하라며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핵으로 전쟁을 끝낸 유일한 국가 미국. 핵의 파괴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소련도 하지 못한 말을 하고 다니며 성가시게 만드는 나라 북한은 그냥 둘 수 없는 존재다. 저러다가 미국 본토에 핵이 떨어지는 날엔...? 기회만 있다면 반드시 정리해야 하는 게 미국의 합리적인 판단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미국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피해가 없어야 한다.   


중국 - 중국의 일관된 입장은 국경선에 미국 또는 미국의 세력이 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이다.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의 싸움은 자유 진영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것은 누구나 부인하지 못한다. 이제 중국은 그 오리지널 공산주의로는 생존하지 못함을 깨닫고 권력 집단은 유지하되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여 반드시 자유 진영이 되어야 할 이유는 없애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수많은 소수 민족이 있는 중국에서 만약 자유 진영 국가가 국경선을 맞대게 된다면...? 민족의 자유, 인권의 자유, 경제적 성장 등을 제시할 수 있는 국가가 국경선에 등장하면 그 순간 중국의 정치 시스템은 내부의 저항에 직면한다. 그러므로 국경선에 중국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미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이 올 수는 없다. 이를 위해 김정은이든 쿠데타 세력이든 누가 북한의 정권의 잡는가는 상관없다. 중국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인 판단이다. 


남한의 혈맹이라는 미국이 내리는 미국 중심의 합리적인 판단, 북한의 혈맹이라는 중국의 합리적인 판단이 남북한에 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올까? 전혀 그렇지 않다. 또 한 번의 대리전이 되고 그 터전은 한반도가 되며 죽어 나가는 것은 남북한의 국민이다. 여기에 북한이 가지는 시스템의 불안정성은 뇌관이 되고 남한이 가지고 있는 첨단 화력은 증폭제가 된다. 생존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결과가 만약 핵 지옥이라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영화는 그런 관점에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있다고 난 생각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타우러스 미사일(링크)이다. 북한의 핵이라는 비대칭 전략에 대한 우리의 답과 같은 존재. 결국, 통일을 하게 되면 북한을 안전하게 개발해야 하고 성장시키며 북한을 통합해야 할 의무를 가진 남한이 선택하는 답은 이런 것 밖에 될 수 없는 것 아닐까(물론 영화 말미에는 또 다른 해결책이 등장한다)? 단순히 대한민국 짱, 미국 짱, 빨갱이 퉤! 이런 내용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왜 더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 이미지는 다음 영화, 구글 검색, 유튜브입니다(사진 1, 사진 2 & 3, 사진 4).

* 영화의 디테일은 참 좋았습니다. 과거에는 북한의 육체적 전투력이 남한을 압도하고 남한은 무기 빼면 별 볼 일 없는 존재로 나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것보단 각 집단 또는 국가가 특정 상황에서 어떤 전략으로 대응하는가를 더 부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에 무리가 없어 이전 영화들보다 설득력이 높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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