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대세를 이루는 작품들에는 언제나 사용자의 애정이 있다. 그리고 그 애정은 시간에 비례한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동차에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애완동물에 시간을 쏟는다. 사랑하지 않는 대상에 시간을 쏟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인간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는 것... 이 당연한 논리 때문에 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IT 기업의 플랫폼이라는 영역으로 들어오면 싸움은 더 거대해진다. 1:1의 싸움이 아닌 게 되기 때문이다.
애플을 예로 생각해보자. 애플의 디바이스는 사용자가 어떤 목적과 행동을 하더라도 그에 대응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이동 중에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미니, 이동성이 약간 떨어지는 상황을 위한 아이패드, 고성능 데스크톱을 지향하는 맥, 휴대용 콘텐츠 생산도구 맥북 시리즈 등 다양한 역할에 부응하기 위한 최적의 도구들을 각 요소에 배치했다.
아이폰 - 높은 이동성, 저품질 콘텐츠 소비, 저품질 콘텐츠 생산
높은 이동성으로 언제 어디서든 사용자의 목적에 맞는다. 하지만 배터리와 AP의 한계 등으로 저품질의 콘텐츠 소비와 생산을 한다.
아이패드 미니 - 높은 이동성, 저품질 콘텐츠 소비, 저품질 콘텐츠 생산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폰보다는 이동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화면의 면적이 더 넓은 탓에 더 쾌적한 콘텐츠 소비가 가능하다. 여전히 높은 이동성과 전면, 후면 카메라 등 저품질 콘텐츠 생산에 무리가 뛰어난 기동성을 보인다.
아이패드 - 높은 이동성, 저품질 콘텐츠 소비, 저품질 콘텐츠 생산
아이폰과 아이패드 미니 보다는 떨어지는 이동성이나 더 넓은 화면으로 더 쾌적한 콘텐츠 소비가 가능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비슷한 급의 성능을 아이폰, 아이패드 미니와 공유하기 때문에 고성능 콘텐츠 생산과 소비로 이동하기는 어렵다.
맥 - 낮은 이동성, 고품질 콘텐츠 소비, 고품질 콘텐츠 생산
최하단의 이동성이다. 이는 데스크톱의 숙명으로 기기의 필연적 결과다. 그렇기에 저품질 콘텐츠 소비에는 문제가 없어도 저품질 콘텐츠 생산에는 문제가 있다. 떨어지는 기동성은 사용자가 필요로 할 때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성능을 지향하므로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작업과 콘텐츠 소비에 전혀 문제가 없다. 또한 낮은 이동성으로 인해 얻게 되는 넉넉한 전력공급은 성능을 뒷받침한다(전기 소모량과 성능은 비례한다).
맥북 에어 - 상대적으로 높은 이동성, 중간 품질 콘텐츠 소비, 중간 품질 콘텐츠 생산
맥에 비해 높고 아이폰, 아이패드 시리즈에 비해 낮은 중간 영역의 이동성이다. 더 커진 크기로 사용자가 원하는 순간 빠른 기동은 어렵다는 측면은 저품질 콘텐츠(사진, 동영상 같은) 생산의 한계를 아이폰, 아이패드보다 더 뛰어난 CPU는 아이폰, 아이패드보다 더 뛰어난 콘텐츠 생산(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콘텐츠 생산 프로그램)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이동성에 뛰어난 제품군과 맥과 같은 이동성이 낮은 제품군과의 사이를 메꾸어주는 허리 같은 역할을 한다.
맥북 프로 - 상대적으로 높은 이동성, 중간 품질 콘텐츠 소비, 중간 품질 콘텐츠 생산
맥에 비해 높고 아이폰, 아이패드 시리즈에 비해 낮은 중간 영역의 이동성이다. 맥북 에어와 같이 전반적으로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이동성에 뛰어난 제품군과 맥과 같은 이동성이 낮은 제품군과의 사이를 메꾸어주는 허리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더 커진 크기로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하는데 이동성과 고품질 콘텐츠 생산과 소비의 영역으로 이동을 맞바꾼 셈이다.
이를 전부 결합하면 위와 같은 모습이 된다. 높은 이동성에서 낮은 이동성까지, 저품질 콘텐츠 소비에서 고품질 콘텐츠 소비까지, 저품질 콘텐츠 생산에서 고품질 콘텐츠 생산까지 다양한 목적에 대응하는 제품들이 촘촘히 짜여있다. 특히나 이동성이라는 요소는 매우 중요한데 기기의 이동성 지원 폭에 따라 사용자의 UX를 지원하는 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자사의 플랫폼으로 사용자의 모든 이동성에 대해 대응할 수 있다면 각 제품군들 간 연결성을 확대하여 모든 상황에 대해 하나의 서비스로 묶을 수 있다. 바로 클라우드의 개념으로 말이다. 이는 마치 무기의 킬 체인과 비슷하다.
다양한 요소를 결합하여 어떤 상황에서든 하나의 목적에 대응하는 흐름을 만드는 것. 마치 자전거 체인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는 그런 체계 말이다. 앞으로의 경쟁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용자의 이동성 수준과 목적에 따라 대응하는 기기들을 제공하고 이를 클라우드 서비스 개념으로 하나로 묶어 언제 어디서든 끊김이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UX 체인으로 발전하는 것. 그래서 자사의 플랫폼에 대한 안정적인 발전과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 말이다. 이렇게 사용자의 시간을 철저히 장악하고 있는데 과연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걸 파고들 방법이 있을까?
이제 하나의 제품으로 경쟁하는 시대는 지났다. 각각의 제품이 사용자의 시간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파악하고 다시 각각의 기기들을 퍼즐 삼아 전체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플랫폼 시대에 생태계를 만들려는 IT 디바이스 제조기업이 가져야 할 기본 전략 방향이다.
* 이 글은 아이에데이 IT 관련 미디어에도 기고(링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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