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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s/시사

화장실과 복지, 그리고 국가의 약속

by cfono1 2014. 11. 19.


대한민국에서 내세울 수 있는 것들이 꽤 많이 있겠지만 그중에 하나가 바로 배변의 자유다. 이런 화장실들을 어디서나 자유롭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파손의 우려로 잠가두는 곳이 꽤 있지만, 여전히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화장실을 개방하는 곳이 더 많다. 그래서 우리는 화장실이 급해도 돈이 없어서 눈물 흘리지는 않는다. 이건 매우 중요한데 바로 배변은 인간의 기본 욕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폭넓은 의미의 복지가 아닐까 한다. 복지가 꼭 의식주에만 관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게 하는 것. 그것이 복지라고 본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화장실은 보편적 복지에 해당한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가리지 않고 배변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니까 말이다. 어떤가? 좋지 않은가? 난 이게 무척이나 좋다. 내가 언제 어디서 얼마를 벌든 상관없이 배변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말이다. 만약 이 환경이 소득 얼마에 따라 얼마를 내시요 같은 시스템으로 간다면 무척이나 불편하고 이 정도도 못 해주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대한민국은 배변의 복지만큼은 참 좋다. 


무상이라는 말은 없다. 처음부터 존재할 수가 없다.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하는데 어떻게 무상이 될 수 있을까? 이미 세금이라는 형태로 재원을 마련했고 그 세금을 통해서 무엇을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의 문제만 남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건 누가 누구에게 주는 선물이 될 수도 없다. 국가의 구성원으로 의무와 책임을 다했다면 당연히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이 문제라고 하면서 싱글세라는 기이한 세금이 언급되기도 했다. 아이는 낳는다고 해서 저절로 크지 않는다. 키워줘야 한다. 그리고 그 키우는 과정에서 의식주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무상급식이 여기저기서 까이고 있다. 무상보육도 까이고 있다. 돈이 없다고 하지만 4대강과 자원외교에는 날치기 통과를 해서라도 수십조를 썼다. 국방비리에서는 천문학적인 돈이 군인들의 퇴임 용돈 벌이로 사라진다. 경제 살리라고 기업들 법인세 깎아줬지만, 경제는 여전히 오늘 내일이다. 다 회수 못 하는 돈들이다. 그러다가 알량한 복지라도 하려고 하면 선물이니 공짜에 길들여지는 거지니 뭐니 하는 헛소리가 나온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세금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금은 지금도 충실히 내고 있다. 그러니 선물도 공짜도 거지도 아니다.



아이들이 먹는 것에서 보육환경에서 당신이 누가 되더라도 소득 수준이 얼마가 되더라도 이 정도의 수준을 보장한다는 것. 그것이 국가의 국민에 대한 약속이고 그 보장환경의 질과 양이 많을수록 복지가 잘 되어 있는 국가일 것이다. 미친 삽질과 있지도 않은 효과에 기대어 세금 깎아줘 낭비한 것들을 정비해 차별 없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보장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간다면 복지와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입니다(사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