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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영화

베를린

by cfono1 2013. 2. 2.



호빗 이후로 본 거의 한 달만의 영화! 난 좀처럼 한국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는다. 극장에서 보려는 이유가 멋진 화면을 크게 감상하고 싶어서인데 그런 목적에 들어맞는 영화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나리오가 좋은 액션이나 첩보물이 있었든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참고로 난 연쇄살인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꽤 만족했다. 간만에 말이다.


* 스포일러라고 느낄만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베를린. 


분단국가에서 통일 국가로 발전된 독일의 수도. 그 특성상 과거 냉전 시절의 치열한 첩보전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유럽의 강국 독일이 아닌가? 그런 독일의 한 호텔에서 북한 특수 요원 표종성(하정우)이 러시아 무기상을 끼고 아랍 테러단체와 미사일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수상한 눈치를 채고 한국의 정보요원 정진수(한석규)도 자신의 팀을 데리고 이 만남을 주시하고 언제든지 들이닥칠 준비를 하는 상황. 하지만 예상치도 않게 이스라엘 모사드가 덮친다. 표종성은 남측 요원 3명을 물리치고 다시 정진수마저 이기고 유유히 이 상황을 빠져나간다. 처음에는 그저 어디선가 정보가 새어나가 실패한 임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북한에서 베를린 지부를 검열하기 위해 실력자의 아들 동명수(류승범)가 오면서 실패한 임무는 의심받기 시작한다. 거기다 북한 대사의 망명이 실패하면서 점점 일은 커지게 된다. 이제 표종성은 자신을 제외한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몰리게 되는데...


베를린을 보고 난 뒤 괜찮다고 생각한 것은 한국적 상황을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국은 분단국가다. 하지만 그 상황은 많이 변했다. 특히나 북한이 말이다. 과거 냉전시절처럼 이념이 주가 아니다. 미국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들의 주된 주제도 밀매를 통한 비자금이다. 마찬가지다. 북한이 주장하고 자랑하는 공화국의 유지에도 돈은 들어간다. 그리고 통제된 사회일수록 더러운 뒷구멍은 더 크기 마련. 바로 이 주제가 마음에 들었다. 북한은 무조건 악당이라면서 정의의 심판을 받아라가 아니라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려냈기 때문이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 또한 좋았다. 하정우는 매우 잘생기지 않은 배우다. 그게 이 영화에서는 장점이다. 있을 법한 요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역할을 원빈이 했다면 현실감이 떨어졌을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전지현은 좀 잘못된 캐스팅이 아닐까 한다. 너무 예쁘다. 특히나 원샷 받을 때 와... 이뻐 엽기적인 그녀가 차분하게 돌아온 것 같아!!!라는 생각이 몰입을 방해한다). 액션 또한 사실적이다. 람보처럼 난 총알도 피해 가는 남자가 아니라 필요하면 엉겨붙는 개싸움도 하고 총알이 떨어지면 권총을 망치처럼 쓰기도 한다(베를린의 총격신은 완성도가 높다. 많이 준비한 티가 난다). 한석규도 승급하지 못한 하지만 현장의 선임자인 사람의 심정을 절절히 보여주고 있고 다른 국가의 정보 요원들도 전형적인 자국 중심주의의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다 자신의 업적으로 남기고픈 전형적인 욕심까지도... 또 류승범은 어떤가? 잔인하고 방해가 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다혈질 성격의 권력자 아들 역은 그에게 딱 맞는 역할이다. 상대방을 내리깔고 건들건들거리는 그의 모습은 류승범이 아니면 누가 해낼 수 있을까 싶다.


 < 류승범의 이런 모습은 이미 '부당거래'에서도 잘 보여줬다 >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역시나 돈이다. 100억이 들어간 영화라고 하지만 이 영화의 비교 대상은 본 시리즈가 될 수밖에 없다. 하정우가 자동차 지붕 위에 매달린 장면에서 돈을 좀 더 썼더라면 마지막 접선 장소 폭파 장면 등에서 좀 더 돈을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헐리우드의 자본력과 배급력을 1:1로 비교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미국처럼 무인기에 첩보위성 띄우고 맘먹으면 도청 못하는 게 없다는 에셜론도 우리에게는 없다. 결국, 본 시리즈처럼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미 관객의 눈높이는 본 시리즈에 맞추어져 있는 현실인 걸 어쩌겠는가?


그렇다면 남은 것은 얼마나 한국적으로 잘 풀어서 설득력이 있게 하느냐가 관건인데... 난 그것을 잘했다고 본다. 적어도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은 말이다(이 영화를 실미도의 강우석이 만들었다면 볼 생각조차 안 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은 표종성이 분노를 가슴에 담은 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면서 끝이 난다. 마치 본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마지막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제대로 즐길만한 깔끔한 첩보 시리즈가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이미지는 다음 영화입니다.


*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한국 요원은 좀 더 능력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표종성이 엘리트 요원이라고 하지만 퍽!퍽! 또는 퍽!퍽!퍽!에 다 나가떨어지는 것은 너무해요. ㅠㅠ


* 만약 3부작이라면 2편은 블라디보스토크로 하고 3편은 마카오나 베이징에서 끝내면 어떨까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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