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윤's/시사

중독이라는 절대 반지를 낀 게임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by cfono1 2013. 11. 19.

최근 IT 업계를 휩쓸고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게임법이다. 게임을 알코올, 마약, 사행행위에 버금가는 것으로 설정하여 4대 악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관련 기사 - '창조' 외치더니..GAME OUT?(링크)


게임의 몰입이 가져오는 폐해는 적지 않다. 심지어 게임 너무 많이 하다 죽은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중독 때문에 게임 산업에 마약, 알코올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주장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왜냐면 그 게임을 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만약 게임이 원인이라면 게임을 하는 사람 모두에게 같은 증상이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여가 시간의 즐거운 꺼리고 또 누군가에게는 마약은커녕 여가를 보낼 거리로도 관심조차 받지 못한다. 도구가 문제가 아님에도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를 도구의 문제로 삼는다면 굉장한 일이 벌어진다. 


관련 기사 - '탄수화물 중독' 비만 부르는 이유는?(링크)

                [헬스코치] 우리 아이 비만의 원인은 지방이 아닌 탄수화물(링크)


탄수화물 중독이라는 것이 있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서 필요한 성분이지만 이것이 에너지로 소비되지 않고 남게 되면 이것이 비만의 원인이 된다. 그럼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탄수화물의 원천은 뭐가 있을까? 바로 쌀과 밀이다. 우리 식단에서 쌀과 밀이 없는 것을 생각해본 적 있는가? 쌀은 밥으로 가장 기본적인 한국인의 에너지원이다. 그리고 밀은 각종 과자와 빵에 들어가는 원료로 우리의 끼니 또는 부식 및 간식을 책임지는 핵심 원료다. 이제 신의진 국회의원의 논리로 풀어보면 탄수화물 중독은 비만이라는 심각한 질병의 원인이고 이것의 근원은 탄수화물이므로 이를 만드는 사람은 그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이 성립한다. 


 

이 소박하고 정겨운 웃음을 머금으며 자신이 고생하여 만든 쌀을 바라보고 있는 이 농민이 바로 그 대가를 치를 사람이다. 혹독하게 치러야 한다. 비만은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니까 말이다. 최근의 소아비만은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으니 대가를 치러도 가산점을 줘 더 혹독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저 농민은 자신이 죄를 짓고 있다고 조금이나마 생각했을까? 아니면 그런 의심이라도 했을까? 쌀농사를 짓는 농민뿐만 아니라 밀 농사를 짓는 농민도 같은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자금과 비료 등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농협은 공범이고 비료 회사는 그 범죄의 또 다른 협조자다. 다 일망타진해야 한다. 


탄수화물 중독 하나뿐일까? 스마트폰 중독은? SNS 중독은? 음악은 또 어떤가? 중독성 있는 후크송은 그 절정의 위치에 있을 것이다. 반복적으로 음악을 장시간 듣게 하여 청력을 떨어뜨리고 집중력을 뺏어가는 무서운 음악은 정부에 의해 철저히 단속되어야 할 마약과도 같은 존재다. 탄산음료 중독, 커피 중독, 중독, 중독, 중독... 이런 식으로 사람의 문제를 도구가 문제라는 식으로 잡기 시작하면 정말 끝이 없다. 말 그대로 중독이라는 단어는 절대 반지가 되어 뭐든 두들길 수 있는 마법의 도구가 된다. 



도구의 문제점을 규제하는 것은 좋다. 그런데 누가 사람의 문제를 도구의 문제로 결론짓고 중독이라는 도장을 찍으며 반대하는 사람을 선동이라는 말로 매도할 권력을 선사했나?  


관련 기사 - 신의진 "게임업체 대표, 왜곡·선동 중단해달라"(링크)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사회 구조적으로 풀어야 한다. 게임 측면에서 본다면 게임이 중독이라는 공식은 아니지만, 게임에서 중독성 있게 사용자를 물고 늘어지는 부분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런 요소를 잡아야 한다. 지나친 사행성과 현금 사용을 유도하는 부분들 그리고 사용자로 하여금 지나치게 시간을 들이게 하는 부분들에 대한 가이드를 잡고 게임 산업을 유도해야 한다. 사용자 측면에서는 교육이 절실하다. 그것도 자기가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자율성을 키우는 교육 말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그런 자기 통제에 대한 교육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국, 영, 수 위주의 교육에 그 방식도 창의성이 아닌 암기 위주다. 그럼 뭐가 남겠는가? 자기 자신에 대한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독립성, 의지력을 키우고 배울 시간 없이 성장하게 된다. 이거 문제 아닌가? 한 사람이 사회의 바른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을 교육이 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정이 해결할 수 있는가? 맞벌이로 바빠지고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부모는 더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리는 현실에 그런 걸 알려줄 어른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아니... 이미 없다.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그걸 해야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 아닌가? 게임법이 통과되어 한국의 IT 기반 중 한 축이 무너졌을 때 그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과연 게임 중독이라는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었을까라는 물음에 신의진 의원은 대답할 수 있는가? 시작부터가 잘못된 이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법을 보면서 신의진 의원과 그와 함께하는 의원들이 과연 게임은 악이다라는 믿음과 싸우는 것인지 게임 중독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인지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국가의 IT 산업과 게임 소비자를 판돈으로 삼으면서 말이다. 자신의 입지를 위해 적을 만들고 공격하는 것. 이제 그만해야 할 것이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입니다(사진 1, 사진 2)

 

* 이 글은 아이에데이 IT 관련 미디어에도 기고(링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