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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 집단지성과 경영

집단지성과 경영 4 - 두 번째 분면

by cfono1 2011. 1. 26.


이번에 살펴볼 구간은 참여자의 토론역량이 낮고 참여자의 수가 많은 두 번째 구간이다. 우선 참여자의 수에 대한 설명이다. 여기서 참여자의 수는 국가 수준의 수다. 즉, 여기서 참여자는 국민이다. 행정조직, 관료조직은 직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초점은 오직 국민으로만 맞춘다. 그리고 더 실제적인 장소를 들어 설명하겠다. 바로 Daum의 아고라다.

아고라는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많은 의견을 모으는 새로운 장소였다. 딱히 어느 단체의 간부거나 정당의 리더가 아니어도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서로의 의견이 보완되면서 하나의 해결책이 나오는 지도부는 없지만 일사불란한 조직 그것이 아고라였다. 서로 다른 분야의 수많은 참여자가 자신의 지식을 기반으로 내놓는 의견들은 개개인이 혼자일 땐 미처 몰랐던 많은 사실을 알게 해주며 단점들을 보완시켜 갔다. 이 좋은 곳이 왜 지금은 활약이 뜸해진 걸까?


국민이라는 참여자

아고라의 참여자는 국민이다. 특정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그야말로 자유인인 상태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다. 장점으로는 손쉬운 참여다. 누구나 참여하기 때문에 다양성이 증가한다. 미처 몰랐던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통제할 수 없다. 잡음을 일으키는 참여자에 대한 어떤 제재가 가능할까? A에 대해 토론하는데 B라는 주제를 끌어들이며 전문용어로 깽판을 치는 참여자에 대한 제재는 무엇인가? 신고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이디는 또 만들면 된다. 욕설에 대한 기술적 필터링? 한글은 그런 것을 무력화시킬 정도로 창의적이며 위대한 언어다. 사이버수사대에 신고? 처리는 되겠지만, 개인이 겪어야 할 불편함도 존재한다. 직장에서 잡음을 일으키는 참여자에 대해 다양한 제재가 가능하지만, 아고라에선 불가능에 가깝다. 마땅한 제재의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잡음을 일으키는 토론역량이 낮은 참여자가 날뛰기에 더 좋은 환경이 된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이 기다리는데... 그것은 조종당하는 국민이 되는 것이다.


여론조사와 미디어의 부작용

여론조사의 한계(기사)는 이미 잘 나와 있다. 이런 상황을 가정해보자. 미디어의 파급력을 이용해 누군가 상황을 조작하려 한다고 말이다.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지지를 받는 것처럼 나오고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중요하게 또는 중요한 문제가 중요하지 않게 보도된다고 생각해보자. 이슈가 누군가에 의해 정리되어 통제된다고 생각해보자. 세 사람이 말하면 없던 호랑이도 생긴다고 하지 않던가? 이러한 환경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토론역량이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떤 사안에 대해 고민을 해보기보다는 미디어에 대한 맹신을 하고 있으며 여론조사를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보다는 비판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쉽게 조종당한다. 그 결과 응답률과 조사 방법 등이 빠진 말 그대로 퍼센트만 있는 여론조사를 아무 의심 없이 믿으며 실제상황과 다른 미디어의 보도에 대해서도 종교적인 믿음으로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첫 번째 분면에서처럼 자신의 의견에 대한 의문에 강한 공격성을 드러낸다. 이것이 가벼운 사안이 아닌 이유는 이들이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라는 것이다. 내가 동의하진 않았지만, 조종당한 이들이 만든 의견이 나의 미래에 간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고라의 예로 돌아가 보자. 광우병 파동 때 활발한 온라인 토론이 있었다. 그때의 참여자들은 어땠을까? 자정작용으로 해결할 수 있을 만큼 토론역량을 갖춘 사람이 많았던가(반대로 생각하면 토론역량이 떨어지는 사람이 많았던가)? 여론조사의 조사 정보들은 충실히 제공되었고 미디어의 거짓말은 없었던가? 이에 대한 대답은 각자 생각해 보는 게 좋겠다. 

합리적 의문을 유언비어 및 이적행위로 간주하는 국가는 발전할 수 없다. 건전한 여론이 형성될 토양이 없기 때문이다. 토양이 없으니 창의적이며 다양한 의견이 모이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 이야기를 다음의 이야기 네 번째 분면에서 설명하겠다.



* 세 번째 분면을 건너뛰는 이유는 가장 많은 설명이 나올 것 같아서입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상 두 번째 분면을 극복하는 대안이 나오는 것이 적절할 것 같아 순서를 바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