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발견한 빵집이 있다. 일하러 가는 길에 버스 창문 밖으로 사람이 줄을 서 있길래 왜 저렇게 줄이 서 있지 하는 생각에 기억하게 되었고 두 번째에는 간판을 확인했다. 검색하니 '식빵공방'이라는 빵집이었고 평소에도 빵을 좋아하는지라 한번 방문해보았다. 이 가게는 식빵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예전 대만 카스테라를 생각나게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좀 더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식빵에 종류는 더 다양하고 가격도 파리바게뜨 같은 곳보다 더 저렴하면서도 알찼다. 식빵의 가격은 또 모두 통일되어 있는데 개당 2,900 원.
한 끼 경쟁자로서 상대가 있다면 토스트가 될 것이다. 핫도그, 핫바는 간식의 느낌이 강하지만 토스트는 간단한 끼니가 될 수 있는데 그 가격에 식사 또는 간단한 끼니가 될 수 있는 식빵이 근접 가격대로 판매하는 것이다. 두 번 정도는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세 번째는 주저하게 되었다. 제품이 문제일까? 그건 아니다. 바로 희소성의 문제였다.
이 식빵공방이 내세우는 컨셉은 전문 기술자의 기술을 이어받아 현장에서 직접 구워 파는 제대로 된 식빵이다. 그러다 보니 빵이 나오는 시간이 있고 그 시간에 가면 갓 만들어낸 따스한 식빵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살 수는 없는 법. 정해진 빵이 다 팔리면 기다리던 손님은 빈손으로 가야 하는데 이 희소성이 만들어낸 과정에서 손님이 겪는 UX가 문제다. 대만 카스테라도 줄을 서서 사야 했지만 2개 메뉴를 뽑아냈기에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 하지만 식빵공방은 10종류의 식빵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각 빵의 종류마다 여유 있는 수량을 뽑아내기 어렵다. 모두 넉넉한 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설비가 대형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창업자의 부담이 커진다. 그렇다고 생산에 융통성을 두어 인기 있는 빵을 더 많이 생산하는 것도 아니다.
수십억의 가격과 수백 대 한정 생산을 통해 매번 돈 있어도 못사는 페라리 한정판 같은 희소성이 아니다. 가성비가 좋지만, 직접적인 경쟁 상품도 흔하고 토스트를 비롯한 대체제도 많다. 그럼에도 줄을 서서 사는데 내가 원하는 식빵을 살 수 없다면 그 경험은 과연 좋은 UX로 남을까? 분명히 이 희소성은 내가 식빵공방에 관심을 두게 되고 빵을 구매한 계기가 된 날개였지만 이제는 내가 갔을 때 헛걸음이 될 수도 있다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40분이나 기다려서 먹을만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이미 모두 팔리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빵을 산적이 있다).
지금 어떤 결론을 내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들렸을 때 빵에 여유가 있다면 사고 싶은 마음도 여전하다. 하지만 선의의 판단이 만들어내는 결과가 최종 UX에서는 뜻밖의 결과를 유도하기도 한다. 단순함을 넘어 종합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시대다. 무엇을 하든 간에 말이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입니다(사진 1, 사진 2, 사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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