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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기업 전략

롯데마트 - 통큰 주유소

by cfono1 2011. 1. 19.
롯데마트가 이번에는 주유소를 확장한다고 한다(기사). 롯데마트는 지금까지 통큰 시리즈로 나름 인지도(긍정적, 부정적 포함)를 높여왔다. 그래서 롯데마트가 무엇을 하겠다고 움직이기만 해도 통큰이라는 단어는 자동으로 붙는다. 게다가 이번에는 기름에 관한 거다. 현재의 기름 가격은 너무나 높다는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롯데마트가 화제의 중심인 주유소에 진출한다?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이번에 통큰 주유소가 제대로 해준다면 그간의 롯데마트(롯데)의 치졸한 행위에 대해선 봐줄 수 있는 분위기다(구제역 당시 미국산 갈비로 통큰 갈비 판촉, NC소프트의 창단 반대 등). 그러면 이번 통큰 주유소는 시장에 얼마나 강한 힘을 발휘할까? 내 생각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에 한 표를 걸겠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정유업계는 치킨 프랜차이즈와는 다르다.

수입한 원유를 정제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설비가 필요한데 이는 엄청난 자본이 필요하다. 또한, 숙련된 기술도 필요하다. 롯데마트엔 이런 걸 소화해낼 힘이 없다. 힘의 우위가 정유사에 있는 것이다. 이걸 깨기 위해선 롯데마트는 원유가 아닌 휘발유 자체를 외국에서 들여와야 하는데 이는 관련법상 제약(높은 관세)이 있어 시도하기 어렵다. 닭에는 그런 부분이 없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치킨 프랜차이즈가 롯데마트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치킨 프랜차이즈가 닭을 공급하지 않기 때문에 원료 수급을 위해 롯데마트가 치킨 프랜차이즈에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다.


2. 롯데의 무 상표표시제(무폴사인제)에 대한 의지

그동안 주유소는 하나의 회사 제품만 취급했다. S-OIL 주유소가 오일뱅크의 제품을 팔지 않듯 하나의 주유소에선 하나의 회사 제품만 판다. 지금까지의 관행이 이러다 보니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정유사는 제품 공급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주유소에 불리한 계약을 강요했으며 이에 못 견뎌서 이탈하는 주유소에는 근처에 새로운 주유소를 여는 등의 불공정한 경쟁을 해왔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좀 달라질 것이다(기사). 하나의 주유소에서 다양한 제품을 팔게 되면 소비자는 각 제품의 가격을 비교하게 될 것이고 그 자리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정유사의 강력한 권한이 약화되고 판매가 되는 현장인 주유소의 힘이 강해지는 것이다.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 이것이 무 상표표시제의 취지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무 상표표시제를 선택하지 않고 상표표시제나 다름없는 선택을 한다. S-OIL로부터 독점 공급을 받는 것이다. 경쟁이 아닌 독점공급으로 말미암은 가격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S-OIL 또한 기존의 주유소 입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마트가 만약 무 상표표시제의 취지를 받아들여 마트의 고객을 대상으로 S-OIL, 오일뱅크, GS 칼텍스, SK 정유를 모두 받고 경쟁을 시킨다면 더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은 석유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겠지만, 롯데마트의 선택은 그게 아니다. 진짜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3. 미끼 상품으로서의 한계

주유소 서비스는 미끼 상품으로 던질 수도 없다. "하루 300분만 파격적인 기름제공~ 와우!!!" 이러면서 판촉을 벌였다간 정말 안 하는것 보다 못 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통큰 갈비 때도 상품이 없어 욕먹었던 걸 생각해본다면...). 그렇다고 석유를 손해 보면서(또는 이익을 남기지 않고도) 팔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미끼 상품은 마트 내에서 소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주유 서비스에서 대기 시간이라는 개념을 도입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되지 않는다. 서비스를 받거나 대기하는 시간동안 롯데마트에서 소비가 이루어져야 미끼 상품의 역할을 다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주유서비스만 받고 롯데마트에서 소비를 하지 않는다면 롯데마트로서는 좋은 장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 롯데마트 소비자에게만 쿠폰을 발행하는 전략은 어떨까? 그럴꺼라면 아예 주유소 시작 안 하고 정유사랑 카드 혜택 계약 맺는 게 더 편하다(롯데마트 이용금액에 따른 주유 할인 서비스의 개념). 


이렇게 롯데마트가 움직일 수 있는 활동의 폭이 좁은데 의지마저도 약하다. 당연히 가격의 인하 폭은 소비자로부터 좋은 여론을 이끌어냈던 통큰 치킨에 비해서는 미미한 폭일 수밖에 없으며 소비자들의 절대적 지지 또는 우호적인 여론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주유소 업주들의 반반을 막을 우호 세력이 없다는 뜻이며 빌딩 짓겠다며 활주로 틀더니 이젠 기름 장사까지 해먹느냐며 욕만 먹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녹록치 않은 선택을 시작한 롯데마트... 이 어렵고도 복잡한 환경을 해쳐나갈 묘안은 무엇일까? 같이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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