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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가전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 LG 스마트 냉장고

by cfono1 2011. 10. 31.
얼마 전 LG전자에서 스마트 냉장고를 발표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IT 전자 산업에서 이런 소개는 늦은 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빨리 가느냐가 아니다. 방향이다. 소비자와 시대의 변화를 정확하게 추적하고 있는가이다. 그렇다면 이번 LG전자의 새로운 스마트 가전은 그런 방향에 맞을까?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 LG 스마트 냉장고 >

< 홈플러스와 제휴한 웹 오더링 시스템 >

관련 기사 - LG전자, 스마트 냉장고에서 온라인 주문 및 전자결재 가능한 ‘웹 오더링 시스템’
                개발(링크)
관련 기사 - LG vs 삼성, 스마트 냉장고 대전 '후끈'(링크)


이 스마트 냉장고에 대해 고민해 볼 것은 두 가지이다. 

1. LCD의 존재는 필수인가? - 스마트 냉장고에는 LCD가 있다. 이것은 정보를 보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창의 역할을 한다. 여기까지는 역할이다. 그런데 이 역할 이전에 먼저 볼 것이 과연 LCD가 있어야 할까라는 것이다. 이미 스마트폰의 보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관련 기사 - 링크).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이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태블릿의 보급 또한 증가할 것이다. 이런 스마트 기기들은 사용이 편리하며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스마트 냉장고의 LCD가 없어도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 냉장고에 LCD를 추가하는 것은 오히려 제품의 가격 상승만 가져오는 것 아닐까? 

그리고 외부 환경(집 밖 또는 집 안의 다른 방)에서의 사용이 아니라면 LCD의 존재는 더 무색해진다. LCD의 장점은 다양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것인데 주방에서 냉장고 안의 정보가 궁금하다면 그냥 냉장고를 열어보면 끝나기 때문이다. 굳이 LCD를 봐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든다.

청소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갈수록 모든 가전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스마트폰 같은 스마트 기기는 가전의 통합관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스마트 기기로 끝낼 수 있는데 굳이 각 기기마다 정보의 확인과 명령을 위해 LCD를 추가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2. 기업이 설계한 UX와 소비자의 UX는 과연 일치하는가? - 운전을 예로 들어보자. 운전은 단순히 목적지로 이동하는 행위인가? 그렇다면 드라이브는 취미로 볼 수 있을까? 없을까? 운전이 단순히 목적지로의 이동이라면 이 단순 행위는 취미가 되기가 어려울 것이다. 드라이브라는 게 취미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이 자동차라는 기계를 통해 인간의 활동 범위가 확장되는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버튼을 움직일 때의 조작감과 엔진의 소리, 시트의 촉감 등 다양한 것이 어우러져 자동차의 UX를 형성한다. 

그럼 장보기는 어떠한가?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위일 뿐인가? 어떤 이에게는 그렇겠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혼자 또는 가족, 사랑하는 사람, 친구와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공통의 관심사를 교류하는 행위일 수도 있다. 거기에 마트나 장터에서 카트를 끌고 움직이며 시식도 하는 이러한 행위가 한데 어우러져 쇼핑 UX를 형성한다. 문제는 저 스마트 냉장고의 핵심 기능인 웹 오더링 시스템은 이러한 사용자의 쇼핑 UX를 없앤다는 전제하에 있다는 것이다. 웹 오더링 시스템의 장점을 부각하면 부각할수록 쇼핑이라는 행위가 필요없어진다. 그런데 사용자가 쇼핑 UX를 포기할까? 이런 점에 대한 고민은 있었던 것일까? 물론 쇼핑 UX를 경험하기 어려운 노약자 또는 임산부가 사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홈 오더링 시스템의 UX는 이런 사용자 계층에게 맞게 설계되었는가? 

 < 다양한 물건을 직접 비교하고 만져보며 시식하고 구매하는 쇼핑 UX >



더 빠르게 만을 외쳐서는 안 된다. 잘못된 방향으로 더 빨라졌다면 그건 오히려 불편을 조장하는 것이다. 스마트 냉장고가 인터넷과 연결되고 냉장고에서 주문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사용자가 진짜 편리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전보다 쓸모없이 더 비싸진 냉장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스마트라는 단어의 전제 조건은 UX에 대한 이해가 시작이다. 그리고 이것은 기술의 진보 이전에 인간의 이해가 필요하다. 한국의 IT 제조업은 이것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을 활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