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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서재

엽기 조선왕조실록

by cfono1 2011. 2. 17.


정확하게 어떤 블로그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히 보기는 보았는데... 어떤 블로그인지 모르지만 내 눈에 띈 건 엽기와 조선왕조라는 두 개의 단어였다. 내가 꽤 좋아하는 단어다. 여기서 엽기는 진짜 기괴한 것이 아니다. 된장 대신 똥으로 국을 끓여 먹는 이런 비정상적인 행위가 아니라 내가 알고 있던 평범한 지식이라 여겼던 것이 새롭게 보일 때의 신선하고 유쾌한 엽기다. 

조선에 대한 역사는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군주제라고 하지만 신하의 권한이 유학이라는 시스템에 의해 보장된 국가로서 나름의 균형이라는 것이 존재했고 그 견제의 한 부분이 신하가 왕의 모든 것 그리고 정상에 관한 모든 것을 빠짐없이 기록하여 보관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의 역사보다 더 자세히 그리고 다양하게 조선이라는 시대를 관찰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성주로 딴지일보에서 팬더(특히 민간 군사전문가로서 글이 아주 해박하다)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분이다. 그래서 책의 전체적인 글 분위기도 딴지스럽다. 적절하면서도 좀 껄렁한 농담의 분위기? 그런 분위기가 이 책에는 있다. 실록에서 번역한 딱딱한 글이 아닌 현대에서 쓰이는 말이다 보니 조금은 역사성이랄까 그런 느낌이나 믿음을 조금 떨어뜨리는 감이 없진 않지만, 책의 재미는 2006년 5월에 발간된 책임에도 시간에 구애 없이 살아 있는듯하다.

가장 재밌는 이야기랄까? 좀 깨는 이야기라면... 조선시대 사약과 성교육에 관한 이야기다. 한약이 사람의 체질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다 보니 사약 한 사발에 죽지 않는 일이 발생하는 것. 그래도 양반에게만 육신을 나름 보존케 하려고 허락된 형벌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된 것이다(양반은 그래도 집권층이며 부모가 주신 육체를 함부로 훼손할 수 없다는 존중이 깔렸다. 하지만, 그래도 죽는다). 우리가 사극에서 전하! 하면서 들이키자 바로 읔! 하면서 피를 토하고 죽는 그런 상황이 아니라 심하게는 한번이 아니라 3 사발까지 먹이고 그래도 죽지 않아 집행관이 활 시위로 목 졸라 죽였다는 기록을 보면... 좀 엽기였다. 한편으론 불쌍하고... 말 그대로 두 번 죽이는 꼴이니 말이다.

또 하나는 조선 시대의 성교육이라는 게 신기했다. 이 부분은 전혀 예상 못했다. 지금의 시대에 음란물이 있듯 과거의 시대에도 음란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했지만, 과거의 성교육은 전혀 뜻밖이었다. 책에 따르면 서당에서 논어를 다 배우면 보정이라는 것을 배울 자격을 주었는데 여기서 보정이 성교육이다. 주 내용은 그 당시의 의학적 상식 전달과 일(+_+?)의 진행에 남녀에 대한 법도가 어긋나지 않게 하라는 것! 물론 그 당시 의학 상식이 정액의 배출이 많으면 생명이 다하니 위험하다는 지금으로 보면 엉뚱한 논리지만 그래도 남녀 간에 지켜야 할 법도나 배려라는 측면은 지금의 즐긴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것보다는 오히려 좋은 것 같다. 현대의 성문제도 어쩌면 사람이 사람답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이 책에는 이외에도 많은 즐거움이 있으며 이 책의 차례는 다음과 같다.


제1장 조선 왕의 좌충우돌 통치역정

숙종의 폭탄선언, “관우야, 사랑한다” -왕권강화와 관왕묘
중전과의 하룻밤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왕과 중전의 하룻밤
조선왕조 최대의 ‘창씨개명’ 사건 -금(金) 씨를 김(金) 씨로 부르는사연
세종의 며느리와 궁녀, 그리고 진실게임 -내전의 레즈비언 문화
왕과의 동침, 그 엄한 여정의 상서로움 -왕이 궁녀와 사랑에 빠질 때
어디 나랏돈만 내 돈이더냐 -왕의 합법적 비자금
하늘을 봐야 별을 따시옵니다 -왕실의 성교육
왕자의 친구는 역사상 최연소 공무원? -왕자에게도 친구가 생긴 사연
조선시대에도 <100분 토론>이 있었다? -왕이 평생교육
‘ㅇ’ 받침 하나에 목숨을 건 임금들 -‘조’와 ‘종’의 차이
가슴이 작은 여자가 좋다! -왕비의 조건
독야청청 홀로 빛나야 할 성스런 왕의 이름 -이성계가 이름을 바꾼 사연
전하 어찌 불쌍한 송아지의 우유를 빼앗아 드시옵니까? -왕의 밥상에만 오른 소젖


제2장 왕도(王道)로 완성되는 백성의 삶

백성이여, ‘백의(白衣)종군’을 금하노라! -흰옷을 금지한 사연
효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효자의 조건
쇠고기와의 전면 전쟁을 선포하노라! -재산목록 제1호, 소
아버지가 아들과 한 상에서 밥을 먹은 죄 -부자(父子) 겸상의 위험
조선을 골초국가의 위기에서 구한 광해군의 일갈 -어른과 맞담배를 못하게 된 사연
조선군과 왜군의 한 끼 식사량 전격 비교: 7홉 vs 2홉! -대식국(大食國) 조선
서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모내기 -선진농법을 거부한 사연
<논어>를 떼야 성교육 과정 입문? -조선식 성교육 과정
주막에도 술이 말라버린 영조 치세 반백 년 -영조가 금주령을 내린 사연
나라의 운명을 건 한판 승부, ‘귀고리 퇴치 운동’ -조선의 금 귀고리가 드문 이유


제3장 조정 대신과 양반가의 도(道)

과거만이 살 길이다, ‘돌격, 앞으로!’ -시장판이 된 과장(科場)
관운장의 화려한 부활과 조선의 치욕 -전국에 넘쳐나는 관우 사당
조선 외교사신의 빛나는 투혼 제1탄 -200년에 걸친 ‘족보전쟁’
조선 외교사신의 빛나는 투혼 제2탄 -제2차 ‘족보전쟁’
천국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넘쳐나는 양반
대신의 죽음과 떠나간 자의 유산, 임시공휴일 -정조시일의 명암
엘리트에게는 엘리트만의 죽음의 방식이 있다! -임금의 마지막 은총, 사약
사형수가 죽고 싶어도 절대 죽을 수 없는 날 -사형집행을 하면 안 되는 이유
생사의 갈림길에 선 대역죄인의 혈족 -삼족(三族)의 필요충분조건
성균관 유생, 7월 항쟁의 불꽃을 올리다 -유생의 시위문화
샐러리맨의 애환이 담긴 법정 공휴일 -연초면 관료들이 서운관에 몰려든 사연
숭늉에만 위아래가 있더냐? 안경 착용에도 법도가 있거늘! -안경 착용 예법


제4장 조선 문명의 재발견

조선에서 배우는 부동산 투기 근절법? -계약서에 땅 파는 이유를 적은 사연
억울함의 ‘엄격한’ 조건 -신문고 치고 매 맞은 사연
세계 최초 ‘면 소재 방탄 재킷’ 개발 프로젝트 -신미양요 승리의 요인
조선시대 율곡 프로젝트 ‘물소 수입 작전’ -조선이 물소 뿔에 집착한 사연
조선시대 최대 유전자 변형 프로젝트 -동양 최대 준마 생산국의 영광
조선시대 전천후 그린벨트 -해수욕장 옆 소나무 숲의 비밀
왕실 화장실은 이동식 수퍼 오토매틱 시스템? -왕의 용변에서 매화향이 나는 사연

저자 후기
참고 도서


큰 어려움 없이 조선의 새로운 모습을 재밌게 보고자 한다면 한번 읽어봄이 어떠할까 싶다!


* 간만의 독후감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