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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스타트업 이야기

미국의 창고 문화와 한국의 스타트업 그리고 창조경제

by cfono1 2017. 1. 16.

 최근 들어 스타트업에서 미국은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그리고 느끼는 나의 결론은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이 가지는 창업에 대한 문화 말이다. 한번 해볼까? 하는 문화. 그 문화의 중심에는 차고가 있다. 땅이 넓다 보니 집마다 있는 차고는 단순히 차만 넣어두는 곳이 아니라 집의 방에서 하지 못하는 평범한 것에서 조금 벗어난 것들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실험실과 공장이 되었다. HP도 애플도 아마존도 구글도... 그리고 수많은 기업들이 그렇게 자신만의 색을 차고를 통해서 만들어간다.


< HP의 시작이 되는 팔로알토 에디슨 거리의 차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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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그런 거 없다. 차고라는 공간은 땅의 여유에서 시작되는데 한국에게 있어 땅의 여유는 사치다. 사람이 거주할 공간만 만들어도 수십 년의 인생을 저당 잡혀야 마련할 수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미국의 차고처럼 바로 옆에 자신만의 실험실이자 공장을 만든다는 것은 거주를 위한 공간과의 타협의 문제가 된다. 거주만을 위한 공간도 부족한데 이것이 가능하겠는가? 


 이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람은 땅을 딛고 살기에 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 어떤 공간에서 누가 모여 무엇을 하느냐가 사실 모든 일의 근간이 아닌가? 한국의 스타트업이 정말 미국을 넘어서려면 이것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남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에게 남다른 선택을 실험하고 만들어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면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그 공간에서 무언가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업(業)'이 된다. 의지에 의한 심신의 활동과 일상생활을 의미하는 업은 사람의 일생을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창업[創業/刱業]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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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에 밀려 쉬운 것을 찾아 시작하는 그런 창업은 경쟁률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인생을 관통하며 이것을 통해 나의 성장과 함께하겠다는 업(業)이 아닌 이상 창업 아이템에 대한 이해도는 낮고 외부 구조에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피할 수가 없다. 그 결과 자신과 별 상관없는 프랜차이즈 창업이 성장하고 창업하다 망해도 남는 게 없는 창업이 된다. 이제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는 끝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리수리 마수리 같은 주문이 아니다. 설명도 못 하며 어떤 가치가 있는지 말할 수도 없는 그런 수수께끼는 수수께끼 놀이가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해야 한다. 정말 창업[創業/刱業]을 도와주고 싶다면 남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이 그들의 생각을 실현할 수 있는 터를 마련해주는 것이고 그것을 이뤄내는 과정에서 부족한 지식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공정하게 경쟁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국가가 창업[創業/刱業]을 돕는다면 개인은 자신의 업을 찾고 실현하며 성장할 기회가 있는 사회,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 재벌 몇 개로 휘청이지 않는 사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입니다(사진 1, 사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