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드디어 애플에서 물러났다. 물론 완전히 끈을 놓지는 않겠지만, 현업에서 물러나는 만큼 이전과 같을 수는 없다. 특히나 기업의 방향을 정하고 모든 연결 고리를 만들던 사람의 퇴장은 분명히 뼈아픈 손실이다. 절대자의 물러남에 많은 기업이 내심 반색을 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볕 들 날이 오는가 하면서 말이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꿈 같은 일이다.
1. 시기가 다르다. 지금은 애플이 완성한 생태계가 그간의 노력에 힘입어 가속이 붙은 상태로 질주하는 상황이다. 모두가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1등과 2위 그룹의 차이가 너무 벌어져서 1등이 정말 심각하고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따라잡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안 그래도 뛰어난 회사가 출발도 먼저 했다. 그것도 수 년 전에 말이다. 업치락 뒤치락하면서 아옹다옹하는 상황에서 잡스가 물러난 것이 아니다.
2. 완성도가 다르다. 애플은 핵심 운영체제를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유통채널 또한 독자적으로 소유하며 만들어내는 하드웨어 또한 매력적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 3개의 구성을 모두 완성했고 애플을 제외한 나머지 2위 그룹은 이제서야 이 3각 체재를 따라 하려 한다. 그것도 최근에서야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해서 3각 체재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 3각 체재를 모두 소유하지는 못하더라도 안정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앞으로 수년이 걸릴 것이다. 그런데 이 기간에 애플은 손 놓고 있을까? 당연히 애플도 발전한다. 이 격차가 얼마나 좁혀지겠는가? 지금의 2위 그룹 특히 현재의 한국 기업을 보면 답이 나오질 않는다.
3. 시대가 변했다. 아날로그 도입기 - 아날로그 성장기 - 디지털 도입기 - 디지털 성장기의 4개 구조로 볼 때 현재는 과거 많은 아날로그 방식이 디지털로 전환 되는 디지털 도입기의 시기다(디지털 방송이 시작되면 이제 아날로그와 디지털 혼재의 시기가 끝나고 디지털 성장의 시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끝이라고 본다). 이 혼란의 시기에 새로운 개념으로 디지털 성장기의 미래를 정리한 사람이 스티브 잡스다. 산업의 구조가 바뀌는 혼란이 진정되면 그때부턴 혁신 보다는 소소한 발전이 주를 이룬다. 즉, 이 소소한 발전은 스티브 잡스가 아니어도 대신할 사람이 많다. 어차피 그의 역할이 끝나는 시점이 오고 있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분명히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2위 그룹이 혁신을 통해 바뀌지 않는 이상 지금과 다를 것 없는 2위 그룹일 뿐이다. 특히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하드웨어에 목매는 어쩌면 지금보다 더 심하게 해외 운영체제에 목매여 살아가는 제조업체가 될 것이다.
바뀐 것은 없다. 처음부터 그랬다. 일부 언론과 기업의 헛된 희망에 춤을 출 때가 아니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을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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