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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다니기 위해서 도로가 필요하다. 그럼 정보가 다니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전파다. 이 전파를 통해 디지털화된 정보가 다닌다. 그리고 이 전파는 유선과 무선이라는 두 개의 도구로 이동한다. 그리고 통신 사업자는 이것을 가능하게 하여 수익을 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별문제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모든 영역이 허물어지면서 사용자를 중심으로 하나의 경험이 중요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스마트TV 등의 사용자 접점이 독립된 것이 아니라 사용자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로 바뀐 것이다. 덕분에 통화만 하던 휴대폰은 PC를 닮아 스마트폰이 되고 공중파의 전파만 수신하던 TV는 스마트폰을 닮아 스마트TV가 되었다.
< 정보가 차라면 전파는 차가 다니는 도로다 >
그런데 이런 환경을 통신 사업자는 따라잡지 못했다. 융합이 되기 전에는 그냥 톨게이트에서 요금 받듯이 인터넷 사용자에게 비용을 받으면 되었다. 그런데 융합의 시대에 들어서자 데이터양은 폭증하기 시작했다. 기기 자체의 데이터 사용량도 증가했지만, 콘텐츠의 고급화는 이러한 경향을 더 가속화 시켰다. 더 좋은 품질의 사진과 동영상의 탄생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확장하던 통신 사업자가 딴 마음을 먹기 시작한다. 이미 통신 사업자는 인터넷을 접속하게 하는 대가로 사용자에게 돈을 받고 있는데 콘텐츠의 제작자에게 권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로를 사용해서 뭘 하고 싶거든 나에게 잘 보이라는 시대가 온 것이다.
사용자가 자신의 선택에 따라 10MB, 100MB급의 인터넷망을 선택하여 쓰는 것은 사용자의 당연한 선택이다. 그에 합당하는 비용을 통신 사업자에게 내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선택한 서비스에 맞는 품질로 어떤 콘텐츠든 볼 권한이 생기는데 통신 사업자의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권력 행사로 사용자는 자신의 권한이 침해받게 된다. 즉, 통신 사업자에게 우호적인 콘텐츠 제작자가 우선순위로 정보가 이동하는 전파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사용자는 모든 콘텐츠를 자신이 약정한 속도와 품질대로 볼 권한이 있음에도 통신 사업자가 한번 필터링하고 재분배한 상태의 콘텐츠를 강제적으로 봐야 한다. 망 중립성이 깨지는 것이다.
톨게이트 비용과 관련 세금 다 내고 있는 상황에서 도로를 이용하여 서비스업을 하려거든(가령 택배 같은) 다시 도로 업체에 자신의 수익을 추가로 내라고 한다면 그게 과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것인가? 택배 비용은 이미 수령자가 지급했고 거기에는 톨게이트 비용을 포함한 도로 위에서 움직이기 위한 모든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을 고려하고 택배 사업자가 비용을 청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내라고 한다면 횡포로 밖에 볼 수 없지 않을까?
통신 사업자의 이런 기괴한 행태 덕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긴다.
사용자 - 인터넷 비용은 비용대로 내면서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원활하게 볼 수 없다. 서비스에 대한 권리를 온전하게 누릴 수 없다.
콘텐츠 제작자 - 사용자가 아닌 통신 사업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통신 사업자가 전파라는 수단을 통제하여 사용자에게 접근할 자체를 막아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시장은 왜곡되고 서비스의 질은 하락한다. 통신 사업자가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아니니까.
국가 - IT는 이제 국가 관점의 산업으로 봐야 할 만큼 성장했다. 게다가 IT 기술이 발전할수록 해외 업체가 실시간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할 환경이 되는데 사용자를 대상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성장하지 않은 콘텐츠 제작자는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결국 국내 서비스는 외국 서비스업자에게 밀려 산업이 붕괴 될 것이다.
이런 암울한 미래의 시작이 어디서 왔을까? 바로 통신 사업자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편하게 돈만 받겠다는 구조를 고집하면서 생각한 꼼수를 실현하면서부터다. 그 시작이 바로 망 중립성(링크)의 훼손인 것이다. 그럼 통신 사업자는 뭘 해야 했을까? 자동차가 늘어나면 도로망을 확충하고 첨단 기술로 도로의 효율을 높이는 게 답이듯이 통신망 확충과 서비스 고도화로 효율을 높이는 것이 답이다. 그렇게 해서 발생하는 '정직한 비용'은 당연히 '사용자의 몫'이고 말이다.
망 중립성의 문제는 단순히 보이스 톡을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사용자의 콘텐츠 접근에 대한 권리문제, 통신 사업자의 권한 남용에 대한 문제, 콘텐츠 제작자의 창작과 서비스의 자유 그리고 각 구성원의 조화를 통해 구현될 국가 경쟁력 등 훨씬 깊고 방대한 문제의 바탕을 이룬다. 이제 더 근본적인 고민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할 때다. 다음의 이야기는 전파에 대한 두 번째 글, 공용 와이파이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을 활용했습니다(사진 1 - 링크).
* 이 글은 아이에데이에 뉴스 스토리 / IT 칼럼에도 기고(링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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