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나이트 이후 그렇다. 좀 뭔가 시시하다. 다크 나이트에서 보여주는 배트맨의 고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지만 지키고는 싶고 그렇지만 지킬 수 없는... 그리고 그걸 이용하는 광기의 악당 조커. 기존에 보여주지 못한 이 대작은 날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 이후 히어로 영화의 패턴은 다크 나이트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것 같다. 주인공의 단순한 고민이 아닌 진지한 성찰과 번뇌까지 담는 영화들. 그러나 다크 나이트 이상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번 스파이더맨 또한 그렇다.
과거 스파이더맨 주인공과는 확실히 다르다. 카메라 앞에서 뭔가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할 만큼 미디어에 대한 이해도 있으며 여자친구에게 급한 상황에서 키스를 날리며 수작을 걸 수 있는 여유도 있다. 과거의 소심하면서 내성적인 피터 대신 인기와 자신감이 있고 꾼의 기질이 넘치는 피터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그 결과 피터의 반대에 서 있는 해리 오스본 또한 많이 다르다. 과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원한으로 시작된다면 이번에는 자신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시작으로 하며 그렇기에 더 집착이 강하고 타협의 여지가 없다.
2편의 이런 구조가 싫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구조를 더 강하게 드러냈으면 어땠을까? 피터가 스파이더맨과 여자친구 그웬의 관계에 대한 실랑이는 좀 많지 않았나 싶고 피터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죽음을 파해치는 것 또한 추리력 있는 뒤쫓음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액션은 그야말로 4D 같은 환경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봐도 될만큼 멋지지만, 그 악당 일렉트로의 시작이 그리 매끄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마치 두 번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더 본격적인 이야기라기보다는 1편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
제작사에서 스파이더맨 이야기를 길게 가져가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런 호불호는 나올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편에서 주인공의 각성과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자세가 제대로 잡힌 만큼 이후의 이야기에서는 더 제대로 된 구도가 형성되고 액션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 최악은 아니지만 좀 가벼운 마음으로 본다면 그래도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이미지는 다음 영화입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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