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
- 관련 글
'당신이 뭘 보고 듣는지 안다'..페북 소리인식 기능 논란(링크)
인간이 정보를 인식하는 감각 기관 중 가장 강력한 기관은 바로 눈이다. 그리고 다음이 청각일 것이다. 스마트폰은 이전의 전화라는 음성 송수신 기기를 이제는 인간의 감각에 대응하는 기기로 발전해 왔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눈이다. 이것을 통해 생성되는 데이터는 사용자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그리고 송신부의 마이크는 무엇을 듣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음악을 들려주면 자동으로 검색되는 앱이 왜 가능하겠는가? 거기에 스마트폰의 네트워크나 GPS를 통한 위치 추적은 사용자 자체를 파악하는 힘을 가지게 한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지 돈 때문에 가능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은 조커를 잡기 위해 사용자들 몰래 폰에 고주파 발생기를 부착해서 판매했고 그 결과 고담 시민의 절반이 이 휴대폰을 사용하게 된다. 그 결과 음성 샘플만 있다면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추적한 뒤 다시 주변에서 측량을 통해 사용자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 시각화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절대 권력. 물론 배트맨은 정의라는 강박증에 사로잡힌 사람이다. 그렇기에 이를 자신이 사용하지 않고 루시우스에게 넘긴다. 최소한 이 힘이 가지는 위험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페이스북도 그럴까?
생각해보자. 주커버그가 아... 이 정도로 돈 벌었으니 이 음성 기능은 삭제합시다라고 할 때 삭제가 될까? 안된다. 다른 주주들이 들고일어나면서 돈 되는걸 마다하다니 앞으로 넌 이사회에서 추방이다 이렇게 나올 수도 있는 거다. 영화처럼 루시우스에게 권한을 넘기고 그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만든 감청 시스템을 단번에 박살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배트맨은 조커라는 악당을 잡기 위해서 했다지만(물론 이것도 문제가 아주 많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이 스스로 정의를 구현하는 거니까) 여기서는 그런 이유가 아닌 단지 돈 때문이다. 더 정교한 사용자 추적 시스템을 통해 저 높은 광고 효율성을 통한 광고 수익 창출. 이게 이유다. 그런 이유에서 구글도 다르지 않다.
구글 글래스가 지지받지 못하는 이유도 너무나 단순하다. 구글은 이것이 삶을 바꿀 혁신이라고 하지만 그 혁신에 자기 정보를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사람의 의지까지 무력화시키는 미래가 있다. 내가 안 쓴다고 해서 구글의 사용자 추적에 걸려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어차피 구글 글래스 사용자가 돌아다니면 추적이 될 테니까. 마치 다크나이트에서 고주파 발생기 폰을 들고 다니는 고담 시민처럼 말이다. 웨인 컴퍼니의 폰을 쓰지 않아도 추적이 되는 건 마찬가지다. 통신 감청을 한 다음에 웨인 폰의 고주파 발생기로 찾으면 그뿐이니까.
지금 IT 기업들은 더 좋은 것이라는 말로 포장된 기술의 폭주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돈이 있다. 물론 기업이 돈을 추구하는 게 나쁜 것이 아니다. 수익이 나야 생존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돈을 위해서 기술의 폭주를 내버려둔다면 그 기술이 가져올 사회적 영향에 대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그 때 발생할 사회적 부작용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안 그래도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중요해지고 보안이 민감해지는 사이에 단순히 몇 명이 아닌 수천, 수억 명의 데이터를 바닥까지 들여다보며 추적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너무나 큰 권력을 가지는 것이다. 그것도 돈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기술과 서비스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을 간과한 채 멋지다는 것으로 포장된 수익에 대한 추구, 기술에 대한 맹신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것의 끝은 단순히 그 기업 나쁘다가 아닌 사회 전체의 붕괴일 것인 만큼 경제 성장이니 돈이니 하는 이유로 무차별적인 허가를 해주기 이전에 진지한 고민을 국가와 정치권이 해야 할 것이다.
'윤's > ┗ 웹 / 콘텐츠 / 플랫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음 카카오의 결합 -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2) | 2014.06.02 |
---|---|
크롬캐스트의 한국 상륙 - 스마트TV의 미래는? (2) | 2014.05.20 |
다음뷰 서비스의 종료 그리고 한국 IT의 한계 (2) | 2014.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