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난 꾸미는 데 그리 관심이 없다. 그저 모나지 않는 단정함 정도면 만족하는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IT분야에서 일을하고 기획을 하다보니 묘하게 보이는 흐름을 보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매스티지(Masstige - 링크)다. 대중(mass)과 명품(prestige product)을 조합한 말로 명품의 대중화 현상을 말하는 이 단어는 단순히 제품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소수의 고급 서비스가 대중적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필요한 제품에서도 일어난다.
그리고 최근 그 흐름은 피부 관리 분야다. 고급이 대중화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필요성이다. 만약 대중의 필요성을 건드리지 못한 채 그저 고급의 이미지에만 집착한다면 대중적인 시장을 만들지 못한 채 한계를 맛본다. 다행히 한국 사회는 외모에 많은 투자를 하는 사회고 이는 강력한 필요성을 만들어낸다. 이 필요성에 기반해 다음과 같은 조건이 만들어진다. 과거 피부과에서 돈 많은 사람이나 받던 고급 관리 서비스를 대중화해서 집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좋지 않을까? 물론 피부과의 전문 진료를 홈 뷰티가 따라잡을 수는 없으나 더 새로운 기술적인 방법의 대중화는 충분히 매스티지 전략에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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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티나게 팔리는 홈 뷰티기기 'LG 프라엘'.. 만리장성까지 넘나(링크)
LG전자는 좀 독특한데 은근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 액세서리 관련해서는 롤리 키보드 같은 제품도 만드는 나름의 실험정신이 있는 기업이라고 할까?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LG전자는 프라엘이라는 홈 뷰티를 개척하고 있다(물론 LG전자라는 대기업이 이런 영역에 뛰어드는 것이 중·소 기업에는 악영향을 줄 수도 있겠지만 시장 확대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리고 이번 홈 뷰티 관련 시도는 초기 개척자 그룹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매스티지 전략의 첫걸음을 떼고 있는 홈 뷰티 산업. 하지만 시장의 미래 또한 긍정적일까? 난 쉽지 않다고 본다.
와인은 한국 사회에서 고급술이었다. 드라마에서 돈 많은 집이 마시는 그런 술. 하지만 이제 와인은 대형마트에서 팔 정도로 대중적인 술이 되었다. 그런 고급품이 대중화 될때 자연스럽게 더 잘 즐기고 싶다는 욕구 또한 발생하는데 그런 심리와 연결된 제품이 와인 셀러다. 하지만 와인셀러는 매스티지의 결과물이 될 수는 있어도 기업 성장의 반전을 가져다줄 한방이 되기는 어렵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 냉장고를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Vitamin으로 시작하지만, Pain Killer로 완성되어야 하는 매스티지 전략에서 와인 셀러는 냉장고라는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홈 뷰티는 상황이 다르다. 뷰티 시장 자체가 든든한 성장 기반이며 냉장고 같은 경쟁자도 이미 가지고 있는 경쟁자도 없다. 하지만 좋은 환경이 좋아도 확연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Pain Killer가 없다면 와인셀러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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