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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사태에서 빠져버린 그것 - 나는 나의 공간을 온라인에서 가질 수 없는가?

by cfono1 2013. 7. 8.

최근 기성용 선수가 최강희 전 국가대표 감독을 비하한 것이 중요한 이슈다. 기성용 선수가 감독을 아주 가까운 사람들만 연결하는 자신의 또 다른 계정에서 비하하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기성용 선수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은 거침없이 SNS를 통해 하는 편이었고 지구 반대편의 일도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이 시점에 기성용 선수의 말이 퍼지지 않은 것은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선수들의 SNS 사용에 대한 주의를 요구하는 캠페인도 했을 정도다.



근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기성용 선수의 계정 목적과 성격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계정은 평소 알려진 계정이 아니라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만 연결된 폐쇄적인 계정이라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기술의 발전이 너무 빨라지면 사회의 변화가 따라가지 못하게 되는데 최근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온라인은 기본적으로 연결이 쉽다는 특성이 있는데 이 특성을 타인의 공간에 대한 가벼움과 착각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보자. 집에 창문을 닫고 밖에서 볼 수 없게 커튼을 쳤다. 즉, 내 집이라는 개인 공간과 밖이라는 공공의 공간과는 차단된 상태다. 이런 공간인 집에서 어떤 사람이 코딱지를 파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가 밖에서 집안의 누구가 코딱지를 파고 있다고 소리치며 여기 좀 보세요 식으로 알리고 있다면 우린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여기서 더 나아가 유리창을 부수고 커튼을 뜯어내어 코파던 모습을 생중계 한다고 생각해보자. 이걸 정상이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꺼다. 타인의 공간을 강제적으로 개방하려 할 때는 기본적으로 주어진 자유를 침범하는 것이므로 그에 합당하는 명분이 필요하다. 그 명분은 공공의 질서유지와 안녕이라는 측면이다. 예를 들어 마약, 무기 밀매, 테러, 암살, 범죄 모의 이런 거 말이다. 


이번 기성용 사태 또한 그러하다. 기성용의 행위가 공공의 질서유지와 안녕이라는 측면을 해하지 않는 한 기성용은 SNS에서 자기의 의사에 맞는 공간을 가질 권리가 있다.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싶은 계정이 있으면 만들어서 자신이 운영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목적이 국가의 체제전복이나 마약 또는 무기 밀매와 같은 용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공개가 되었다. 누가 무슨 자격으로 이런 것을 행할 수 있단 말인가? SNS를 사용한다는 것이 나의 모든 정보를 언제든지 털어가도 좋다는 동의는 아니지 않은가? 


지금의 상황을 보면 이런 SNS 무단 털기를 한 기자는 뒤로 빠지고 기성용 선수가 그 말을 했는가 안 했는가만 남았다. 이런 게 당연한 것이 된다면 SNS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뒤로 빠지고 말을 했느냐 안 했느냐 또는 나쁜 놈과 착한 놈만 남게 되며 언제든지 개인의 정보가 털려도 할 말 없는 그런 공간을 쓰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미디어에 대한 파급력이 남다른 기자 같은 사람이 앞장서서 한다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공공의 질서유지와 안녕이 목적이 아닌 자기만의 기준으로 아무도 위임하지 않은 권리를 스스로 자신에게 부여하며 행하는 게 선이라 생각하면 이건 매우 위험하다. 공동체에서 필요한 것은 상식과 존중이므로.




* 이미지는 구글 검색입니다(사진 1)


* 이 글은 아이에데이 IT 관련 미디어에도 기고(링크)됩니다.


* 이 글의 초점은 기성용 선수가 한 말이나 행동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님을 다시 한번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