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기사 - 아슬란 디자인, 눈에 익은 이유..앞은 쏘나타, 옆은 그랜저, 뒤는 제네시스 닮은꼴(링크)
현대에서 새롭게 내놓은 차 아슬란은 그랜져와 제네시스 사이의 차량이다. 구동계는 전륜이지만 분위기는 상급을 지향하는 교집합 같은 차량이다. 하지만 이 차의 정체를 두고 썩 좋은 평가를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 글의 목적은 차량에 대한 것이 아니다. 현대차라는 기업에 대한 것이다.
아우디를 보자. 내가 아우디라는 자동차 회사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우디는 차량 세분화와 마케팅, 포지셔닝에 있어 좋은 흐름을 제시하고 있다. 위의 차량 소개에서 보듯이 기본적으로 세단이 있고 세단의 급이 바뀌는 그 공간을 쿠페형 차량이 틈을 메운다. 주력 세단을 손보지 않은 채 그 파생형을 같이 가져가면서 윗급으로 올려 모두를 만족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뒤죽박죽 섞이는 혼란스러움이 없다. 이는 차를 만들어 파는 기업도 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도 모두 이해하기 쉽고 편리하다.
하지만 현대차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NF 쏘나타는 세단의 형태였다. 그러다가 YF는 쿠페형 디자인으로 바뀐다. 아우디처럼 세단을 기본으로 하고 그 파생형으로 쿠페형 디자인을 추가한 것이 아니라 주력 차종 자체를 아예 바꿔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나온 쏘나타는 또 디자인 코드가 확 바뀐다. 말만 쏘나타지 거의 새로운 차가 되어버린 것이다. 디자인과 브랜드의 연속성은 느껴질 수가 없다.
세단이 중요한 이유는 그 상징성뿐만 아니라 내부 공간이 거주성 측면에서 쿠페형 디자인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기본 차량으로 가지는 위치를 놓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특히 가족 차량으로 생각해볼 때 뒷좌석의 공간은 당연히 세단이 좋다. 이것은 택시 같은 목적의 차량에서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소다). 만약 현대차가 정말 쿠페형 세단을 해보고 싶었다면 NF 쏘나타의 후속 모델로 세단형 타입이 계속 나오고 그 위에 4도어 쿠페형으로 YF를 내놔야 했다. 그래야 시장에서의 차별화도 브랜드의 연속성에서도 균형잡힌 라인업이 되었을 것이다.
아슬란은 그런 문제점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아슬란은 정통 세단의 형태에 가까운 모습이다. 그렇다면 아슬란의 위치는 오히려 그랜저의 위가 아니라 그랜저 자체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지금 그랜저가 쿠페형으로 더 발전해서 아슬란의 위로 가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세단형과 4도어 쿠페형 차별화를 시도하면서도 나름의 디자인 코드가 유지되는 라인업이 되지 않았을까? 이런 무책임한 전략이 가져올 결과는 뻔하다. 브랜드 가치 하락과 아슬란을 만들면서 투입된 인력과 시간, 돈의 무의미한 소모다.
기업들은 디자인 코드를 만들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한다. 그런 일관성이 있을 때 시간이 지나면서 상징이 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현대차에서는 그런 전략과 방향이 읽히지가 않는다. 미디어에서는 현대차의 경쟁상대가 벤츠, 아우디, BMW라고 하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3 자동차 회사는 물론이고 폴크스바겐도 이렇게 허술하게 브랜드 전략을 짜지도 디자인의 일관성을 헤치지도 엉성하게 포지셔닝을 짜지도 않는다. 현대차의 진짜 위기는 경쟁자가 잘해서가 아니라 현대차가 못해서 오고 있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과 아우디 코리아입니다(사진 1, 사진 2, 사진 3, 사진 4, 사진 5).
* 아슬란이라는 차의 평가가 아닌 현대차의 전략 부재에 대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 이 글은 아이에데이에 뉴스 스토리 / IT 칼럼에도 기고(링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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