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의 미래를 말아먹을 신의 한수 - SW와 입시의 만남

놀라운 기사를 봤다. 

관련 기사 - 朴대통령 "SW교육, 입시연계 안되면 안배우려는 경향"(종합2보)(링크)

IT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놀라웠다. 세상에 이런 일이 정도다. SW와 입시는 섞일 수가 없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SW는 분명히 기술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기술이다. 마치 언어와 같다. 문장을 얼마나 빨리 쓰느냐, 맞게 쓰느냐는 기술의 성격이다. 하지만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창조의 영역이다. 어떻게 비유하느냐 어떻게 설명하느냐 모두 하나같이 논리이고 창작이다. 그리고 다양성의 문제다. SW는 1개의 문제에 100가지의 답이 나올 수 있다. 왜냐면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가느냐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만들어지는 앱스토어들은 그 답을 전 지구적인 단일 시장으로 묶어준다. 여기서 롱테일의 법칙이 나온다. 주류에 포함되지 못해도 각 국가 또는 각 비주류 사용자들의 수요만 합해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있을 수 있어도 단 하나의 답만이 존재하지는 않는 분야. 그것이 SW다. 

그런데 입시를 보자. 입시의 기본적인 성격은 서열화다. 좋든 나쁘든 서열화다. 1등부터 마지막까지 말이다. 여기에 다양성이라는 것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다른 길도 없다. 하나의 문제에 하나의 답이 있다. 그것이 아니면 틀린 거다. 애초부터 다른 생각의 여지는 없다. 그런데 이런 틀에 SW를 끼워 맞춘다고? 그럼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오직 기술만이 남는다. 실제 가치를 이뤄내는 SW의 창조적 영역은 없어지고 얼마나 빨리 코드를 맞게 짰느냐만 남게 된다. 이게 SW 산업에 무슨 도움이 될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할 줄 모르는 자들이 할 수 있는 건 베끼는 것뿐이다.

이 시도가 정말 최악 중의 최악인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SW에 대한 회의감이다. 대한민국은 초등학교 + 중학교 + 고등학교 12년 동안 기본적으로 영어를 접한다. 12년... 무려 12년이다. 주위를 둘러 학원간판을 보라. 영어학원 정말 많다. 그런데 어떤가? 그 시간 동안 배운 영어는 우리에게 외국인과 기본적인 대화를 할 회화 능력을 주었는가? 아니면 외국 전문 서적이나 문학 서적을 이해할 수 있는 영문법에 대한 깊이 있는 지혜를 주었는가? 둘 다 주지 못했다.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남은 건 재미없는 외국어라는 것뿐이다. 하지만 영어의 시작을 재미있는 드라마를 통해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를 따라간다면 이건 다르다. 본인의 자발적인 동기와 재미가 결합해 왜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인지도 모르는 영어 교육과는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낸다. 

바로 이거다. 회의감이 문제다. SW를 자발적인 동기가 있는 사람이 조언자의 도움으로 성장하는 것과 이걸 왜 해야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가야 하니까 하는 것은 매우 큰 차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는 자신의 다양한 분야를 IT 시대에 맞게 SW로 풀어봐야겠다는 우호적인 생각을 하고 있던 사람도 입시라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면 그 사람은 평생 SW를 지루하고 재미없는 분야로 담쌓고 지낼 확률이 매우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외면 속에서 무슨 SW 강국이 나오겠는가? SW에 마음이 가지 않는 사람들이 최고의 SW를 만들어낼 리가 없지 않은가?

이 정책은 단순히 현재를 말아먹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SW의 미래 자체를 말아먹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SW와 입시를 연결하겠다는 정책은 최악 중의 최악이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입니다(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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