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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Chat GPT & AI

역사는 반복된다 - Apple Pencil 이후, AI 하네스 기업의 다음 선택

by 해례 2026. 10. 5.

AI 하네스: AI 모델이 실제 일을 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기억, 도구 연결, 작업 순서, 실행과 검증을 관리해 주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LangChain이나 LlamaIndex 같은 도구들은 AI가 어떤 도구를 사용할지, 여러 작업을 어떤 순서로 수행할지, 작업 상태와 기억을 어떻게 유지할지를 관리할 수 있게 해 준다.

 

AI 하네스 시장은 지금 성장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하지만 최근 OpenAI와 Google 등 거대 AI 기업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모델의 성능이 계속 향상되면 현재 하네스가 담당하고 있는 계획, 작업 분해, 도구 선택, 재시도, 자기 검증 같은 기능 가운데 상당 부분이 모델 내부로 흡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빠르게 성장하는 AI 하네스 시장은 장기적으로도 독립적인 산업으로 남을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을 보면서 AI가 아닌 조금 오래된 다른 시장을 떠올렸다. 바로 Apple Pencil이 등장하기 전의 iPad 스타일러스 시장이다. 당시에도 Wacom, Adonit, FiftyThree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스타일러스를 개발했고, 단순히 하드웨어만 판매하지도 않았다. 필기, 그림, PDF 수정, 노트 작성처럼 실제 사용 목적과 연결되는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만들거나 다양한 앱과 연동하는 생태계 구축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서드파티 기업들은 시장에서 수많은 질문에 직접 답해야 했다.

  • 사용자는 정말 iPad에서 펜을 원하는가?
  • 어떤 굵기와 형태가 편한가?
  • 팜리젝션(스타일러스를 사용할 때 화면에 닿은 손바닥 입력은 무시하고 펜촉만 인식하는 기능)은 얼마나 중요한가?
  • 압력이나 기울기 인식은 필요한가?
  • 그림과 필기 중 어떤 사용 경험이 더 중요한가?
  • 어떤 앱과 결합해야 실제 구매 가치가 만들어지는가?
  • 그리고 사용자는 여기에 얼마까지 지불할 것인가?

수많은 기업이 제품을 만들고 시장에서 실패하거나 살아남으면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만들어갔다.

 

 

그리고 2015년 Apple Pencil이 등장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이후의 변화다. 애플은 서드파티 스타일러스 시장을 완전히 없애지 않았다. 오히려 서드파티 제품은 계속 존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의 서열은 완전히 달라졌다. Apple Pencil이 iPad에서 사용할 수 있는 펜 경험의 기준점이 되었고, 서드파티 제품은 가격이나 특정 사용 목적, 특수한 요구를 채우는 보완재의 위치로 이동했다. Apple Pencil과 서드파티 스타일러스의 관계는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 정리되었지만, 무엇이 기준이 되는 제품인지는 명확해진 셈이다.

 

플랫폼 기업이 가진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타난다. 서드파티를 반드시 제거할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상위 경험과 표준은 자신이 가져가고, 나머지 영역을 서드파티가 채우게 하면 된다. 그런 관점에서 서드파티는 플랫폼을 더욱 완전하게 만드는 거대한 시장 실험실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전략을 상상해 보자. 다시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애플이 처음부터 서드파티 스타일러스 시장을 시장조사의 관점에서 의도적으로 방관했다고 보는 것이다. 다소 지나친 추론일 수 있지만, 플랫폼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매우 흥미로운 구조임은 분명하다.

  • 서드파티 기업들이 먼저 시장에 진입한다.
  • 자신들의 돈으로 제품을 개발한다.
  • 실패 비용도 직접 감당한다.
  • 사용자의 불만과 반응을 바탕으로 기능을 수정한다.
  • 가격을 조정하며 적정 가격대를 찾는다.
  • 어떤 앱과 결합했을 때 실제 사용이 이어지는지도 확인한다.
  • 앱스토어에서는 어떤 종류의 앱이 다운로드되고 지속적으로 사용되는지도 드러난다.

 

플랫폼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 탐색과 초기 실패 비용을 사실상 거의 부담하지 않으면서 수많은 실험 결과를 관찰할 수 있는 구조다. 어떻게 보면 체계적인 제품 개발 기획서가 실제 시장 데이터와 함께 시시각각 배달되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 시장이 충분히 검증된 순간 플랫폼이 직접 들어온다. 서드파티가 광맥을 발견하고 갱도를 팠다면, 플랫폼은 그동안 만들어진 지도를 바탕으로 가장 가치 있는 광맥의 중심을 가져가는 것이다.

 


 

나는 지금 AI 하네스 시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지금의 AI 하네스 기업들도 거대 AI 기업을 대신해 시장을 탐색하고 있다. 현재 수많은 AI 하네스 기업은 단순히 모델을 연결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실제 시장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를 계속 시험하고 있다.

  • 코딩에서는 어떤 작업 분해가 필요한가?
  • 어디에서 인간 승인이 필요한가?
  • 어떤 도구를 어떤 순서로 호출해야 하는가?
  • 오류가 발생하면 몇 번까지 다시 시도해야 하는가?
  • 장기 작업의 상태는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가?
  • 어떤 메모리는 저장하고 어떤 기억은 버려야 하는가?
  • 사용자는 어떤 형태의 에이전트 UX를 신뢰하는가?
  • 그리고 어떤 기능에 실제로 돈을 지불하는가?

 

OpenAI, Anthropic, Google과 같은 모델 기업이 이 모든 산업과 사용 사례를 직접 실험할 필요는 없다. 수많은 서드파티 기업이 이미 각자의 돈과 인력으로 실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델 기업은 API와 모델을 제공하고, 그 위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충분히 반복되는 패턴이 확인되면 그 기능을 모델이나 서비스의 기본 기능으로 가져올 수 있다.

  • 프롬프트 체인은 모델의 추론 능력으로 들어갈 수 있다.
  • 작업 분해는 네이티브 계획 능력이 될 수 있다.
  • 도구 선택은 모델의 기본 툴 사용 능력이 될 수 있다.
  • 재시도와 검증은 자기 교정 능력으로 흡수될 수 있다.
  • 파일 탐색이나 메모리 역시 서비스의 기본 기능으로 내려올 수 있다.

 

결국 어제까지 하나의 기업이 가지고 있던 핵심 경쟁력이 다음 모델 업데이트에서는 기본 옵션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이 있다. 거대 AI 기업이 현재 하네스 기업이 제공하는 기능을 전부 흡수해 버리는 것이 반드시 가장 좋은 전략은 아닐 수도 있다. 그렇게 모두 흡수해 버리면 새로운 영역을 탐색할 기업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서드파티 기업은 플랫폼 기업과 일부 영역에서 경쟁하면서도, 동시에 외부 R&D 조직이자 시장 탐사대 역할을 한다.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어떤 UX가 살아남는지, 어떤 산업에서 새로운 요구가 등장하는지, 어떤 실패가 반복되는지를 시장에서 먼저 찾아낸다. 따라서 플랫폼 기업에게 가장 좋은 생태계는 서드파티 없이 모든 걸 독점하는 생태계가 아니라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생태계다. 마치 Apple Pencil 이후의 스타일러스 시장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제 하네스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성장보다 이동이다.

 


 

중요한 질문은 “이 시장이 얼마나 커질까?”가 아니라 “이 시장이 커진 다음 하네스 기업은 어디로 이동할 것인가?”이다. 오히려 시장이 충분히 커졌다는 것은 플랫폼 기업이 직접 들어올 경제적 이유가 만들어졌다는 뜻일 수도 있다. Apple Pencil 등장 전 서드파티 스타일러스 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했던 것처럼, 범용 하네스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가 동시에 가장 큰 구조적 변화의 전조일 가능성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하네스 기업들에게는 크게 세 가지 방향이 있을 수 있다.

 

1. Generalist AI로 올라가기

첫 번째는 하네스를 더 이상 모델을 잘 움직이게 만드는 도구로 두지 않고, 사용자와 직접 관계를 맺는 AI 서비스로 올라가는 것이다. 이때 기반 모델은 외부 거대 AI 기업의 API를 활용할 수도 있고, 오픈웨이트 모델이나 자체 모델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하네스가 가지고 있던 메모리, 워크플로, 도구 연결, 사용자 경험 설계 같은 역량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제품 내부의 핵심 역량으로 계승된다. 그리고 기업은 특정 모델에 종속된 하네스 기업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모델을 선택하고 교체할 수 있는 독립적인 AI 서비스 기업으로 이동한다.  이 방향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단순하다.

“사용자는 왜 강력한 거대 AI 모델 회사의 서비스를 두고 우리 서비스를 선택해야 하는가?”

 

2. Specialist AI로 내려가기

두 번째는 특정 산업이나 업무 영역으로 깊게 내려가는 것이다. 거대 AI 기업이 쉽게 확보하기 어려운 데이터, 워크플로, 규제 이해, 현장 지식, 내부 시스템, 책임 구조를 깊게 축적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하네스가 가지고 있던 작업 분해, 도구 연결, 실행 관리, 인간 승인, 검증과 같은 역량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산업의 업무 구조 안으로 깊게 통합된다. 이 경우 하네스 기업의 경쟁력은 모델을 얼마나 잘 연결하는가가 아니라, AI를 그 산업의 실제 업무와 책임 구조 안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게 만들 수 있는가에서 나온다. 이 방향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거대 AI 기업이 이 산업에 직접 들어와도 쉽게 복제할 수 없는 현실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3. Big Tech와 결합하기

세 번째는 거대 AI 기업이나 플랫폼 기업과 협력하거나 투자, 인수의 형태로 결합하는 것이다. 이 경우 독립성의 일부는 포기할 수 있지만, 기존 하네스가 가지고 있던 기술, 팀, 고객, 데이터, 운영 노하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큰 플랫폼의 핵심 기능이나 조직으로 흡수되어 영향 범위를 넓힐 수 있다. 특히 다양한 모델과 도구를 연결하고, 복잡한 실행 과정을 관리하며, 실제 사용자 환경에서 축적한 운영 경험은 플랫폼 기업이 직접 처음부터 만들기보다 외부에서 확보하는 편이 더 효율적인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이 방향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독립 기업으로 남는 것보다 더 큰 플랫폼의 핵심 기능이 되는 것이 더 큰 가치를 만드는가?”

 

가장 위험한 위치는 오히려 현재의 성공에 머무르며 이 세 가지 가운데 어느 방향으로도 이동하지 않는 경우다. 범용 하네스만으로도 당장은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성공이 거대 AI 기업에게 해당 기능과 시장의 가치를 증명하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시장이 커지고 반복되는 사용 패턴이 선명해질수록, 플랫폼 기업이 그 기능을 직접 제공할 이유 역시 커진다. 따라서 범용 하네스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의 성장을 지키는 일이 아니라, 그 성장이 구조적 변화로 바뀌기 전에 다음 위치를 확보하는 일이다.

 


 

Apple Pencil 이전에도 스타일러스 시장은 존재했다. 하지만 Apple Pencil이 등장한 이후 시장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대신 기준점과 각 기업의 위치가 달라졌다. 지금의 AI 하네스 시장도 비슷할 수 있다.

 

앞으로 ‘하네스’라는 이름의 시장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계속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하네스 기업이 지금 축적하고 있는 기능과 경험은 사라지기보다 독립적인 AI 서비스의 내부 역량이 되거나, 특정 산업의 업무 구조 안으로 깊게 통합되거나, 더 큰 플랫폼의 핵심 기능으로 이동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의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느냐가 아니라, 시장의 기준이 바뀌었을 때에도 자신의 다음 위치를 가지고 있는가이다. 그렇게 역사는 오늘 우리에게 생존의 지혜를 준다.

 

 

 

 

* 이미지는 애플 코리아 홈페이지입니다(사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