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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씨앗 털어먹기 - 카카오톡 비즈보드

by cfono1 2019. 7. 12.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게 이런 게 아닌가 합니다. 이미 2달도 넘은 이야기지만 꼭 쓰고 싶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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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비즈보드'로 성장동력 찾는 카카오(링크)

 

카카오톡은 새로운 광고 플랫폼을 시작했다. 이름은 카카오톡 비즈보드. 아직은 베타지만 평은 그렇게 좋지 못하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운 기능의 추가가 사용자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신규 광고주들을 유입 시켜 국내 광고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키겠다고 하지만 광고 단가는 결국 소비자의 평가가 절대적이다.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플랫폼이 제대로 된 광고를 받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믿는다면 그건 착각이다. 

 

비즈보드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우연히 APP 업데이트를 하게 되니 막연하게 생각했던 불쾌함이 명확해졌다. 이것은 개인 공간에 대한 불특정 다수의 침범에 대한 것이다. 좀 더 비유하자면 가정집 교회 방문이 바로 그런 기분을 들게 한다. 집에 갑자기 누가 초인종을 누르면서 교회를 다니라고 홍보한다. 집(카카오톡)이라는 개인적 공간의 시작(채팅목록)에서 의도하지 않은 홍보(비즈보드)가 주기적(항상)으로 당신에게 좋은 것(빅데이터를 통해 최적화)입니다라는 이유로 정당화하면서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접근을 원한 적이 없다. 난 단 한번도 이런 방문을 좋게 생각한 적이 없다. 당신(소비자)에게 이게 참 좋아요라고 주장하는 종교인(카카오톡)만 있을 뿐이다. 만약 이 접근이 내 집이라는 개인적 공간이 아니라 교회 근처라고 생각해보자. 교회 입구에서 이러면 '교회 홍보하네', '교회니까 앞에서 저렇게 홍보하겠지'라고 생각하고 끝날 일이다. 교회에 관심이 있다면 홍보 전단지를 받고 더 종교인과 이야기하고 관심이 없다면 지나가면 끝이다. 비즈보드에는 이게 없다. 철저히 개인은 배제된 구조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개인의 영역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SNS 기업들은 개인의 영역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 한계선을 잘못 파악하는 순간이 플랫폼이 후퇴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카카오톡 비즈보드는 그 한계선을 넘었다. 지금 수익을 위해서라면 뭐든 좋은가? 아니다. 이는 농부가 겨울에 씨앗을 털어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을 위해 근본을 팔아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종종 성장을 좋은 것이라 믿고 주장하는 모습을 본다. 성장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얼마든지 나쁠 수 있다. 이런 성장은 소비자를 위해서도 나쁜 거지만 결국 그 선택을 한 기업에도 위험한 선택일 뿐이다. 카카오가 성장의 착각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 이미지는 구글검색입니다(사진 1, 사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