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문화의 날이라고 해서 5~9시까지 영화관이 5,000 원이다. 마침 마지막 수요일에 개봉한 영화. 원작도 굉장히 인상 깊게 봐서 실사화된다면 보겠다는 생각을 했던 영화다. 보고 난 이후의 느낌은... 좀 아쉽다.
액션과 CG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예고편에서 보여주는 느낌처럼 주력이 액션이라기보다는 SF의 탈을 쓴 드라마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순수하게 액션이 궁금하다면 예고편이 전부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영화의 CG가 힘을 준 부분은 매트릭스의 블렛타임, 이퀼리브리엄의 건카터 같은 액션의 독특함보다는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줬던 공간의 분위기를 얼마나 더 실제처럼 보여주느냐에 중점을 둔듯하다. 영화 곳곳에서 빼곡하게 보이는 도시의 싸이버적인 모습은 그래서인지 더 뒷골목의 사실 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래도 애니메이션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제대로 재현하려고 하는 노력은 메카닉이나 각종 설비 디자인에서 분명하게 느껴졌다
설정과 향후 시리즈에 대한 배분
원작을 고스란히 옮긴 것은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설정만 가져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주인공인 2017 모토코(2017년 개봉한 공각기동대)는 1995 쿠사나기(1995년 개봉한 공각기동대) 보다 좀 더 순화된 느낌이다. 1995 쿠사나기는 군인으로서의 냉철함과 기계적인 성질 하지만 결국 자신의 혼이 네트워크에서 자유를 얻는 감정 등을 보여줬다면 이번 2017 모토코는 자아를 찾는 과정의 모습만 보인다. 이런 설정이라면 굳이 미래 사회의 모습과 사이보그의 결합이 아니더라도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자아를 찾는 여정만으로도 볼 수 있는 그런 모습이다. 물론 한계도 있다. 원작에서 22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 당시와는 달리 이미 가상의 네트워크가 일반화된 사회에서 가상 네트워크가 주는 신선한 충격을 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거기에 향후 시리즈에 안배까지 생각하다 보니 원작과 다른 결말로 가기도 한다.
번역
번역은 특히나 더 아쉽다. 스칼렛 요한슨이 영화에서 메이저라고 불리는데 이는 대테러 공안 9과에서 소령의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이저라고 부르는데 영화 번역에서 이를 그대로 메이저라고 자막을 넣어버린 것이다. 원작에서 보이는 군인으로서의 모습이 안 그래도 깎여나갔는데 번역에서도 이렇게 되어버리니 더 미지근한 존재가 되었다. 원작을 한 번이라도 봤으면 이렇게 번역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원작을 알고 어떻게 실사화했을까 하는 궁금함으로 가볍게 본다면 그렇게 욕할 영화는 아닌 것 같다. 특히나 액션을 기대하지는 말고 말이다.
* 스칼렛 요한슨의 가발 같은 머리도 참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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