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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의 새로운 도전은 어디서 판가름나는가?

by cfono1 2012. 11. 5.

아이리버는 최근 자사의 주력 분야라 할 수 있는 휴대용 음악 재생기기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 이름도 기존과는 다른 분위기를 주는 아스텔 & 컨이다.

< 아이리버 아스텔 & 컨(링크) >


최근 MP3 플레이어 시장은 지속적인 쇠락을 겪어왔다. 이 쇠락의 주인공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전자사전, MP3, 내비게이션, 전자수첩, PMP를 모두 흡수했다. 각각 기기를 만들던 아이리버나 코원 같은 회사는 이 흐름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고 속절없이 무너지는 형국이었다. 힘든 시간을 겪고 나면서 아이리버가 새롭게 도전한 분야는 바로 자신이 가장 잘하는 분야였고 편리함을 넘어서는 콘텐츠의 궁극적인 감상기기로 다시 탄생하려는 것이다. 이 제품의 미래는 어떨까? 써보지 않은 내가 판단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아이리버가 절치부심하면서 만든 제품인 만큼 분명히 뛰어난 성능일 것이다. 그러나 이 제품의 미래는 제품 자체의 완성도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콘텐츠의 안정적 수급이다.  


아이팟이 처음에 등장했을 때 아이팟을 극대화하는 것은 아이튠스였다. 만약 아이튠스가 없는 상황에서 그저 MP3 플레이어로서의 경쟁력이 그 당시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아이리버의 제품을 능가할 수 있었을까? 게다가 이번에 아스텔 & 컨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음원 포맷은 MQS다.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때 사용하던 음질을 귀에서 느끼게 해주는 것이 이 제품의 핵심가치다. 그렇기에 일반 MP3 제품보다 10배 가까운 가격이 책정된 것이다. 만약 이 MQS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면 아스텔 & 컨의 포지션이 상당히 애매해진다. 분명히 좋지만 69만 원을 내야 하느냐라는 의문이 들게 되는 것이다. 


< 아이리버의 음원 서비스를 통한 해결을 시도하지만, 과연 얼마나 수요를 소화할 수 있을까?(링크) > 


소니는 휴대용 음악 재생 기기 분야에서 독자적인 코덱(링크)을 썼다. ATRAC 코덱으로 이 코덱은 소니의 MD와 결합하면서 MP3플레이어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소니 미니 디스크에 대한 설명 - 링크).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듯이 MP3(링크)의 완승이다. 


< 소니의 미니 디스크 플레이어 >


왜 소니의 ATRAC 코덱은 MP3를 넘을 수 없었을까? 바로 콘텐츠의 풍부함이다. 기술적으로 떨어져도 내가 원하는 음원 파일은 어디에나 MP3의 형태로 존재한다. 게다가 이것을 지원하지 않는 기기는 없다. 어디서든 구하고 어떤 기기에서건 재생할 수 있다. 이 편의성의 힘은 매우 강력한 것이다. 게다가 음장기술의 발전은 빠르게 발전한다. 결국, MP3의 범용성과 편의성+음장 기술의 발전을 소니의 ATRAC 코덱이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황은 빠르게 반전된다. 표준시장에서 밀리면 고립되는 건 순식간이다. 


그나마 아스텔 & 컨의 장점은 주류는 아니지만 이미 존재하는 음원 포맷을 쓴다는 것이다. 그럼 이제 승부처는 얼마나 빠르게 확산시키느냐이다. 첫 번째 아스텔 & 컨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음악 장르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클래식이 강점을 가지지 않을까 싶다. 섬세하면서 다양한 악기 수십 개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더 큰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다. 두 번째는 도화선이다. 아스텔 & 컨의 장점을 보여주면서도 이슈를 이끌어낼 대중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나는 이런 관점에서 나가수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일반 대중음악 시장과는 다르게 나가수는 더 매니아적인 분위기가 있으며 품질도 높고 게다가 공중파의 파급력이 있다. 아스텔 & 컨이 나가수와 함께한다면 나가수의 MQS 음원을 활용하여 이슈를 생산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하이엔드 이어폰 및 헤드폰의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그 기기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플레이어의 등장은 이르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제품의 기기는 뛰어나지만 별로 들을 것이 없는 제품이 되느냐, 아니면 MQS 음원의 새로운 개척자가 되느냐의 운명은 기기의 완성도가 아닌 콘텐츠 확보에서 결정 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기술의 싸움이 아니라 전략의 싸움이다. 누가 대중성을 확보하고 음원 생산자와 소비자를 만족하게하느냐는 것 말이다. 




* 이미지는 아이리버 홈페이지 캡처와 구글 검색을 활용했습니다(사진 3).


* 코덱과 포맷의 차이에 대한 설명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으로 제 분야가 아닌만큼 설명이 부족하게 느낀 분들은 방문해보시길 바랍니다(링크).


이 글은 아이에데이에 뉴스 스토리 / IT 칼럼에도 기고(링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