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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 손자병법과 기업전략

손자병법과 기업전략 3 - 땅(기업에서의 땅)

by cfono1 2010. 12. 23.





 

이번에는 기업환경에서의 땅이다. 기업환경에서의 땅은 지난번 손자병법에서와 같은 지위를 가진다. 우선은 기업의 규모에 따른 위치에서 나오는 것과 그 경쟁이 일어나는 땅(터전)에서의 위치이다. 우선 살펴볼 것은 기업의 위치에서다.

기업은 저마다 위치를 지키고 있다. 크게는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제너럴리스트는 규모의 경제로 시장을 장악하는 회사들이다. 자동차 회사들로 보자면 토요타, GM, 현대와 같은 회사들이다. 재밌게도 이들 시장은 참여자의 수가 많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3개의 회사로 정리되며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1등 업체: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산업 표준으로 시장을 장악한다. 규모도 크기 때문에 혁신적이기보다는 혁신적이라고 판명된 것을 이후에 적용한다.
2등 업체: 1위 기업이 먼저 한 것을 보면서 잘된 것과 잘 못된 것을 보고 학습한다.

3등 업체: 항상 혁신을 추진하며 1, 2 등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특별함을 무기로 삼는다.

이렇게 이들은 규모의 경제가 통하는 시장 대부분을 장악한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들은 이들이 시도하기에는 규모도 작고 위험성(이 위험성은 상대적인 것으로 제너럴리스트의 입장에서다)이 큰 것으로 스폐셜리스트가 장악한다. 자동차 회사들로 보자면 페라리, 람보르기니가 될 것이다. 제너럴 리스트가 보기엔 이런 수작업 방식의 고급 수제 차는 손을 댈 수가 없는 영역이다. 또한 브랜드 가치 또한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다. 괜히 어느 날 우리도 수제 최고급 스포츠카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선언하다가는 주가만 폭락하는 꼴을 겪을 것이다(좋은 예로 대중적인 차를 생산하는 폭스바겐이 만든 최고급 차 페이튼은 뛰어난 성능에도 미국시장에 비참한 실적을 올렸다. 제너럴리스트가 스페셜리스트의 영역으로 가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 물론 자동차 시장은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로 칼로 자르듯 나누어지지 않는다. 대량생산을 통한 이점을 누리면서도 스페셜리스트의 이점 또한 가지는 자동차 영역이 존재하는데 이들이 벤츠, 아우디, BMW, 재규어, 캐딜락 등이다.

GM, 토요타, 현대   /   벤츠, 아우디, BMW, 재규어, 캐딜락   /   람보르기니, 페라리

나눈다면 이런 구분이 가능하겠지만 더 쉬운 설명을 위해 확고한 제너럴리스트의 특성을 있는 GM, 토요타, 현대와 확고한 스페셜 리스트의 성격을 가지는 람보르기니, 페라리로 예를 들어 설명한다.

기업이 자신의 영역에서 위치를 모른다는 것은 한마디로 분수를 모르는 것이다. 지난번 병법에선 땅을 국가에 비유했다. 최강국가가 있다. 인구도 많고 자원도 많고 땅도 많다. 이런 국가를 인구도 그보다 적고 자원도 그보다 적으며 땅도 그보다 적은 국가가 공격하는 것이 타당한 전략일까? 미친 전략이다. 인구의 적음, 자원의 부족, 땅의 협소를 뛰어넘는 다른 무엇인가가 없다면 이건 화약을 들고 불 속을 뛰어드는 꼴이다. 기업이 바로 그렇다. 자신의 위치를 알고 그것을 극복할 현명한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경쟁이 일어나는 땅을 이해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에서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한 기업을 들자면 LGT(지금은 LGU)를 들 수 있을 것이다. LGT는 경쟁이 참 힘들었다. KT는 전통적인 유선 부분의 강자였고 SKT는 무선 부분의 강자였다. 무선과 유선 한쪽씩 영역을 차지한 강자들이 1, 2위를 점하는 상황에서 3위인 LGT가 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3위 업자다운 혁신이다. LGT는 myLG070이라는 인터넷 전화를 들고 나왔다. 1, 2위가 하지 않는 부분을 꾸준히 밀어붙였고 사람들의 인식 속에 인터넷 전화로 LGT는 자리 잡으며 KT의 기존 유선통신에 대응하는 경쟁력을 만들어 갔다. 또한, LGT는 오즈라는 무선통신에 진출했다. 1, 2위가 화상통신이라는 영역에서 싸우는 동안 이 부분에 진입하지 못한 LGT는 무선데이터 통신에 진출했고 자체적인 브랜드 오즈를 만들어 경쟁을 시작했다. 물론 LGT가 3위를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한발 빠른 대응을 보여줬고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아직도 사람들의 인식 속에 무선 인터넷 데이터 요금제 하면 진리의 오즈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만약 LGT가 이런 자신의 한계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않고 1, 2위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같게 승부를 보려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규모의 한계에서 오는 지구력 싸움에서 밀렸을 것이다.

이번에는 땅에 대한 이해력을 이야기해 보겠다. 전쟁이 일어나는 지형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그 싸움은 승리할 수가 없는 싸움이다.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은 소련을 침공하면서 소련의 땅이 가장 혹독한 추위의 땅이란 것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또한, 소련의 가을장마가 땅을 얼마나 무르게 만드는지에 대한 이해도 없었다. 당시 독일의 기갑군은 당대 최고의 전투력을 보여줬다. 그들의 전격전 앞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렇게 강력한 독일군이라 하더라도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자신의 강점을 온전하게 펼칠 전략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땅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독일군은 겨울작전에 대비한 방한 대책이 없어 병사들을 추위로 내몰았고 소련의 가을장마로 인한 엉망진창이 된 땅에 독일군이 적절한 기동을 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국에서의 좋은 사례로는 월마트와 까르푸가 있다. 이들은 글로벌 유통 공룡이다. 이들이 침공해서 살아남지 못한 곳이 없다. 단 한국만 빼고... 이들은 전투가 벌어지는 한국이란 땅을 이해 못 했다. 그리고 그들이 하던 대로 잘하는 대로 하려고 했다. 그 결과는 잘 알듯이 깨끗이 털고 나갔다. 그리곤 다신 발 못 붙였다. 한국 사람들이 창고보단 고급스러운 것을 원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공산품도 좋지만, 신선식품을 원한다는 것도 알지 못했고, 도시 외곽보단 도심지 근처에서 가깝게 해결하고 싶어한단 사실을 모두 몰랐다. 전투가 벌어지는 땅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했으니 이길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마치 전투력 자체는 우수하지만, 전투가 벌어지는 소련의 땅을 이해 못 한 독일군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하늘이 시대의 흐름이라 마땅히 따라야 할 것이라면 땅은 전략에서 내가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준다. 이 부분은 글로벌 기업의 강점을 살리면서도 현지화를 통한 최적의 전략을 구사하는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글로벌라이제이션 2.0도 있다. 글로벌라이제이션 - 국제화 - 이라는 부분에 개방과 소통을 통한 공유라는 정신의 2.0이 만나 더 향상된 국제화로 보인다.)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이제 전략의 5요소인 명분과 하늘, 땅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다음은 이것을 구현하는 사람 즉, 장수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