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범죄자가 미국에서 잡혔다. 이 남성은 아동 포르노 사진을 친구에 gmail로 보내다가 구글에게 걸린 것이다. 구글은 서버에서 아동 포르노물을 자동으로 걸러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결국, 그는 그렇게 잡혔고 이는 필연적으로 이런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누가 정의를 실현하는가?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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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 시에서 배트맨은 범죄자다. 법을 스스로 행하는 데 한계가 없다. 살려서 경찰에 인계한다는 것이 오직 유일한 룰이다. 그렇기에 고담 시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홍콩으로 도망간 라우를 고담 시 경찰은 손놓고 구경만 했지만, 배트맨은 홍콩까지 가서 산 채로 잡아온다. 이런 한계가 없는 능력을 갖춘 배트맨이 견제받는 것은 오직 그 자신이다. 어릴 적 트라우마로 생긴 스스로에 대한 강박은 상상을 초월한다. 정의에 대한 종교 같은 신념은 그 무엇으로 뚫을 수가 없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라는 관점으로 넘어가면 이게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배트맨이 가는 곳에는 항상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조커 같은 미친놈을 상대하는데 조용한 공터에서 단둘이 해결할 리는 없을 테니까. 폭파에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국가 공권력이 그랬다면 책임 소재가 명확한데 배트맨이 그러다가 일이 터지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누군지도 모르는 배트맨에게 청구해야 할까? 아니면 경찰? 이 모든 일의 시작은 합의되지 않은 개인 또는 조직이 정의를 실현하면서 시작된다.
구글도 그 흐름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다. 구글은 전 지구적인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다. 그리고 그 서비스에는 핵심적인 이메일 서비스나 클라우드 서비스가 있다. 누구나 알고 있고 인정하는 정의를 구현하지만, 그 정의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과연 구글이 어떻게 한다는 것을 알기는 굉장히 어렵다. 그리고 구글이 범죄 정보라고 판단하고 수사기관과 공조를 할 때 만약 이것이 오해로 인해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면 그 결과의 책임은 누가 지게 될까? 애초에 제보한 구글? 아니면 구글의 정보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한 수사기관? 이미 팔릴 대로 팔린 개인의 정보는 또 어떻게 하고?
기업의 사회공헌에는 많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정의 구현이라는 측면은 굉장히 민감하다. 정의라는 반대 측에는 필연적으로 악이라는 반대 개념이 있기 때문에 내가 정의를 구현한다는 곧 내가 악을 잡는다는 말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범죄를 막아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IT 기업들이 축적하는 정보가 어떻게 활용될지는 제대로 논의가 된 적이 없기에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배트맨이 되겠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평범한 상식은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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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는 구글 검색입니다(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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