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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영화

프로메테우스

by cfono1 2012. 6. 11.

* 다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있는 영화도 아니고 알고 보시면 더 이해가 쉽지 않을까 합니다. 




에일리언 시리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피해 갈 수 없는 영화! 그래서 손꼽아 기다려온 영화! 바로 프로메테우스다.


줄거리는 이렇다. 아직 생명체가 태어나지 않은 지구. 요동치는 물소리만 들리는 폭포 가에서 한 외계인이 검은 액체를 들이켠다. 그리고 그는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친다. 붕괴하는 그의 육체는 폭포 아래 물속으로 떨어지며 먼지처럼 분해되어 물속에 녹아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2089년. 인류의 유적지를 찾아다니던 과학자는 드디어 외계 생명체와 지구와의 연결고리를 밝혀줄 단서를 찾아내고 초다국적 기업 웨이랜드의 지원 아래 수광년의 거리(영화에서는 약 740조 km. 1광년 = 9.46조 km)를 날아 목적지에 도착한다. 유적지에 그려진 것처럼 인류의 DNA 속에서 그리워했던 조상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그리고 창조주와 무슨 말을 할까라는 설렘으로 말이다. 황량하지만 태양이 있고 대기가 존재하는 나름 안정적인 행성에 도착한 일행은 창조주가 남긴 유적을 탐사하길 시작한다. 창조주의 형태가 인간형이라는 것에 흥분하는 탐사팀. 하지만 하나같이 창조주는 무언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모습이고 적막한 유적은 알 수 없는 형태의 유기물질이 곳곳에 있다. 그러던 중 안드로이드 데이빗은 탐사팀 몰래 유기물질이 든 병을 몰래 숨겨 탐사선으로 돌아가는데...



프로메테우스는 화끈한 전투신이 없다. 에일리언 2의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에일리언과 살기 위한 대원들의 사투를 기대한다면 이 영화는 크게 실망을 안겨다 줄 것이다. 하지만 영화 구석구석 심어놓은 해석의 여지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우선 지구의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가 창조주(이하 엔지니어)의 유산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그들의 지구 방문은 수 억 년 전이라는 역사를 가진다. 그 이후 인간은 또 다른 인간이라는 유기물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기계 안드로이드를 만들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수면 상태에서 깨어난 엔지니어는 자신의 언어를 구사하는 데이빗의 목을 뽑아 버리고 같이 있던 웨이랜드의 사장과 경호원을 다 죽인다. 왜 죽였을까? 아마 적대감이 아니었을까 한다. 안드로이드 데이빗은 종종 인간의 한계를 지적하는 발언을 하고 인간은 다시 안드로이드 데이빗의 탄생의 한계를 지적한다. 감정이 없으며 필요로 만들어진 기계인간. 딱 거기라는 위치를 말이다. 그렇기에 영화 내내 데이빗은 자신의 한계를 넘으려는 듯한 행동을 보여주고 이러한 행동은 결국 탐사 대원들을 유기 물질에 감염시키기에 이른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여주인공의 심정은 어땠을까? 분노였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드는 생각은 엔지니어 또한 같은 역사를 가지지 않았겠느냐라는 거다. 그들 또한 그렇게 엔지니어의 창조주를 극복하고 그 자리를 탈취했기에 인간의 행동 또한 엔지니어의 존립에 위험을 가져다줄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수수께끼 같은 인물은 바로 메레디스 비커스라는 여사장이다. 난 비커스가 인조인간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1. 부녀 사이임에도 아버지와 딸의 상태가 너무 차이가 난다. 웨이랜드의 지배자 피터 웨이랜드는 100살이 훨씬 넘은 정말 죽어야 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그런 상태다. 그런데 그의 딸인 비커스는 30대 중반, 많이 봤자 40대 초반이다. 손녀라고 해야 상식적인 관계인데 부녀 사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2. 단둘이 있을 때 데이빗에 쩔쩔맨다. 그리고 데이빗도 당당하다. 다른 인간들과는 뭔가 틀리다. 데이빗의 행동은 마치 너도 나와 같아라는 느낌이고 비커스는 그래도 내가 너보다 위라는 느낌이다. 


3. 창조주(아버지)에 대한 죽음을 갈망이 데이빗의 태도와 같다. 데이빗은 죽음에 대해 인간도 외계인 엔지니어도 피할 수 없다고 하면서 자신의 불멸성에 대해 우월감을 드러낸다. 자신의 창조주인 인간이 마치 죽기를 바라는 듯한 느낌도 풍긴다. 그런데 웨이랜드 회장과의 대화에서도 이런 감정이 드러난다.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그녀의 표정은 자신은 다른 존재라는 듯한 느낌을 풍긴다.



그리고 영화 곳곳에는 다양한 설정이 있다. 에일리언이 배를 가르고 세상에 나타나는 것은 프로메테우스라는 신화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한다. 인간에게 불을 전달한 프로메테우스는 돌산에 묶인 채 매일 독수리에게 내장이 쪼임을 당하는 형벌을 당한다. 생명의 기원이라는 열지 말아야 할 영역에 도달하려 한 대가로 에일리언은 탄생하고 배를 가르는 것으로 태어난다. 둘 다 모두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넘본 죄로 배가 갈리는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



인류의 기원이라는 설정은 가이버와 매우 유사하다. 강식장갑 가이버라는 일본 만화의 설정은 외계인이 태초의 지구에 와서 다양한 유전자 실험을 한다. 그 과정에서 공룡을 비롯한 많은 생명체가 탄생한다. 물론 그 무리에는 인간도 있다. 외계인의 표준무기는 가이버라는 생체장갑인데 한번은 이것을 인간과 결합하는 실험을 한다. 그 결과 외계인이 가이버를 착용했을 때보다 몇십 배는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한다. 인간과 가이버를 결합해 최강의 유전자 병기를 넣었다고 자축하는 순간 가이버는 외계인에 종속되었던 심리를 벗어나 외계인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외계인은 병기로서의 가치를 잃었다고 판단 지구를 운석과 충돌시켜 파괴하는 것으로 정리하고 지구를 떠나려고 한다...(나머지는 직접 만화를 통해서 보길 바란다)


< 프로메테우스와 가이버 모두 진화론이 아닌 외계인에 의한 창조론이라는 설정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



이렇듯 여러 가지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주는 프로메테우스지만 정리되지 않는 인물 설정은 영화를 끊어먹는 부분이 있다. 여사장 비커스의 경우 냉철하면서 야심 있는 그래서 기계 같은 모습을 보여주다 선장이 섹스가 고프지 않느냐는 말에 10분 뒤 자기 방으로 오라는 개방성을 보여준다. 그 장면을 보면서 여사장 성격이 뭐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선장은 자기장 폭풍으로 유적에 고립된 탐사원이 위치를 못 찾고 떨고 있을 때 마치 그들이 위험에 노출되기를 바라거나 놀림감으로 삼는 가벼운 태도를 보여주다 갑자기 진지해지면서 이 곳은 외계인의 군사기지니 한시 빨리 이곳을 떠야 한다거나 누구도 이 별을 떠날 수 없게 하겠다는 비장함을 보여준다. 물론 감염된 탐사원의 습격이 그를 변하게 할 수도 있지만 매끄럽지 않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영화의 마지막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들을 이렇게 최악으로 몰고 간 창조주 엔지니어에게 가서 왜 지구를 끝장내려 했는지라는 답을 찾으러 가는 여주인공과 괴물(안드로이드 데이빗은 자신이 몰래 가져온 외계 유기물질로 여주인공의 남자친구를 감염시킨다. 감염된 남자친구는 여자 주인공과 관계를 맺고 여 주인공의 몸속에서 괴물이 자라게 된다. 여 주인공은 우주선의 의료 장비로 자신의 배를 갈라 괴물이 먼저 배를 뚫고 나오기 전에 꺼내어 제거를 시도한다)에게 숙주가 되어버린 엔지니어의 몸에서 나온 에일리언의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이것은 답을 찾으러 간 여주인공과 에일리언의 확산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심어 놓은 제작사의 의도로 보인다. 정말이지 다양한 시리즈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에일리언 시리즈의 연계성을 찾고 부분 부분이 주는 의미를 되씹어 보는 사람이라면 나름 재미를 찾을 수 있고 외계 생명체와의 액션을 원한다면 지루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과 다음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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