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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시사

반값 등록금의 본질과 나아갈 방향

by cfono1 2011. 6. 16.
요즘 반값 등록금이 단순히 대학생의 요구, 정치권의 공약을 넘어 이젠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어떤 점이 이런 폭발력을 가지게 한 걸까?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1. 유권자의 수

복지, 삶에 대한 수준 등의 문제를 볼 때 비슷한 사안이 이미 한 차례 있었는데 바로 무상급식(관련 글 - 무상급식과 경제)이다. 무상급식에 대한 문제에서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쪽은 학부모와 학생(초, 중, 고등학생)이다. 여기서 학부모는 정치권과 정부의 주요 관심 대상이다. 세금을 내고 투표를 할 수 있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은 다르다. 세금도 별로 안 내고 더 중요한 투표권은 아에 없다.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그리고 즉각적으로 낼 수 있는 계층이 아니다. 그러므로 무상급식은 학부모의 자식을 위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 문제는 다르다. 여기서도 무상급식처럼 학부모 계층과 학생이라는 두 집단이 참여한다. 무상급식의 학생 계층은 초, 중, 고등학생으로 국가 세수에 이바지하는 부분이 낮고 투표권이 없지만, 대학생은 다르다. 이들은 곧 세금을 내며 국가를 지탱할 사람들이다. 더 중요한 것은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층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많은 유권자다. 움직이지 않던 유권자층의 움직임은 기존의 안정적인 구조를 깨고 변화를 유도한다. 한나라당에게는 위기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진영에선 둘 도 없는 기회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반값 등록금이라는 사안에 대해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뭐든 내놔야 하는 지경이다. 이곳을 놓쳤다가는 대학생 유권자뿐만 아니라 이들의 학부모 유권자층에게도 외면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생과 학부모를 결합하면 대한민국 유권자층의 상당수를 차지하게 된다.

 

 < 기업이 이윤추구가 목표 듯 정당은 집권이 목표다. 등록금 문제는 이제 피해 갈 수 없다 >


2. 상식의 문제. 기준은 어디인가?

이 컵에는 물이 반쯤 있다. 여기까지는 사실이다. 그러나 생각은 반식이나 있다는 것과 반 밖에 없다로 나뉠 수 있다. 이건 매우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그런데 만약 여기서 누가 저 컵에는 물이 거의 없다고 거짓말하면서 그 없어진 양을 자신이 가져가 버리면 어떻게 될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사실을 왜곡하고 상식을 거부하는 데서 말이다. 

대학 재단이 돈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건물은 올라가고 재단의 돈이 늘어난다. 학생들은 그 돈 어디서 났느냐고 묻는다. 그제야 대학 재단은 있기는 있지만 다 쓸 곳이 있다고 한다. 위의 상황과 무엇이 다를까? 물이 있음에도 없다고 하고선 자신이 가져가는 상황과 말이다. 이제 상식의 불일치 때문에 토론은 성립되지 않게 된다. 학생들은 돈이 있는 게 상식이고 대학 재단은 돈이 없는 게 상식이다. 대화가 될 리가 없다. 

< 돈이 물의 양이라면 왼쪽은 대학생의 상식, 오른쪽은 재단의 상식이다 >

우선 대화가 이루어지기 위해 공통된 상식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럼 이 불일치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답은 하나다. 감사. 전격적이고 정밀하면서도 공개적투명회계 감사. 서로가 다른 기준을 가지고 메아리치는 지금의 상황으로는 생산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기준을 누가 정했을까? 대학이 정했다. 중립적 입장을 가진 기관(이론상 정부가 되어야 한다)이 정하는 것도 아니고 이해 당사자인 대학 재단이 부족하면 부족하다 많다면 많다(많은 적은 없다)고 정했고 그것을 통보했다. 하지만 사회가 성숙하고 개개인의 참여의식이 올라가면서 그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 기준은 맞는 것인가? 근거는 무엇인가? 학생들은 내는 돈과 결과물에 대한 괴리의 폭을 더는 인정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런 개개인의 생각을 인터넷과 SNS는 더 빠르게 이어주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했다. 학생의 생각을 대학생 유권자 집단의 생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제 기준에 대한 이야기는 대학재단 vs 학생 개인을 넘어 대학재단 vs 대학생 유권자 집단이 된 것이다. 힘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위의 두 가지 문제는 결국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에 의해 시간이 얼마가 걸리던 두 가지로 해결될 것이다. 등록금의 가치에 맞게 수업의 질이 올라갈 것인가? 또는 수업의 질에 맞게 등록금의 가격이 떨어지던 가로 말이다. 그리고 다른 문제(무상 급식, 미국 쇠고기 문제 등) 또한 비슷한 과정(인터넷 및 SNS를 통한 여론 형성과 이를 바탕으로 정치권에 대한 압박)을 거치게 될 것이다.


그럼 거품이 빠지고 상식적인 등록금이 되면서 가져다줄 경제적인 영향은 무엇일까?

1. 기업은 신입사원의 연봉에 대한 압박에서 조금은 여유를 가지게 될 것이다. 

2. 학부모의 교육비 관련 부담이 줄어들면서 기업은 임금 인상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 것이다(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교육비와 주거비다). 

3. 학생과 학부모 모두 소비 여력이 향상된다. 기업에겐 내수시장 활성화를 통한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다.

4. 돈의 흐름이 보다 생산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등록금이 인하되지 않고 수업의 질이 올라간다면 한국의 미래에 투자되는 셈이며 등록금이 인하되면 내수시장 소비를 위한 에너지가 된다. 재단의 통장에만 묵혀서 움직이지 않는 돈보다는 훨씬 더 생산적이다(돈은 흘러야 한다. 돈의 가치가 가장 떨어질 때는 경제의 혈액으로서 활동하지 못하는 흐름이 멈춘 돈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상당히 시끄러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필연적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국민의 정치적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게 싫다면 가야 할 사회는 왕이 모든 것을 통치하던 사회밖에 없다. 그 시스템에선 시끄러울 일이 없다. 왕이 일을 하는데 반대하면 그것은 반역이 되고 반역은 사형으로 다스리면 되기 때문이다. 이 불편함을 조금만 참는다면 대한민국은 더욱 모두가 인정하는 상식과 기준이 통하는 사회로 발전할 것이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을 활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