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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조직이 아무래도 엉성하다. 물론 경험자가 있다면 탄탄하게 시작하겠지만, 뜻만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면 그런 안정적인 시작을 하기 쉽지 않다. 이 부분을 우리도 마찬가지로 겪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투자자가 관리를 위해 사람을 들여왔다. 대기업에서 마케팅 관련 20년 가까이 되는 경력을 쌓은 사람이다. 난 많은 기대를 했다. 대기업의 시스템은 나름대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것을 사전에 막고자 메뉴얼화된 것이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체계가 안 잡힌 회사에 체계를 경험한 사람이 온다면 조직이 빠르게 안정화 될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사람은 없고 일은 많다. 그런데 새로 온 사람은 '일을 하는 사람' 대신 '지시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 결과 내 위에는 투자자, 대표, 그리고 새로 들어온 마케팅팀장까지 3명의 상사가 생겨버렸다. 기획자는 한 명인 우리 조직에서 기획 관련 지시를 하려는 사람이 3명인데 서로의 성향은 투자자는 제조업 경험, 대표는 벤처 지향적, 마케팅팀장은 대기업 마인드. 결국, 업무는 꼬여버렸다. 하나의 사안을 빠르게 해결하고 다음 상황으로 나아가기보다는 3명이 모두 각자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며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했다.
게다가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다른 업무 환경에 대한 이해도 없었다.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는 스타트업에는 대기업의 법무팀, 회계팀 등 백업 조직이 없기에 앞서 말했듯이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슈가 생기면 먼저 공유해서 중복되는 일을 없애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안 되었다. 자신이 습득하거나 생산한 정보는 공유되지 않았으며 백업 조직의 업무를 직접 해본 적이 없기에 실제로는 복잡하고 많은 양의 업무를 너무나 단순히 취급했다. 해보지 않았기에 그러면 될 것 같은 판단인 것이다.
거기다 스타트업의 수평적인 토론 문화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생각이 다르면 다른 생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찾아내는 과정이 필요한데 다른 의견의 제시는 반대로 받아들여져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맞습니다, 그렇습니다로 줄어들고 결국 다른 구성원간 많은 마찰을 일으키며 조직 분위기 자체를 이상하게 만드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업무를 배우고 성장한 과정에서 완성되는 업무 스타일은 그 사람의 성격이 좋고 나쁨을 떠나 안 맞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대기업 출신이라고 마냥 좋지는 않다. 그런 막연한 믿음에 대기업 출신 경력자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좀 더 꼼꼼히 살펴보기를 바란다.
* 이미지는 구글 검색입니다(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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