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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카카오의 결합 -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by cfono1 2014. 6. 2.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은 전격적이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이상한 조합도 아니다.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합병 소식이 나왔을 때는 할 만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이들의 위치는 나름 살만할지 모르지만, 미래까지 살만할지는 알 수 없다. 다음은 메신저의 약세를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뼈저리게 느낄 것이고 카카오는 콘텐츠 유통채널로서의 성장 한계를 뼈저리게 느낄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이들은 서로의 강점을 찾아서 움직였다. 글로벌로 본다면 라인이 더 강하지만 한국이라는 시장 자체를 놓고 본다면 여전히 카카오가 표준이다(물론 표준이 최고라는 뜻과 같은 것은 아니다). 그런 카카오지만 제대로 된 콘텐츠 유통을 하지 못했다. 그 좋은 플랫폼을 두고도 말이다. 이는 카카오가 얼마나 기업의 장기적 비전 없이 움직였는지 알 수 있는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도로를 깔면 차가 다니게 된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도로까지 잘 까는 데 성공했지만 이 도로를 유지하는 데 들어갈 비용과 어떤 부대수익을 올릴지 제대로 된 계획이 없었던 셈이다. 게다가 웹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전략은 카카오를 더 고립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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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의 약속인가? 붕괴의 시작인가? 2편 - 초점읽은 카카오 서비스의 UX 연결(링크)


다음 또한 포털로서 자사의 풍부한 콘텐츠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특히나 사용자가 직접 생산하는 블로그 같은 강력한 콘텐츠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주저앉아 버렸다. 특히나 다음뷰는 너무나 아쉬운데 플립보드나 피들리 같은 서비스가 큐레이션 영역에서 나름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상황에서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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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둘의 결합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난 솔직히 마냥 좋게만 보지는 않는다. 둘 다 서로의 강점을 노렸지만 제대로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합한다고 해서 갑자기 잘 이해하고 해피엔딩이 될까? 다임러는 벤츠를 만드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자동차 회사다. 크라이슬러는 대중차 영역에서 강점을 지닌 미국 3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다. 이 둘만 놓고 보면 이들도 최고의 결말을 맞았어야 하지만 결론은 그렇지 못했다. 서로의 강점을 이해를 못하고 끝나는 건 보기 드문 사례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 둘의 결합은 잠재력이 매우 크다. 특히나 가지고 있는 전략적 자산의 가치가 서로 공유될 수 있는 것들이어서 기대가 더 크다. 


첫 번째로 지도다. 지도는 오프라인의 모든 정보를 함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의, 식, 주가 필요한데 그 정보가 모두 지도에 있다. 그 지도를 다음은 최고 수준으로 서비스하고 있고 카카오는 이 다음 지도를 활용하여 더 사용자 위치 기반의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콘텐츠다. 다음의 미디어 서비스는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네이버보다 더 강하다. 단순한 유통이 아니라 이 미디어들을 자기 생각으로 소화하고 다시 유통할 수 있는 아고라 같은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있고 이는 다시 대중 미디어의 댓글과 연결되어 더 폭발적인 파급력을 가진다. 이제 미디어에서 공유하기 버튼에 카카오 스토리가 추가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세 번째로 웹툰이다. 만화가 뭐 별거 있겠나 싶어도 이제 웹툰은 포털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다음은 다양한 소재와 스타일의 만화가 있으며 이 만화들은 나름의 팬층을 두텁게 보유한다. 카카오의 콘텐츠 유통에 있어 게임 말고도 제대로 된 콘텐츠를 다시 한 번 유통할 아이템이 생긴 셈이며 이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언어까지 제공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시장 돌파의 무기가 생긴다. 카카오 같은 메신저 서비스는 UX를 완성하는 UI가 중요하고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데 그 이유는 콘텐츠를 채우는 것이 바로 사용자의 메신저 내용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카카오가 라인을 따라잡기 위해 플러스 알파를 노린다면 웹툰이라는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으며 웹툰에서 파생된 이모티콘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 이모티콘은 이제 하나의 기능이 아니라 상징이자 또 다른 언어가 되었다 >



지금 이 둘의 결합을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합리적 결합이었지만 끝이 안 좋은 경우도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둘의 전략적 자산이 시너지가 될만한 것들이 풍부하다는 것에는 반론을 제기할 수 없다. 서서히 죽어가기 이전에 도전을 택한 이 두 기업의 미래가 자못 궁금해진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 동영상은 유튜브입니다(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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