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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이 혼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민간신화에서도 볼 수 있는데 싸리비가 도깨비가 되는 것 같은 경우다. 그만큼 인간의 곁에서 오랜 시간 함께하며 교감을 나누면 생명을 얻는다는 것이리라 본다. 현대적인 관점에서 예로 든다면 자동차가 그렇지 않을까? 자동차에 애정을 쏟으며 별명을 부르고 닦고 관리하다 보면 어느새 진짜 친구를 보는 듯한 교감을 나누는 경우도 생긴다.
그런데 처음부터 우리 주변의 생명체를 모방한다면 어떨까? 인간의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친숙하게 보고 정을 나누는 생명체의 모습과 행태를 모방한다면 말이다.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 말이다. 그렇다면 교감은 더 쉽게 빠져들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많은 문제의 시작이다. 생명체의 모습과 형태에서 오는 인간의 마음을 고스란히 생명이 없는 것에 투영하기 때문이다. 무선조종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아 손바닥으로 강하게 툭툭 치는 것에 대해 '사람이 어찌 저리 잔인할 수 있지?' 라고 묻는 이는 드물 것이다. 기계니까. 하지만 소니 아이보가 움직이지 않아 몸이나 머리를 강하게 툭툭 친다면 그저 기계를 건드리는 것을 넘어 '개에게 왜 저래? 불쌍하다.'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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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이 만드는 더 큰 문제는 바로 기업에서 만드는 대량생산이라는 점이다. 강아지는 각자가 독립된 생명체다. 그렇기에 강아지의 수명은 그 강아지의 운명이다. 하지만 소니 아이보는 다르다. 소니 아이보의 운명은 소니에 달려있다. 자신이 교감하던 것의 운명이 그 본연의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것도 수십, 수백만의 운명이 동시에 결정이 난다면 이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기업은 윤리적인가? 비윤리적인가? 소니 아이보는 그렇다면 수명에 따른 안락사로 봐야 하는가?
그렇기에 소니 아이보 사건은 단순히 기업의 AS 정책으로 볼 사안이 아니다. 시간이 점점 더 지날수록 이렇게 생명체를 모방한 제품이 대량생산으로 나올 것이고 사람들은 그 제품에 기계라는 사실을 지우고 생명체의 교감을 덮을 것이다. 이런 변화에 고민하지 않는다면 구글 글래스처럼 사회와 기술의 갈등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입니다(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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