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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기업 전략

3D 프린터의 파괴력은 과연 얼마나 될까?

by cfono1 2014. 3. 11.

신기술은 우리의 삶을 많이 바꾼다. 그 영향으로 직업이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증기기관 시대를 생각해보자. 마차 대신 철길이 깔리고 칙칙폭폭 하며 수증기를 내뿜는 증기기관차는 그야말로 혁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거리 마차꾼들에는 악마와도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자신들의 일자리를 모조리 뺏어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증기기관차도 나름의 고민이 생긴다. 바로 디젤기관차다. 디젤기관차의 도입은 석탄을 보일러에 넣던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어갔다. 물론 그 분들의 일자리를 뺏어가기 위해 만든 기술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뺏어갔다는 말이 좀 어색하지만 당사자들의 입장에선 뺏겼다고 볼 것이다. 



그렇게 시대는 바뀌고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나타난다. 그럼 3D 프린터는 어떨까? 3D 프린터는 정말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꿀 물건이며 공장들은 다 끝난 걸까? 영향은 받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지금처럼 경천동지할 수준은 아닐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의 오랜 생산 시스템에 답이 있다. 바로 '분업'이다.



3D 프린터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은 바로 소품종 소량 생산이다. 이것이 가지는 속성은 지금의 대량생산과는 확연히 다르다. 대량 생산의 강점은 바로 철저한 분업을 통해 품질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각자 맡은 영역이 정밀해질수록 일은 단순해지고 한 사람이 맡아야 할 복잡성은 낮아진다. 게다가 대량생산이니 가격 측면까지 고려하면 3D 프린터가 끼어들 자리는 상당히 좁아진다. 3D 프린터로 뽑아낸 물건에 만족할 수도 있지만, 더 싸고 더 품질이 좋은 대량생산의 물건과 경쟁할 때 이길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3D 프린터의 영역은 상당히 축소된다. 대량생산의 강점을 철저히 벗어나는 영역, 개인화된 영역이 주가 되는 것이다. 기존에는 특수한 곳에서만 만들어져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들, 기업의 시제품 제작,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드는 DIY 영역이 3D 프린터의 성공적 환경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겠지만, 전반적으로 흔들지는 못하게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도입은 모든 사용자에게 언제 어디서건 전파를 통한 24시간 정보 접근이라는 신세계를 열어줬다. 이건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환경이지만 3D 프린터는 그런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한다. 마치 우리가 포토 프린터로 집에서 직접 뽑기도 하지만 운용 비용과 유지 때문에 포토 프린터를 가지고 있지 않고 종종 전문 업체를 이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토 프린터가 어떤 사용자에게 영향을 주지만 그것이 모든 사용자에게 신세계를 열어주지는 못한다. 



이런 속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기술이 사람에게 가지는 의미 말이다. 이런 이해가 없이 3D 프린터가 마치 요술지팡이인것처럼 이해한다면 그것은 굉장히 위험해진다. 예를 들어 국가 정책이 3D 프린터 관련 육성인데 이런 특성을 이해 못한 체 잘못된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고 그 속성과는 다른 결론이 나오게 되면 자연히 그것은 시간과 돈의 낭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건 기업도 마찬가지다. 자사에 3D 프린터가 어떤 의미를 줄 것인지에 대한 이해 없이 3D 프린터가 모든 것을 끝내주리라는 생각을 가진다면 대량생산 제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에서 승리할 수가 없다. 신기술은 그 의미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당연하다. 우리가 처음 접하는 미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끊임없는 이해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기술을 100% 활용하는 혁신을 이뤄낼 것이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 동영상은 유튜브입니다(사진 1,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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