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영화처럼 내가 조선시대로 되돌아가면 어떻게 될까? 지금의 나의 지식으로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이 책은 조선의 경제학자에 관한 책이다. 조선의 경제학... 과연 조선에 경제학이란 관점이 존재할까? 조선의 역사는 사극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당파의 역사가 아닌가... 서로가 서로를 명분으로 죽이고 죽이는 제로섬 게임의 현장. 쇄국과 아집의 성리학으로 변질된 학자들... 그래서 일본에게 나라를 뺏기는게 당연한 국가... 적어도 나라를 뺏기는게 당연하다는 것은 뉴라이트와 일본 측의 주장일진 몰라도 나머지는 우리가 접하는 사극에서 보여지는 모습이다. 대왕세종을 제외한다면 조선에서 리더가 등장하는 사극은 그야말로 슬픈 현실이다. 정조는 쓰러져가는 국운을 살리고자 했으나 당쟁에 시달려야 했고 이순신 또한 나라와 민족을 구했지만 너무나 비통한 삶을 살고 슬픈 끝을 맺었다는 점에서 성공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이런 역사... 이런 사실 때문에 우리의 잠재력은 너무 저평가 된다. 위에서의 어려움과 비차함 현실이 있었음에도 우리 역사에선 서양의 자본주의 사상을 앞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는 사실이 부각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에선 바로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학. 이것은 단순히 주류로 편승하여 기득권을 누리지 못한 패자들이 선택한 학문이 아니다. 세상이 바뀌는데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유학을 비판하고 그것을 해결하고자한 사람들이 선택한 학문이다. 비록 세상이 그 뜻을 알아주지 않았더라도 백성을 이웃을 이롭게 하고자 치열하게 고민한 학문인 것이다. 중상주의, 중농주의... 생산과 분배에 대한 고민 모든 것에 말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직접 책을 통해 알아가길 바란다.
내가 이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실학은 조선의 자본주의에 대한 정체성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돈이 주가 아니라 이웃을 그리고 백성에게 윤택하게 하기위해 농업과 상업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가 시작점인 실학. 돈의 효율성만을 생각하는 비정한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는 착한 자본주의가 떠오르는 지금의 현실을 볼때 우리가 실학에 대해서 가져야 하는 자부심은 훨씬 커야 할 것이다. 이미 수백년전에 그러한 사상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의 질문으로 돌아가 내가 과거로 조선시대로 돌아간다면 과연 세상을 바꿀수 있을까...? 이 책을 접하기 전이라면 몰라도 이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그들이 하지 못한 것을 내가 감히 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이 꿈꾸었던 돈이 중심인 자본주의가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중상주의, 중농주의를 시작으로 하는 조선의 자본주의가 뿌리를 내렸더라면 어땠을까하는 다른 생각이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에 내 마음에 자리잡았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이책의 각 장마다 등장인물의 간략한 연보가 나오는데 서양의 자본주의의 중요한 이슈들과 같이 비교해서 보여준다면 이 책을 좀 더 돋보이게 하지 않을까 싶다.
경제학과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시대를 앞서간 조선의 새로운 천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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