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결과가 극명하게 갈리는 현장이다. 그래서 보통 승과 패 이 두 가지로만 사안을 구별하려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모두가 승리할 수도 모두가 패배할 수도 있는 것이 전쟁이다. 공격하는 사람의 목적은 적의 진지 점령, 몰살, 방어의지 분쇄 등 다양하다. 방어하는 사람의 목적 또한 적의 공격 방어 이외에도 안전한 후퇴, 공격의지 분쇄 등 다양하다.
좋은 예로 롬멜을 들 수 있다. 롬멜은 2차 대전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고된 상황을 맞고 있었다. 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전략 물자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이마저 해상권을 장악한 연합군에 의해 대다수가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상황이었다. 현 지위를 계속 유지하다가는 오히려 고립되어 날로 증강되는 연합군 세력에 괴멸될 수 있는 상황, 게다가 암호해독기마저 연합군 수중에 넘어가 전력이 고스란히 노출된 상태지만, 히틀러는 후퇴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롬멜은 전략상 후퇴를 결심하고 히틀러의 재가를 받아 작전을 개시한다. 그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독일군은 안전하게 연합군의 추격을 방어하며 후퇴를 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롬멜은 패배자일까? 연합군은 승리자일까? 연합군의 작전 목표가 롬멜의 괴멸이라면 이는 연합군의 작전 실패다. 하지만, 전략적 요충지의 획득이라면 연합군의 승리다. 롬멜의 작전 목표가 연합군의 괴멸이라면 롬멜의 작전 실패다. 하지만, 병력의 보존을 통한 후일의 도모를 위한 후퇴라면 롬멜의 승리다. 이렇듯 내가 상대방을 제압하더라도 이기지 못하는 싸움이 있는가 하면 내가 상대방을 제압 못 하더라도 지지 않는 싸움이 있다.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시장 및 카테고리에서는 이기지 못하더라도 그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후퇴는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법이며 리더(지휘관)의 목표에 따라 승자와 패자의 관점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관점 없이 승과 패의 이분법적인 사고로만 본다면 이는 전략의 창조성과 다양성에 발목을 붙잡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조직의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승과 패의 단순한 사고를 벗어나 환경을 끊임없이 분석하며 자신의 강점을 살리는 전략이라면 최소한 지지 않는 싸움을 하며 언젠가는 승리를 맛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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