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율
지금까지 손자가 손자병법에서 언급한 5개의 요소 중 명분, 하늘, 땅, 장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제 마지막 이야기 군율에 관한 것이다. 군율은 군 조직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다. 군 조직은 위험한 물건을 많이 다루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며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그래서 규칙을 어겼을시 받게 되는 처벌 또한 엄한 것이 많다.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군율 하면 엄한 것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조금은 다른 부분이다(군율이 엄한 것은 당연하다. 이유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다). 군율의 공평함이다.
전쟁터에서 장수가 자신의 소훌로 인해 전쟁에서 불리한 국면을 맞이하거나 패배하면 그냥 넘어가고 병사의 소훌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면 병사의 목을 친다고 생각해보자. 그 군대는 제대로 싸울 수 있을까? 같은 사안에 대해 누구는 예외가 있고 누구에게는 엄격하다면 그 조직에는 당연히 불만이 퍼질 수밖에 없고 하나로 결합하기가 어렵다. 이러면 대게 손해를 입는 쪽은 하부조직인데 하부조직의 사람들은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된다. 지금은 참지만 나도 상부로 갔을 때 저렇게 하리라...
이렇게 동일 사안에 대해 다른 처벌 결과가 있다면 그 조직은 예측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어렵다. A라는 사안에 대해 사람에 따라 다른 처벌 결과가 있다면 사람들은 저마다 핑곗꺼리를 만들 생각만 한다. 처벌을 피해 빠져나간 사람들의 사례를 연구해서 자기도 빠져나가겠다는 안일한 생각이 자리 잡을 것이고 이는 조직을 예측 불가능의 상태로 몰아간다. 하지만, 누구든지 A라는 사안에 대해 같은 결과가 있다면 사람들은 [A = 누구든지 처벌]이라는 공식을 가지게 될 것이고 A라는 행동을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던가 A라는 행동을 해서 조직에서 이탈하던가 두 개의 명확한 공식을 따르게 될 것이다. 공평한 군율은 이렇게 조직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없애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을 인사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다음과 같은 설명도 가능하다. 조직은 하나의 지성체가 되어야 한다.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그 조직이 최소한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인간을 부품으로 쓰자는 말이 아니다. 시스템이 있어야 분업을 통한 효율이 살아나고 특정인의 부재로 인해 발생되는 공백을 메울 수가 있다. 시스템이 없는 주먹구구식의 조직은 규모가 작을 때는 통할지 몰라도 성장하면서 그 한계를 드러낸다). 공평한 군율은 특정인의 과도한 집중을 막고 조직이 시스템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군율이 공평하지 않으면 그것을 담당하는 사람에게 아부하거나 뇌물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게 마련이다. 아무리 권한이 강해도 모두를 받아줄 수는 없다. 그러면 뇌물을 많이 주거나 아부를 많이 한 사람의 순서대로 자를 수밖에 없는데 뇌물을 주었음에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은 보복을 결심하게 된다. 혼자만 손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면 조직은 붕괴된다.
하지만, 군율이 엄격하고 공평하다면 특정인에게 이런 뇌물과 아부가 통할 수가 없다. 업무 외적으로 사람이 모여들지 않으니 이들이 문제를 일으킬 원인이 아예 사라진다. 나쁜 마음을 먹고 상부층으로 가서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려는 사람 또한 군율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기가 어렵고 청탁의 목적으로 상부층에 로비하려는 하부층 또한 그런 환경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시도 자체가 통하지 않는다. 자신의 뜻에 소신을 가져도 되는 환경 그러한 환경이 공평한 군율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손자가 군율을 가장 마지막으로 삼은 것은 평시에 대한 고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쟁에 나선다면 명분과 하늘, 땅, 장수에 관한 것은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병법서에서 우선순위가 높다. 하지만, 군율은 전시에서만 사용되는 성격이 아니라 전쟁을 대비할 때도, 평상시에도 항상 지켜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더 일반적인 성격을 가지는 부분인 군율이 5개의 요소 중에 가장 마지막이 되지 않았나 싶다.
'윤's > ┗ 손자병법과 기업전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자병법과 기업전략 - 마무리 (4) | 2011.01.13 |
---|---|
손자병법과 기업전략 4 - 장수 (6) | 2011.01.11 |
왜 전쟁과 경영인가? (4) | 2010.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