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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서재

사쿠라 훈민정음

by cfono1 2011. 12. 4.



최근 '뿌리 깊은 나무'가 인기 대폭발이다. 역사상 가장 이상적인 군주를 가장 비상식적인 지도자가 있는 시절에 본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그 이전에도 세종대왕이 좋았다. 무척이나 말이다. 문자가 권력인 시대. 그 문자는 한자였고 한자를 알아야만 권력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 권력은 한자를 배울 시간과 돈이 있는 양반 사대부의 것이었다. 조선의 사대부의 나라다. 고려의 귀족이 끝나고 조선이 등장할 때 핵심 이념은 성리학이었다. 성리학은 무엇으로 쓰였는가? 바로 한자다. 이렇게 그들만의 것인 세상에서 세종은 조선의 질서를 깨려 한다. 한글로 말이다.

지식을 더 쉽게 공유하고 남기고 배울 수 있다면 그에 맞추어 백성의 권리 또한 높아질 것이고 국가가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 그래서 누구나 알기 쉽고 배우기 쉬운 글자가 우리만의 글자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조선의 권력 기반을 차지하는 사대부의 성리학 체제를 넘어선 것이다.

이런 생각이 있던 차에 한글과 관련된 책이 없을까 궁금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훈민정음이지만 사쿠라가 붙었다. 일본적인 단어인 사쿠라가 왜 붙었을까? 그것은 일제 강점기와 연관되어 있다.

일제 강점기는 단순히 우리의 재산을 빼앗은 것만이 아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다. 그보다 훨씬 더 긴 36년간 우리의 언어를 파괴하며 자리를 차지한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쓰는 단어들의 기원이 일제 강점기에 총독부에서 쓰이던 단어라면 기분 좋은 사람이 있을까? 문자에는 그 민족의 혼이 실린다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여전히 해방은 했을지언정 독립은 하지 못한 민족이다. 가장 어이없었던 것은 '수우미양가'였다. 초등학교(내가 다닐 땐 국민학교) 시절 성적표에 있던 수우미양가의 기원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장수가 수급을 밴 숫자의 등급을 표시하던 '수우양가(한국에서 미가 추가)'라는 것이다. 도요토미는 조일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조선의 백성 또한 이런 방식으로 등급을 매겼을 것을 생각하면 기가 막히다. 근데 그 등급이 학교 성적 분류에 쓰이다니...

이렇게 이 책에는 당연하게 쓰이지만 마치 우리의 것인 것처럼 있었던 가짜 한글에 대한 이야기가 단편이야기로 실려 있다. 어제 도서관에서 빌렸지만, 반나절도 안 돼서 다 읽을 만큼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세종이 남겨준 아름답고 위대한 선물을 더 아름답게 쓸 수 있는 방법.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는 듯하다.



* 이미지는 다음 책 검색을 활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