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전쟁과 경영을 비유하곤 한다. 그리고 공부를 한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고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그냥 따라 하는 것이라면 좋은 결과를 보기 어렵다. 이것은 수학 공식의 원리를 깨닫지 못하고 답만 외워 푸는 것과 같다.
전쟁이라는 행위는 치열하며 목숨이 오고 가는 순간이 발생하는 곳이다. 한마디로 온전한 정신으로 버티기 어려운 곳에서 최선의 판단을 해야 하는 곳이다. 이런 극악의 환경에서 조직을 승리로 이끄는 (정신력, 통찰력, 판단력)힘이라면 그보다는 완화된 조건(목숨을 걸지 않아도 되는 실패해도 노예가 되거나 포로가 되지 않는)의 환경에서도 조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걸을 수도 있지만, 걸을 수밖에 없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뛸 수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다음은 내가 생각하는 전쟁과 경영의 공통점이다.
사람이라는 자원 -
전쟁에서도 병력이라는 요소가 있다. 이들을 지휘하면서 전투라는 행동이 나타나고 전투를 통해 목적을 달성한다. 경영도 인력이라는 요소가 있다. 이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면서 제품과 서비스라는 결과가 나타난다. 사람을 매개체로 하여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리더의 존재 -
전쟁도 경영도 모두 지휘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이건 조직화한 사회 구조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회 구조보다 전쟁과 경영의 행동이 훨씬 격렬하기 때문에 리더의 존재는 더 중요하며 크다. 전쟁에서 리더의 중요성은 더 말할 것이 없다. 당장 죽고 사는 문제에서 민족과 국가의 존폐가 달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2개의 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자본주의 핵심은 기업이고 이를 운영하는 시스템은 경영이다. 그러므로 경영의 리더는 우리 사회 한 축의 리더라고 인식해도 될 것이다.
정보의 홍수 -
전쟁터에서는 수많은 정보를 받게 된다. 문제는 정보의 종류와 질이다. 리더는 수 많은 정보를 받게 된다. 이 정보 중에선 전쟁에서 이기고자 상대방이 흘린 거짓 정보가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올바른 정보가 있을 수도 있다. 또한, 거짓 정보나 올바른 정보는 아니더라도 (겁먹은 정찰병)아군에 의해 변질된 정보가 있을 수도 있다. 누가 어떻게 이 정보를 분류하고 활용하고 무시하고 역이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 난다. 기업 또한 마찬가지다. 미디어를 통해 발표되는 상대방 기업의 정보는 믿을 만한 것인가? 안 하겠다고 했지만, 어느 순간하고 있고 또 지금까지 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손털고 나가기도 한다. 이에 적절한 예로 스티브 잡스는 지금까지 경쟁자를 교란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거짓말을 했다.
1. 애플이 500달러 짜리 컴퓨터를 만들면 쓰레기라고 했지만 499달러의 iPad를 만들었다.
2. 태블릿 PC를 만들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역시 iPad를 만들었다.
3. 휴대전화를 할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아이폰을 만들었다.
4. 책의 미래가 어둡다고 하면서 e-리더 킨든을 혹평했으나 iPad에 아이북스를 넣었다
5. 아이팟이 음악에만 충실할 것이라고 했지만 2005년 아이팟에 동영상 스크린을 추가했다.
6. 가격 경쟁력을 위해 아이팟 터치에 카메라를 달 생각이 없다지만 4세대에는 2개의 카메라가 달렸다.
또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정보의 양은 더 많아졌다. 심지어는 복제된 정보의 증가는 더 혼란스럽게 한다. A1, A2, A3.... 결국은 A라는 본질은 하나인 정보지만 사람들을 거치면서 아주 미세하게 바뀌는 정보들... 이런 넘쳐나는 정보 중에서 진짜를 골라내는 것에 승패가 달렸다.
조직의 싸움 -
또한 조직의 효율적인 운영이라는 목적을 위해 조직을 나누어 운영하는 것 또한 닮았다. 전쟁에선 전투 임무의 종류에 따라 공병, 포병, 보병, 기갑, 통신 등으로 나뉜다. 경영 또한 행정, 사무, 기획, 회계, 인사 등 목적에 맞게 세분화된 조직을 가진다. 이렇게 두 분야는 조직의 운명도 조직의 세분화를 통한 운영이라는 것 또한 닮았다.
의외의 변수 -
전쟁과 경영 모두 힘든 환경 속에서 구성원에게 높은 집중도를 요구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평상시의 정신력을 보여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그 결과 통제력과 자제심은 줄어드는 과정에서 한 (꼭 리더가 아니더라도)구성원의 행동이 전체를 파멸로 이끈다. 경영의 경우 다음의 사례가 적절하다. 영국의 베어링 사는 오랜 전통의 금융그룹이었다. 하지만, 1995년 4월 27일 아시아 증권시장에서 1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보고 파산하고 만다. 그리고 1달러에 ING에 인수된다. 이는 당시 28세의 트레이더 닉 리슨이 허가되지 않은 (닛케이 255를 이용한 차익거래)파생거래를 했는데 이게 문제가 된 것이다. 정상적인 구조에서는 손실이 있더라도 파산의 단계까진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때는 한 트레이더의 부정행위뿐만 아니라 일본의 고베지진이라는 변수(당시 트레이더는 일본 금융시장의 변수가 없어 변동성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진으로 인해 엄청난 변동성이 발생)까지 겹치면서 오랜 전통의 글로벌 금융 그룹을 한 번에 보내버렸다. 트레이더 한 명에 의해 누가 기업이 파산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전쟁과 경영은 이런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공통점 들을 가지고 있다 보니 전쟁에서 활용되는 전략과 시스템 또한 경영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호환성을 가진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전쟁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그들은 어떤 의사결정을 했었고 어떤 조직 구조로 환경에 대응했었는가 하는 공부가 경영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즉, 전쟁의 전략과 구조라는 모의고사를 통해 기업의 경영이라는 실전을 대비하는 것이다.
공통점뿐만 아니다. 전쟁에서의 정신력은 평상시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것을 요구한다. 목숨이 오고 가고 국가와 민족의 존폐가 달린 전쟁에서 수많은 정신적, 물리적 압박을 이기고 승리로 이끄는 정신력(전략)은 인간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수준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비유한 듯이 최고 수준의 문제(전쟁)를 해결할 수 있는 정신력은 그보다 낮은 단계의 문제(경영)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지금은 평상시이기 때문에 전쟁에서처럼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는 없지만 날로 격화되는 비즈니스 환경은 보통의 정신력이 아닌 최상의 정신력을 요구한다. 또한, 자본주의의 발달로 사회를 발전시키고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며 고용을 창출하는 행동의 주체인 기업의 역할은 국가만큼이나 중요해졌다. 바로 전쟁에서의 수준에 즈음하는 정신력을 요구하는 환경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싸워야 할 대상은 더 많아졌다.
이런 시기에 전쟁의 정신력을 분해하고 승리로 이끄는 힘을 제시하는 병법서는 경영에서 요구하는 극한의 정신력에 도달하는 힘을 제시할 것이다.
이것이 내가 병법서를 보는 이유이고 전쟁과 경영이 왜 같이 가는가에 대한 나의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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