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분위기는 최대한 많은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그래서 회사의 이름 또한 다음(多音)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다음이 이제 다음뷰 서비스를 종료한다.
관련 기사 - '다음뷰' 6월 30일 서비스 종료(링크)
다음은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이미 블로그 서비스의 대다수는 네이버의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네이버는 검색 장악을 무기로 자사 블로거들을 밀어줬고 이는 네이버 블로그로의 블로거 유입을 일으켰다. 어떤 콘텐츠를 생산하던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복사해서 글을 붙여넣던 뭘하던 자사 중심의 폐쇄된 생태계를 만들어버리면 그걸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대표 블로그일지는 몰라도 최고의 블로그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이 할 수 있는 것은 더 강력하고 차별화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되지는 못했다.
다음은 미디어가 강력한 회사고 또 영향력이 있는 회사다. 그렇다면 적어도 다음은 이런 틀로 접근했어야 한다.
다음 미디어 - 강력한 이슈 생산력과 파급력으로 현시점의 이슈를 파악
다음 블로그 및 티스토리 - 다양한 콘텐츠의 저장창고
다음뷰 - 다음 미디어와 다음 블로그 및 티스토리의 콘텐츠를 이어주는 큐레이션 공간
아고라 - 사용자 간의 토론 장소
예를 들어 다음 미디어에서 세월호 관련 사건이 주된 이슈라면 이를 바탕으로 다음 블로그 및 티스토리의 각종 블로그 글을 추출하고 이것을 다음뷰라는 공간에서 각 블로거가 주제별로 올린 글을 강력한 큐레이션 기능으로 보여줬어야 했다. 마치 피들리나 플립보드처럼 말이다. 그렇게 되면 각 기능은 유기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더 강해지면서도 전체적인 다음의 관점에서도 통합 서비스로 더 강력해진다. 하지만 다음에게는 이것을 구체화할 비전도 능력도 없었다. 그리고 이것은 대한민국 IT 기업의 전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략적 자원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비전도 명확하지 않고 세부적인 방향도 떨어진다. 즉 전략과 그 하부 전술에 대한 능력이 모두 떨어지는 것이다. 다음이 미디어 역량 강화라는 비전이 있었다면 매스 미디어는 생산과 파급에 대한 역할을 부여하고 블로그는 언제든지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의 창고라는 역할을 그리고 다음뷰는 사용자가 직접 만들기도 하거나 자동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줘야 했다. 각 자원이 있어도 이걸 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능력과 생태계라는 관점에서 끌어나가지 못하는 능력은 이제 한국 특유의 스타일로 잡혀가는 듯 하다. 구글은 유튜브를 인수하고 수년간의 적자를 감당하며 플랫폼으로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육성했고 보살폈다(링크). 이제 인터넷 동영상 광고 플랫폼에 있어 유튜브는 강력한 생존자이자 승자이고 그 수익은 시간이 갈수록 성장할 것이다. 이런 게 없다. 삼성전자의 바다와 타이젠도 그리고 카카오가 만들고자 했던 콘텐츠 생태계들도 말이다. 앞으로의 싸움은 둘 중 하나다. 플랫폼을 만들거나 아니면 만들어진 플랫폼에 가장 잘 적응되거나.
그런데 잘 될만한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걸 잘 살리지 못하고 유지만 하다 경쟁력을 잃고 만다. 그리고 서비스를 종료한다. 그것도 플랫폼이나 생태계를 만들 능력이 되는 기업들이 이러는 것이니 더 안타깝다. 세상은 점점 더 구글 / 애플 / MS로 굳어져 가며 그 틈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혁신의 혼돈기가 끝난다면 세상을 바꿀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이건 한국 기업의 장래가 어두울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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