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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가 주목해야 할 삼성전자의 미래 전략 - 에볼루션 키트

by cfono1 2012. 1. 12.


지금 미국에서는 CES가 한창 열리고 있다. 이 가전쇼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가전업체가 주목하고 주류 업체가 참여하여 각자 자사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알리는 행사다. 연초에 시작하는 이 행사는 한 해의 큰 흐름을 제시하기 때문에 IT 종사자라면 반드시 들여다봐야 하는 중요한 행사다. 이번 CES에서 한국 기업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를 잡았다. 


세계최대 크기의 OLED 제품을 출시했다.
관련 기사 - 삼성전자, 슈퍼 OLED TV 드디어 공개(링크)


그리고 이렇게 좌우 베젤이 거의 없는 TV를 소개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동영상] LG전자,시네마 3D TV 대화면 라인업 강화(링크)


대부분 언론의 주목은 이렇게 기술적 성과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번에 주목해야 할 핵심은 삼성전자의 새로운 전략 '에볼루션 키트'다.
관련 기사 - 삼성 사장이 말하는 `초격차` 전략이란(링크)


삼성이 꿈꾸는 하드웨어 주도권 - 에볼루션 키트 
'에볼루션 키트'는 간단한 하드웨어 교체만으로 TV의 전반적인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개념이다. 이것은 단순히 부품을 바꾸는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TV 시장은 그동안 혁신이랄 것이 별로 없었다. 혁신이라기보다는 발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그 이유는 TV의 역할 때문이다. TV는 전파 또는 케이블을 통해 들어오는 콘텐츠를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리고 이 형식은 방송사와 케이블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즉, 방송 시스템의 변화가 있어야 TV의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구조다. 근본적인 혁신의 틀을 방송 시스템이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혁신이 아닌 단계적 발전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인터넷과의 연결을 통해 유입되는 콘텐츠는 방송 시스템을 통해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 수많은 개인들로 급격히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이제 TV는 방송 시스템을 넘어 인터넷의 발전에 걸맞은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이것은 마치 기존의 피처폰과 현재의 스마트폰과 같은 양상을 띤다.


휴대폰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는 TV 시장
피처폰은 통신 기술 아래에서 점진적 발전을 했다. 통신사의 영향력 아래 추가될 서비스는 그다지 없었고 제조사는 디자인의 개선을 중심으로 한 점진적 발전만이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과 연결되며 통신사의 영향을 벗어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덕분에 스마트폰의 CPU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싱글 코어에서 듀얼 코어, 그리고 이제 쿼드 코어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TV가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삼성전자의 '에볼루션 키트' 전략이 있다.


완벽한 삼성전자의 미래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할 콘텐츠 특히 고품질 동영상과 게임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TV 수명인 5~6년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삼성전자가 제공할 '에볼루션 키트'는 이러한 환경에 맞추어 콘텐츠를 무리 없이 즐길 환경을 제공하고 콘텐츠는 이러한 환경에 맞추어 다시 고품질의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고받는 관계속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 TV의 (최소한 확고한 하드웨어)주도권을 장악할 것이다. 또한 '에볼루션 키트'에 들어갈 스마트 TV용 CPU와 메모리 그리고 각종 하드웨어의 기술은 다시 태블릿과 스마트폰 등에 적용될 것이고 이렇게 생긴 흐름은 삼성전자 스마트 제품 전체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한번 완성된 혁신 싸이클은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너무 어려운 것이다. 애플에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 사장의 '초격차'라는 단어가 그대로 구현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미래만큼이나 넘기 어려운 장벽이 삼성전자에 있다. 바로 다음의 두 가지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 삼성전자가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에볼루션 키트의 장애물 
에볼루션 키트를 하려면 삼성전자는 매년 콘퍼런스를 열고 협력업체에게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은 삼성전자 혼자서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가 앞서서 (하드웨어적)기반을 다지고 협력업체(삼성전자 스마트 TV의 협력자로 각종 콘텐츠를 공급할 넷플릭스나 공중파 방송은 물론이고 포털과 애플리케이션 제작 업체 모두 포함이다)를 이끌어야 하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삼성전자는 문제점을 가진다.

1. 리더십 - 이 부분은 책임과 관련이 있다. 협력업체에게 하드웨어적 기반을 믿고 삼성전자의 플랫폼 안으로 들어오게 하려면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관계를 토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있는가? 삼성전자와 동반성장을 한 협력업체가 얼마나 있을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모두 합쳐서 말이다. 에볼루션 키트는 물론이고 자사의 OS로 내세운 바다조차 뚜렷한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못 믿을 삼성전자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을 제시해야 콘텐츠 공급업자가 그 하드웨어 환경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준비할 것인데 과연 삼성전자가 '에볼루션 키트'만큼은 제대로 할까? 삼성전자의 기업 문화는 이런 것을 할 준비는 되어 있을까?


< OS의 완성도를 떠나서 과연 누가 삼성전자의 바다를 신뢰할까? >

2. 미래 예측 능력 - 리더십이 신뢰의 문제라면 이 부분은 능력의 문제다. 인텔은 시장의 흐름을 잘못 판단해 모바일 CPU의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대신 이 자리를 ARM이 곳이 치고 들어왔다. 모바일 시장의 핵심 개념인 저전력이라는 부분을 인텔은 놓친 것이다(이제서야 인텔은 아이비 브릿지라는 프로젝트로 저전력을 중심으로 하는 전략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 공개된다). 아무리 고성능의 스마트폰이지만 순식간에 배터리가 소모돼버리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앞으로 스마트 TV 또한 발전하면서 여러 환경에 직면할 것이고 그때마다 올바른 흐름을 예측하여 시장을 이끌어야 한다.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한 것은 1등의 혁신을 따라 하되 하드웨어적으로 더 완벽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한 방향에서 더 빨리였을 망정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까라는 선택의 문제에서 삼성전자가 보여준 것은 없다(난 3D 시장에서 셔터글라스와 편광방식을 두고 한 삼성전자의 선택 또한 실수라고 본다. 사용자 편리성과 콘텐츠 호환성, 사용자가 내야 할 비용 등을 고려하면 셔터글라스 방식은 선택하지 말았어야 했다). 


가장 삼성전자답지 않은 전략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전략
이렇듯 좋은 전략이지만 가장 삼성과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전략이 '에볼루션 키트'다. 진짜 삼성전자다운 전략은 애플의 iTV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 다음 그것을 잘 배껴 하드웨어의 우위로 밀고 가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을 모바일 기기에 이어서 다시 썼다가는 스마트TV는 물론이고 TV를 중심으로 하는 홈네트워크의 주도권마저 모두 애플에 넘어갈 것이다. 이러한 배경이 삼성전자와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전략이지만 '에볼루션 키트'에 도전해야 할 이유인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애플을 많이 따라잡았다고는 하지만 주도권과 영향력, 생태계 어떤 면에서도 애플을 능가하지는 못한다. 반복되는 역사가 될지 아니면 새로 쓰여지는 역사가 될지는 이제 삼성전자에 달렸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을 활용했습니다.

* 정말 오래간만에 쓰는 기업전략 분석이네요!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