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에서 치킨을 내놨다. 가격은 무려 5,000원. 파파이스에서 치킨 3조각도 못사는 돈으로 한 통을 살 수 있다면 이는 분명 매력적인 것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환영 받은 것은 아니었다. 이마트 피자에서 보듯이 소상인들의 격렬한 반대를 불러왔다. 돈 많고 무엇이든 마음 먹으면 할 수 있는 재벌이 소상공인 등쳐서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 흑과 백으로만 구분되지는 않는다. 여기에도 나쁜 놈과 서러운 놈만이 있는 것은 아닌것이다.
소상공인들은 사실 힘이 없다. 이들의 처지는 남의 땅에 농사짓는 소작농과 다름없다. 그만큼이나 불공평하고 힘든 위치이다. 자신이 분명 가맹주임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 업체의 명령을 거스를 힘이 없다. 그들의 시스템에서 벗어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그들은 자리를 떠야한다. 만약 거부한다면 빠른 시일내에 가까운 곳에서 새로 오픈하는 가게를 보게 될 것이다. 그꼴을 보지 않으려면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제시하는 여러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에서 득을 보는 것은 프랜차이즈 사주. 치킨 가격이 올라도 양이 부실해져도 1차적으로 욕을 먹는것은 가게 사장이다. 가맹주가 가격을 올리고 싶은 맘이 없어도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올리면 따라야 한다. 프랜차이즈 없이 혼자의 힘으로 치킨 집을 한다면 오히려 프랜차이즈 가맹주보다 운신의 폭이 넓을 것이다. 적어도 프랜차이즈 관련 계약사항은 없을 테니까...
이런 구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오늘 롯데마트 관련하여 영세상인의 분노가 폭발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 기사에 따르면 시위에 나선 이들은 다양한 프랜차이즈 가맹주들이라고 한다. 치킨 가격을 올리며 돈을 벌어들인 사주가 아닌 가맹주들이 나서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프랜차이즈의 구조에서 어쩔 수 없이 사주의 이익을 대변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대리전인 것이다. 프랜차이즈의 사주 이익을 대변해야하는 영세상인과 거대 유통기업 롯데마트.
분명 영세상인들의 입장에서 들을 부분도 있다. 대형마트가 영세상인의 영역을 침범하여 수익을 가져간다면 지역경제 또는 시장경제의 하부를 담당하는 영역이 부실해진다. 그나마 사람들이 도전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영역이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이 선진국처럼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도 아니고 직업교육이 잘 마련된것이 아닌 만큼 이런 상황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체가 그동안 보여준 행태는 (연예인 등장)지나친 마케팅 비용과 비효율적 구조로 가격 상승을 주도한 부분은 분명 피할 수 없는 그들의 치부다.
롯데마트의 입장에서도 들을 부분이 있다. 그들의 마케팅적인 전략도 있겠지만 분명 획기적인 가격으로 경쟁이라는 것을 유도하여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경쟁을 통한 발전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소비자는 더 나은 혜택을 입는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롯데마트가 치킨 시장의 승자가 되었을 때도 이런 자비를 보여줄 것인가? 이미 경쟁할 수 있는 경쟁자가 사라진 시장에서 승장의 횡포는 너무나 잘 보고 있다. 특히 자동차 시장이 그렇다. 또한 이렇게 지역 경제가 무너지고 난 뒤 오는 집중화 현상의 피해는 누가 책임질까? 아무도 없다.
영세상인이 이긴다고 해도 그건 프랜차이즈 사주의 승리이자 온전히 영세상인의 승리가 되지 않는다. 롯데마트의 승리가 된다고 해도 그건 롯데마트의 승리지 소비자의 승리가 되긴 어렵다. 누가 이기던 영세상인과 소상인, 서민의 승리가 되지는 않는다.
마치 프레데터와 에일리언의 싸움과도 같은 것이다. 이 무지막지한 외계인들이 싸운다. 하지만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지구인의 미래는 없다.
그렇다면 이 지옥같은 상황을 벗어나는 비책은...? 올바른 투표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