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났다. 한동안 좀 얼떨떨했다. 그리고 의욕이 없는 건 여전하다. 이길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크게 이기던가 아니면 근소한 차이로 이기던가 이 둘 중의 하나로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근데 웃긴 것은 결과를 봐도 그리 화가 나지는 않는 것이다. 어차피 이 선거는 종교적 믿음과 상식의 대결이다. 알다시피 종교적 믿음에 논리나 상식이 들어갈 영역은 없다. 그냥 절대적 신뢰만이 있을 뿐...
박정희 시대에 대한 평가를 산업화를 통한 성장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박정희의 모든 과오를 덮고도 남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틀린 것이다. 산업화를 통한 성장의 결과로 양극화가 되었고 그 부분에 대한 것이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멀쩡한 국민을 빨갱이와 간첩으로 몰아 고문하고 수십 년간 인생을 빼앗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대통령의 의무는 국민을 지키는 것이니까. 이것에 배반하는 행동을 하는 순간 어떤 결과로도 미화할 수 없다. 지금 당장 내 일이 아니니 망정이지 어느 순간 국가 공권력이 나 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빨갱이나 간첩으로 몰고 거짓 증거로 세상의 적으로 만든 다음 감옥에서 수십 년 썩게 만드는 것을 아... 먹고 살려면 그런거 받아들여야지라고 할 사람이 있을까?
이건 단순히 경제 성장과 분배의 선택 문제가 아니다.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것에 대한 자기 상식의 선택이다. 박근혜는 이런 과거에 대한 믿음을 줄 만한 반성 및 다시는 그런 시대가 오지 못하게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고 그런 과거로의 회귀냐 아니냐가 이것이 내가 가진 이번 투표의 관점이었다. 그러나 이런 것이 다양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 대한 종교적 믿음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이제 왜 졌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자. 이 과정은 단일화부터 시작된다.
문재인은 정당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다. 경선을 치르며 민주당 내의 경쟁자들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고 그 결과 선택된 사람이다. 그러므로 문재인의 자산이자 기본 포지션은 민주당의 후보 문재인이다. 그럼 안철수는 어떤가? 새 정치에 대한 국민의 바람이 불러낸 사람이다. 그럼 안철수의 기본 포지션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다. 아름다운 단일화는 나오지 못했다. 정당의 후보 문재인은 정당이라는 조직이 강점이다. 그럼 그 장점에 대응하는 안철수의 무기는 무엇이었을까?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 이외에는 어떤 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만약 안철수가 SNS를 중심으로 지지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한곳에 모아 이것을 정책적으로 완성하는 시스템(마치 Daum 아고라 같은)을 완성하여 이것을 집단지성의 형태로 문재인과 대척점에 섰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단일화라는 무대에 섰는데 안철수는 문재인의 정당이라는 조직에 대응할 강점을 완성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불균형인 단일화였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안철수 진영에서는 문재인의 정당이라는 강점을 포기하라는 요구가 나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이 말이 되는가? 강점을 준비하지 못한 것은 안철수지 문재인이 아니지 않은가? 그럼 그 시점에서 문재인이 정당을 포기해야 할까? 그렇다면 그 긴 시간 동안 거쳐온 경선은 뭐가 되고 그 경선에 참여해 투표한 당원과 참여 경선을 한 국민은 뭐가 될까?
여기까지가 단일화의 문제였다면 이 이후는 문재인의 전략적 실수다.
이제 문재인이 단일화가 되었다면 문재인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러 가지 전략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강력한 카드는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정보통신부 장관 카드일 것이다. 안철수는 IT 분야에서 입지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일자리, 경제 성장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 또한 IT다. 또한, 정보화 시대에 이 흐름에 맞추어 국정 쇄신의 방향 및 혁신을 위한 기본적 IT 인프라 설계를 위해서도 IT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미래를 말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인물이 필요한데 그 임무에 안철수만큼 적합한 사람이 야권에 있었을까? 문재인이 대통령으로 공정한 경제 시스템과 복지, 안보를 말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한 IT 인프라 설계 및 벤처 기업 육성 등의 역할을 안철수가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나누어 맡았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문재인은 안철수라는 인물의 활용도에 대해 전략적 실패를 드러냈고 새누리당의 종교적 믿음을 넘어서는 즉, 그런 믿음을 극복해서 선택받을 만한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 그렇게 그는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결과는 어찌 되었던... (링크)>
난 새누리 진영의 지지자가 아니다. 난 평범한 서민이기에 종부세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젊은 30대 이기에 내가 살아갈 국가의 부채가 늘어나길 바라지 않는다. 증세 없이 복지를 하는 것은 국채라는 수단뿐이고 그 결과는 나 또는 내 자식의 빚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혼이기에 육아, 교육, 의료에 대한 정책이 지금과는 더 나아지길 바란다. 그래야 자식을 낳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테니까.
이제 5년이다. 물론 박근혜가 잘하길 바란다. 자신의 삶이, 국가가 나락으로 처박히는걸 바라는 미친놈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내가 세금 내고 의무를 다하며 살아갈 나라인데... 2017년 12월 대선 때 이 글을 다시 돌아볼 때 그땐 참 걱정도 팔자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한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을 활용했습니다.
* 돌이켜 보면 문재인의 이미지는 참 사람 좋고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데 성적 안 오르는 그런 안타까운 학생의 이미지가 아니었나 합니다.
'윤's > 시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화 주도권과 구글 월렛 (0) | 2013.05.27 |
---|---|
세종대왕의 한글이 말하는 공유와 소통의 정신 (4) | 2012.11.12 |
대선 주자가 놓치는 한국 IT의 미래 (6) | 2012.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