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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 손자병법과 기업전략

손자병법과 기업전략 1 - 명분

by cfono1 2010. 12. 15.
손자는 전쟁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5가지를 말한다. 명분, 하늘, 땅, 장수, 군율이다. 이 요소 중 하나라도 부족한 것이 있다면 필승을 보장하기 어렵다. 5섯 가지 모두를 가진다면 승리에 문제가 없겠지만 부족하다고 해서 반드시 지는 것은 아니다. 승리는 적과 나의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4가지 요소를 가지고 적이 3가지 요소를 가진다면 나의 승률이 더 높다. 하지만, 이 또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전쟁에는 평상시보다 훨씬 많은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의문이 가능하다. '그럼 이런 요소를 살펴보는 것이 타당한가?'이다. 대답은 '물론 타당하다' 이다. 이렇게 5가지 요소를 스스로 제시하고 지키고 확인하는 것은 불완전한 상황을 보다 안정적으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방을 통제하려는 만큼 나도 그 상대방에 통제당한다. 상대방의 시나리오를 A라 가정하자. 그러면 나는 그에 따른 A- 라는 시나리오를 준비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A라는 시나리오를 한다는 보장(확정된 미래)은 없다. 또 하나의 시나리오 B를 준비한다. 그러면 나는 그에 따른 B-라는 시나리오를 준비한다. 이런 식으로 내가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하려 하고 그에 따른 시나리오를 만들려고 하면 할수록 시나리오의 양은 급격히 증가하고 내가 통제해야 할 범위 또한 비례하여 증가한다. 이러한 전략이 타당한가? 난 아니라고 본다. 이렇게 상대방에 집착한 전략은 자신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시나리오에 묶이기보다는 나의 요소를 먼저 점검하여 대응력을 높이는 것 이것이 기본이라 본다. 

이러한 생각에 따라 손자가 손자병법에서 말한 5가지 전쟁의 요소를 살펴본다. 다음은 그 첫 번째 요소인 명분이다.


명분


손자는 명분을 첫 번째 요소로 꼽는다. 이는 명분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과거 전쟁의 명분은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이상이었다. 역대 정권이 생명을 다해갈 때 지방의 수령들은 그 악행이 극에 달하고 백성은 자신들의 힘이 없음을 한탄하며 비참한 삶을 이어간다. 이것이 진정 사람이 살만한 세상인가? 저 살아있는 악귀들은 누가 처단한 말인가? 내 자식들 또한 이 비참한 삶을 이어갈 텐데... 이 더러운 세상의 끝을 내고 새로운 세상을 열 사람은 없는가!? 이러한 사람들의 열망은 영웅을 만든다. 그리고 영웅은 그것을 해낸다. 이때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것이 명분인 것이다. 바로 사람답게 살 새로운 세상이다. 이 경우 명분은 정권을 바꾸는 데 쓰인다. 하지만, 반드시 이런 상황에서만 쓰이는 게 아니다.

국가 간 전쟁에서도 전쟁의 명분은 존재한다. 그리고 명분은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다. 만약 6.25 때 미국이 자국민에게 지금 동아시아의 한 작은 나라가 민주주의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 수호자로서 이들을 구해야합니다라고 국민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대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요충지인 한반도를 포기한다면 미국의 미래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일본을 핵심 방어기지로 삼지만 그래도 대륙의 연결통로를 확보하는 게 유리합니다 이런식으로 설득했다면 미국민이 호응했을까? 부시가 이라크 전쟁에서 9.11 테러(음모론을 떠나서) 이후 미국민에게 우리는 테러에 굴복하지 않으며 승리할 것입니다 이런 명분이 아니라 군수산업체와 이라크 석유자원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전쟁을 시작했다면 과연 전쟁의 시작을 위한 군 병력의 이동이라도 가능했을까? 

이렇듯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그리고 신념이 되어 강력한 결집력을 가지게 하는 것이 바로 명분인 것이다. 그러므로 명분은 누가 보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성질을 가지며 특수한 상황에선 모두의 동의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이 되기 쉽다. 자유, 평화, 민족과 국가를 위한 이념 이런 것들 말이다.

이것은 기업에서도 같다. 기업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지는 보편타당한 성질을 명분으로 삼는다. 그 내용은 재벌,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비슷한 성질의 것이며 주제는 크게 인재육성, 사회기여 등의 내용이다. 이런 명분을 가지지만 모두가 성공하지는 않는다. 이유는 상식적이며 간단하다. 지켜낼 의지가 없는 그냥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삼성을 예로 들어보자. 삼성의 홈페이지 가면 삼성의 존재 그리고 성장에 대한 명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에 대한 국민의 감정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그 이유를 여기서 적지는 않는다. 호불호는 개인의 판단이므로). 삼성이 그동안 보여준 재벌의 나쁜 점들(이것은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 이들이 말하는 명분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역사 속에서 자신의 명분을 버린 정권, 조직은 성공하지 못했다. 역사 속에서 하나의 생명체로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은 반드시 조직으로서의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적어도 자신이 말하는 명분을 저버렸다는 점에서는 그러한 미래가 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제 기업에서의 명분이 중요성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에서의 명분(비전 또는 이상)을 지켜낸다면 조직 구성원의 마음을 잡아 강력한 적에 대응할 집단체로서의 힘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조직에서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는 많은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명분은 위에서 말한 듯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공감이 가는 보편타당한 성질을 띠기 때문이다. 

기업이 경쟁을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가장 먼저 해야 할 것 그것은 자신의 명분을 얼마나 지켜낼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명분에 맞서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대안을 찾아낼 의지를 갖추는 것일 거다. 하지만, 기업의 명분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명분은 첫 번째이지만 5가지의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명분을 충족시켰다면 다음은 하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