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언급되었지만 눈여겨볼 기사가 하나 있다.
관련 기사 - 삼성전자, 일부 스마트폰 중국업체에 위탁생산(링크)
삼성전자가 중국에 공장 짓고 만드는 게 아니라 아예 위탁생산을 하는 거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다. 그렇다. 애플과 팍스콘의 관계다. 애플의 광고 전략은 잡스 죽음 이후 흐름이 바뀌게 되는데 애플이 제조한다는 느낌보다는 애플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간다. 애플에 의한 운영체제, 제품, 콘텐츠 채널인 앱스토어 등 애플에 의해 만들어지는 전반적인 UX를 강조한 것이다. 기존의 제품이 있고 그 기능을 설명하며 UX를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UX를 먼저 놓고 그 속에서 애플 제품을 말한다. 더 풍부하고 세밀해지는 라인업에서 이런 변화는 이제 제품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애플을 선택할 것을 광고는 말하고 있다.
애플은 이런 기업이다. 사용자의 UX를 결정지을 운영체제, 콘텐츠 유통 경로, 제품의 디자인, 성능을 위한 사양 결정 등 대부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기업이다. 그렇기에 이것만 지켜진다면 나머지 할 일은 가장 저렴하고 품질을 책임질 생산자만 연결하는 것이다. 그것이 팍스콘이다. 만약 팍스콘이 그걸 해결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다른 파트너를 찾을 것이다. 물론 그 파트너가 바뀐다고 해서 애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UX를 결정지을 요소들은 대부분 손에 쥐고 있으며 이는 애플의 정체성은 애플이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좀 다르다. 독자적인 운영체제도 콘텐츠 유통 경로도 없다. 이 둘은 구글이 손에 쥐고 있고 점점 강화되는 추세를 볼 때 이 주도권을 다른 기업과 공유할 생각도 없다. 즉, 애플이 될 수 없는 기업이다. 그럼 하드웨어만이 차별화가 되는 기업인데 그 차별화의 핵심요소를 무엇으로 볼 수 있을까? 바로 디자인이다. 하드웨어의 디자인을 통해 기업과 브랜드의 정체성을 말할 수 있다. 그럼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그런 게 있을까? 누가 보더라도 삼성전자의 것이며 그전 세대의 브랜드를 충실히 이었다고 느낄만한 정체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것이 있다면 위탁생산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디자인을 보면서 디자인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
< 폴크스바겐의 골프 디자인이 보여주는 자신들의 정체성 >
그런데 그런 게 없다. 마치 세대 한번을 지나자 확 바뀌어 동일 차종이라고 연상하기 어려운 NF 쏘나타와 YF 쏘나타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탁생산을 하게 되면 갤럭시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가 과연 버텨줄 수 있을까? 독일에서 만든 폴크스바겐과 멕시코에서 만든 폴크스바겐의 이미지가 같지 않듯이 제조국가가 주는 느낌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런데 거기다 만든 회사까지 달라지면 갤럭시 브랜드에 오히려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 지금까지의 갤럭시 S 시리즈들. 과연 정체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줄 디자인도 없는 상태에서 만든 제조 기업마저 달라진다면 여기서 오는 기존 사용자의 브랜드 충성도와 이미지 하락은 돈으로 메꾸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한번 추락한 것을 되살리기는 매우 어렵다. 애플의 대항마를 자처하는 삼성전자다. 그렇다면 이제 그만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더 세밀하고 일관성 있는 브랜드 철학이 절실하다.
* 동영상은 다음 TV 팟, 이미지는 구글 검색입니다(사진 1, 사진 2, 사진 3, 사진 4, 사진 5, 사진 6, 사진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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