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언론사가 곧 진실인 시대가 있었다. 언론사의 보도를 통해 세상을 접하는 사람들은 언론사가 백이면 백, 흑이면 흑이라고 믿었다. 이는 독재정권에서 최고의 무기이자 최고의 약점이기도 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은 독재정권에서 빨갱이들의 활극으로 인한 시가전이 되었지만, 영화 1987의 소재가 되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온전히 세상에 드러나 세상을 바꾸는 뇌관이 되었다. 지금은 어떨까? 언론사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한가?
IT 시대가 오면서 바뀐 것 중 하나는 미디어 권력의 분산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핵발전소의 위험이라는 메시지를 언론사에서 내보내면 그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언론사의 시스템이 핵발전의 위험에 대해 검증을 했다고 신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핵 관련 권위자가 자신의 SNS 또는 특화된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올릴 수 있고 이 정보는 개인에게 실시간으로 배달된다. 더 많은 분야에서 더 깊은 지식을 요구하는 시대에 언론사는 따라가기 힘든 세상. 그러나 메시지의 전달은 빠른 세상. 그렇다. 이제는 메시지 이전에 메신저가 권력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이는 국가를 따지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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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만이 독점하던 메시지 유통 구조를 이제 개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정보 유통 경로가 다양화되었다는 점에서 반길만한 일이다. 다만, 이 유통 경로의 다양화가 좋은 결과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메시지 그 자체가 문제가 있을 때의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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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자체가 가짜라면 이건 언론사건 개인이건 유통 경로를 따지지 않고 사회 전체에 피해를 준다. 앞서 IT 기술 발전이 경로의 평등함을 가져왔다면 이는 단점이 되어 돌아온다. 가짜 메시지가 전달되는 경로가 스팸메일처럼 뿌려진다면 그냥 무시하고 말겠지만, 그 경로가 내가 공적, 사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을 통해서 온다면 무게감이 달라진다. 공적, 사전인 관계의 신뢰감이 그 가짜 메시지에 투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론사보다 더 빠르고 촘촘한 유통 과정은 가짜 메시지를 중복해서 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가짜 메시지에 대한 신뢰가 더 강화된다. 더욱이 최근 포털 및 SNS 기업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특정 메시지를 가장 먼저 전달하는데 이 과정 또한 오염된 가짜 메시지를 전달하는 최적의 유통 경로가 되고 있다. 알고리즘의 판단 근거가 바로 사용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그룹의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을 통해서 받게 되는 중복되는 가짜 메시지. 이 메시지는 결국 수신자를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만들게 될 확률이 높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옷을 만들었다고 했고 믿었지만 결국 한 명의 용기로 인해 깨지는 그런 가짜 메시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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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언론사의 판단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시대를 살게 된 지금. 정보 유통 경로의 다양성이라는 장점 대신 얻게 된 가짜 메시지의 늘어난 접점이라는 단점을 항상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느새 벌거벗은 임금님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입니다(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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