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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영화

명량

by cfono1 2014. 7. 31.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 하지만 느낄 수 없는 이야기. 상상이 안 되는 이야기. 그러나 존재했던 이야기. 


명량은 그런 이야기다. 왜적의 침입으로 망해가는 나라에서 시기심에 자신을 고문한 왕, 그리고 고문으로 피폐해진 육체, 그동안 돌아가신 어머니, 그릇된 판단과 전략으로 그동안 쌓아온 군사와 전함을 모두 잃은 해군, 백성과 부하들에게 뼛속 깊이 자리한 두려움과 패배감. 이 모든 것을 가지고 330척의 배 앞에 나서서 이긴 사람. 그렇기에 인간의 한계를 진작에 넘어섰고 역사에서도 제일 으뜸의 장수로 기억되는 것이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패배감과 불안감에 휩싸여 고뇌하며 슬퍼하는 이순신이 모습과 그들을 데리고 전장에서 싸우는 이순신의 모습으로 말이다. 사실 무엇으로도 재현할 수가 없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싸움이니까. 고뇌하고 슬퍼하는 모습에서는 밤잠을 못 이루며 죽어간 전우에 대한 슬픔이 보인다. 그리고 영화 곳곳에서 나름 충실한 재현을 하려고 한 노력이 보인다. 특히나 해전에서의 모습은 한국 영화가 이 정도로 올라섰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하는 건 무리다. 물론 그런 영화를 접하면서 수준이 높아졌다는 건 이해 못 하는 것이 아니지만 수십 배의 제작비 차이를 생각해야 한다. 인간적인 이순신과 그것을 따라가면서 충실한 해전의 모습을 재현한 것은 이 영화의 장점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다. 탐망꾼과 벙어리 부인의 이야기, 조선의 편으로 돌아선 왜군 부장의 이야기, 구루지마의 저격수 이야기,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고자 대장선에 타는 아들 등 이순신이라는 강력한 존재감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가운데 이런 이야기들이 곁들여지니 오히려 이야기가 좀 흐트러지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이 영화가 한산도와 노량의 3부작으로 된다면 명량의 이전인 한산도의 이야기에서 풀어나가면 오히려 좋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써는 너무 하려는 말이 많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전투장면에서도 아쉬운 느낌을 받는다. 전작 활에서처럼 소규모 전투가 순발력 있게 나올 화면 구성이 아니다. 세력 대 세력의 싸움이기 때문에 전함들이 화면 가득 차는 전투장면이 필요하지만, 제작비의 한계로 보이는 현실이 너무나 쉽게 보인다. 좀 더 제작비에 여유가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못 만든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이순신이라는 이름이 지니는 무게가 워낙 무겁기에 그것에 걸맞는 걸 생각하니 아쉬워지는 것이다. 블럭버스터 영화를 보겠다는 생각 대신에 백성을 구하고자 하는 한 남자의 인간을 뛰어넘은 의지를 따라간다면 조금은 더 만족하지 않을까 싶다.




* 이미지는 다음 영화입니다(링크)


* 구루지마의 류승룡도 안타깝습니다. 2시간에 구루지마를 담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 이순신의 대장함과 왜구와의 백병전은 충분히 그럴법하다고 생각합니다. 12척중 11척이 겁을 먹고 뒤로 내뺀 상황에서 홀로 남은 대장선을 가만히 놔둘리가 없고 숫적 우위를 바탕으로 그들이 하던 방식대로 접근하여 백병전으로 끝내려 했을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타당성있는 이야기입니다. 


* 명량에 이분도 나온다. 향숙이를 그리워하던 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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