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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영화

변호인

by cfono1 2013. 12. 20.



이번에는 혼자 봤다. 보통 친구랑 같이 보는데 그 친구는 이 영화를 정치 영화라 했다. 이건 그저 과거에 비상식의 시대에 상식을 말했던 사람들의 흔적일 뿐이다. 그런 이야기가 다시 주목받는 데는 지금이 그런 시대이기 때문은 아닐까?


주인공 송우석은 고졸에 빽도 없고 그저 이 악물고 출세한 변호사다. 남들이 모양새 안 나온다고 거들떠보지 않는 등기 업무로 시작해서 그 다음은 세금 업무로 확장하여 자기 이름으로 법무법인을 생각해 볼 정도로 잘 나간다. 그러던 순간 자신이 고단함에 못 이겨 한번 저지른 부끄러운 일을 덮어준 분의 일을 외면하지 못하고 돕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안쓰러워서 도와주려고 했다. 근데 그게 끝이 아닌 게 된다. 그래서 끝을 본다. 무죄라면 무죄를 받아내는 게 변호사의 일이니까.


그렇게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노무현을 좋아하는 나지만 그랬다. 사람이 한순간에 바뀌지만 그래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비굴하게 아첨하지도 않았고 굽실거리지도 않으면서... 막노동 판에서 번 돈으로 학업을 이을지언정 포기한 적도 없다. 그렇게 자기 손으로 이뤄냈다. 그게 상식이라고 믿으니까. 상식이면 상식인 거고 비상식이면 비상식인 거다. 그렇게 단순함을 믿는 사람이 눈앞에서 일어나는 그래도 이런 법이 어딧냐며 비참한 현실에 한순간에 바뀌는거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래도 눈물이 나거나 그런 감정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나라면 저럴 수 있었을까? 가정이 있고 아내는 그 고생을 시키며 돈을 벌어다 주기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물론 성공은 했지만, 다시 그 고생 통에 들어가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그걸 알면서 자기 앞에 놓인 8차선 도로를 발로 차버리고 굽이굽이 산길을 갈 수 있을까? 영화는 시작에 현실에서 소재를 얻었으나 허구라고 밝힌다. 하지만 마지막에 인권변호사로 다른 길을 가는 그의 공판에서 부산 변호사의 2/3가 그의 공판 변호인단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로 마무리 짓는다(87년 대우조선 이석규 열사 사건). 


그런 관점에서 난 부채 의식을 느낀다. 그 시대를 버티며 비상식을 상식으로 바꿔준 분들에게 

물론 지금은 돌아가신 그분에게도.




* 이미지는 다음 영화입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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