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이런 횡단보도 신호등이 늘어나고 있지만 얼마 전만 해도 횡단보도 신호등은 파란색과 붉은색 두 가지만 있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색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파란색이면 건너도 되고 붉은색이면 멈추라는 것. 하지만 그사이에 하나가 더 있으니 바로 파란색 점멸이다.
파란색 점멸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보통 생각하는 점멸의 의미는 주의 또는 경고다. 그리고 그 간격이 빠를수록 더 높은 수준의 상황이라는 뜻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배터리를 충전할 때의 점멸이나 일정 수준 이하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점멸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횡단보도 신호등의 점멸은 묘하다. 점멸 시간이 너무 긴 것이다. 만약 파란색 점멸이 앞서 말한 안정적인 상황이 아닌 경고의 의미가 있다면 점멸 시간이 짧아서 사용자에게 곧 붉은색으로 바뀐다는 의미를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파란색 점멸이 길다 보니 사용자는 누적된 학습 때문에 경고의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다 보니 파란색과 파란색 점멸을 같게 취급하게 되고 그 결과 붉은색 정지 신호에 대한 적절한 인식을 어렵게 한다.
이런 횡단보도 점멸의 경험은 과연 횡단보도에서만 끝날까? 횡단보도 신호 체계의 UX가 충전 제품 UX에 연결되기는 어렵겠지만 교통 신호체계에서는 연결되기 쉽지 않을까? 사용자가 횡단보도를 사용하면서 누적된 점멸의 의미가 나중에 차를 운전하면서도 접하게 되는 점멸의 신호를 잘못 판단하거나 가볍게 판단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단순하고 강력한 신호가 학습되면 연관 분야로 뻗어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듯이 뇌는 인지학습을 통해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습관적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단순하고 강력한 메시지일수록 UX가 퍼져나갈 주변 단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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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표준과 자연스러운 의미 전달은 플랫폼의 기본이다. 날로 증가하는 개방형 플랫폼 기업들 속에서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을 것이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입니다(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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