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인터넷 뱅킹은 이제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다. 참 편리하지만 참 불편하고 심지어 기분 나쁘기까지 하다. 그 중심에는 보호를 명목으로 바이러스처럼 작동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렇다. 바로 그 프로그램들이다.
Ahnlab safe transaction와 nprotect online security
Ahnlab safe transaction은 한번 설치하면 계속 작동한다. 그만 쓰고 싶다면 제어판으로 가서 삭제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없다면 인터넷 뱅킹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인터넷 뱅킹을 하는 짧은 순간만 필요한데 그 순간을 위해 계속 작동한다. 애초에 사용자의 선택권 같은 것은 없다. 이런 독소조항은 누가 허용한 것인가?
nprotect online security 또한 다르지 않다. 재밌는 것은 이것을 설치하기 전에 인터넷 뱅킹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입력 오류가 나는데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난 다음에 로그인하면 정상 로그인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비활성화가 가능한데 이 기능을 사용하면 쓸 때마다 프로그램을 재설치해야 한다. 제어판에서 지우고 쓰는 것이나 다름없다.
Ahnlab과 nprotect 모두 사용자의 보호라는 명분을 말할 수는 있겠지만, 이 기업들이 인터넷 뱅킹 피해자들에게 어떤 보상이나 책임을 다한 적이 있던가를 돌이켜본다면 이 소리도 그다지 좋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서비스와 관련 없는 순간에도 사용자의 시스템에서 허용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것은 바이러스나 하는 짓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따위 행동에도 협력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정부를 비롯한 금융기관이다. 은행과 국세청 홈텍스 등 다양한 곳에서 저 보호 프로그램을 필수적으로 써야 한다. 사용자가 원하지 않은 것을 강제로 쓰게 하는 두 집단 간의 관계가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핀테크의 시대니 규제를 풀겠다 뭘 하겠다 말이 많다. 하지만 미래를 이야기하기 전 지금 이 순간을 봐도 정상적이지 않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루기도 전에 규제를 풀겠다고만 한다면 그 미래는 누구를 위한 미래일까? 이렇게 사용자를 괴롭히면서 생존해야만 하는 기업이라면 차라리 망하는 게 낫다. 그 빈자리를 이따위로 하지 않는 기업이 채우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내버려두는 사이에 국가의 경쟁력은 오늘도 하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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